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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리스펙트 후기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을 어떻게 여기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돈을 벌지 못해도 좋다. 음악을 할 수만 있다면.





재미가 없으면 죽은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에서 깊이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영화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국힙 빠돌이의 한국 힙합에 대한 리스펙트.



심재희 감독이 연출을 맡고 힙합 칼럼리스트인 김봉현이 기획을 한 한국 힙합의 현주소를 이야기하는 영화 리스펙트. 난 이런류의 시도 자체를 말 그대로 '존중(respect)' 하기에 굳이 극장에 까지 찾아가서 돈을 지불하고 봤는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다큐멘터리다. 다큐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고 영화라고 부르기엔 얼굴이 다 붉어지는 이상한 결과물 되시겠다.


한국 힙합 커뮤니티인 힙합 플레이야에서 오랜시간 한국 힙합에 대해 논해온 김봉현의 인맥 자랑을 하는 듯 급조된 인터뷰, 뭔가 좀 있어보이려고 뜬금없이 줌-인을 해대는 카메라 앵글, 여러 랩퍼들의 변명들로 이루어진, 한국 힙합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이 1도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다. 차라리 송명선이 수십명의 랩퍼들을 직접 인터뷰 하며 써내려간 책, '힙합하다' 를 읽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그럴싸한 예고편 하나로 국힙찔이인 나같은 사람의 지갑을 터는 영화인데 실제로 한국 힙합의 현재나 과거, 미래를 이야기하는 진지한 이야기들은 없다. 


그나마 봐줄만 한 랩퍼들의 인터뷰는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 jk, 일리네어 레코드의 도끼와 더 콰이엇, 그리고 엠씨 메타 정도다. 나머지 랩퍼들은 인터뷰를 하러 나온건지 자신들이 그동안 걸어왔던 길에 대한 (대중들이 듣고싶어하는)변명을 하러 나온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 특히 이런 오프 더 레코드 형식의 인터뷰에서도 특유의 깝쌈으로 나대는 저스트 뮤직의 스윙스가 인정받고 싶어 안달내는 꼴이 제일 보기 싫었고 그 뒤로는 팝에 어울리는 랩을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려다 결국 지 발에 지가 걸려 넘어진 산이, 쇼미더머니를 욕하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결심을 인터뷰한 제이제이케이, 음악적 행보 보다는 정치적으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제리케이 등이 유독 별로였다. 굳이 알고싶지도 않은 본인들의 사정들을 힙합입네 어쩌네 하면서 왈왈 씨부리는게 돈낭비와 시간낭비란 이런 것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듯 했다.


이 행태는 마치 한국 힙합을 사랑한다는 명목 아래 투자자들과 cj 아트하우스의 주머니를 털고, 나아가 나같은 관객들의 주머니 역시 손쉽게 털려는 제작진과 감독의 사기 같은 거다. 이 영화도 아닌, 다큐멘터리는 더더욱 아닌 괴랄한 영상물을 보는 것 보다 차라리 8마일이나 허슬 앤 플로우를 보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어차피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힙합씬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와 나라에 오리지널리티를 운운한다고 달라질게 있을까? 어차피 우리는 한국인이고 소비자들 역시 한국인인데, 한국에서 블랙뮤직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좀 떳떳한, 그리고 상식에 맞는 에티튜드 정도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힙합을 잘 하면 디트로이트 가서 빌보드나 기웃거리라고 제발.


차라리 도끼나 더 콰이엇의 성공담이나 드렁큰 타이거, 엠씨 메타의 1990년대 힙합 불모지 시절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다. 호스트로 참여한 허클베리피는 대체 무슨 죄람? 영화 제목도 블랙뮤직에서 많이 쓰이는 '존중' 이고 힙합이라는 장르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그 안에는 힙합도 없고 존중은 커녕 욕 안 먹는걸 다행으로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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