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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국가부도의 날 후기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니?!





항상 깨어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실업이 일상이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오게 하면 안됩니다.









한국형 빅쇼트.



1997년을 기억한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벌어지고 전국의 모든 중소기업들,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되던 그 때. 한국은 근대사의 역사 한가운데에서 한 번 리셋되었고 세상은 바뀌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11월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imf 사태 전후의 일주일과 20년 후인 지금을 이야기한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은 1997년 경제호황에 취한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 경제위기가 닥칠걸 예감하고 상부에 끊임없이 보고를 올리지만 한은총재 '이경식(권해효)' 은 국가부도가 코앞에 닥치고 나서야 이걸 왜 이제야 이야기하냐고 되려 화를 낸다. 정부와 긴급하게 꾸려진 대책회의 팀은 비공개로 돌아가고 국가부도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정작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중소기업들과 서민들을 그려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김혜수가 연기한 한시현이라는 캐릭터가 실존인물이었는지 정말 궁금해지는 영화다. 6.25 이후 초유의 국가재난 사태 앞에 마치 자기 일인냥 저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서 뛴 사람이 있었을까. 한국의 중앙은행이라는 꼬리표 안에서 가만히만 있어도 충분히 자리보전은 되는 직책과 직위를 가진 인물이지만 오직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민 하나만 보고 스스로의 힘으로 IMF 체결을 막아보려 한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당찬 캐릭터라서 김혜수가 아닌 그 누구도 떠오르지 않는 배역이다. 











그리고 국가부도 사태를 미리 알고 있었던 또 하나의 인물, '재정국 차관(조우진)'. 실존인물은 김영삼 정권 때 차관직을 맡았던 강만수라고 한다. 이명박 정권때도 자리하나 꿰차고 앉아서 많이 해쳐드시다가 2016년 구속되었다. 한국의 위기를 기회로 삼고 대기업만 남겨둔채 새로운 경제 판을 짜려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조우진 배우의 차갑고 매서운 연기가 일품이다. 











또 한 명의 국가부도를 예측한 사람은 고려종금의 '윤정학(유아인)'. OECD 가입도 한 마당에 국가부도가 왠말이냐며 모두들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돌연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람들을 모아, 풋옵션을 이용해 막대한 자금을 긁어모으게 되는 인물이다. 국가와 정부는 절대로 믿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실력과 감 하나로 평생을 살아가는 인물. 한시현만큼 뜨거운 캐릭터이지만 재정국 차관처럼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끓어오르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본작에서는 아마 주조된 설정이겠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제대로 꼬집었던 영화, '빅쇼트(2015)' 때에도 이런 인물들이 등장하니 1997년의 한국에서도 많이 있었을게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사장직을 맡고있는 '갑수(허준호)'. 먹이사슬의 아랫부분에서 맨 밑바닥에 있는 서민들과 연결되는 일종의 링크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IMF 사태가 터지고 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목숨을 잃었고 부모님을 잃었는지 수치는 그저 환산할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할 뿐, 당장 앞길이 막혀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그 당시 얼마나 많았을까.









어릴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이 영화에 나온 IMF 사태를 보니 20년 후에도 현재진형으로 남아있는 1997년이 떠오른다. 당시 국제통화기금 뒤에는 미국이 있었고 초 대기업들만 뺀 나머지 기업들, 그리고 서민들의 등골을 빨아먹어가며 나라 전체를 뒤바꾼 무리들 덕에 우리 주변엔 아직 비정규직들이 많고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 집 건너 있게 되었다.


1997년 IMF 가 우리에게 내민 협상 개시 선결 조건은 총 6가지인데 이게 웃긴게 문자 그대로 '협상 개시 선결' 이라는거다. 본인들이 임의로 지정한 조건을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협상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 여섯가지 조건 중에는 고금리, 금융시장 전면 개방과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투자 대폭 허용, 금융사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있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화는 작금의 세태에 몇 년 동안 큰 이슈로 언급되는 '비정규직' 의 다른 말이다. 명퇴는 물론이요 비정규직 전환 동의서를 본인 손으로 써야했고 급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기업들간의 양극화가 극에 달하게 됐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판을 치는 세상이고 기업은 살리고 보자는 관성적인 갑질, 개천에서 용나는 건 더 어려워진 수저계급론 등으로 탈바꿈된 IMF의 찌꺼기가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있다. '나만 아니면 돼', '나는 괜찮으니까', '나는 정규직이니까' 라는 안일한 생각만으론 영원히 바뀌지 못할 대한민국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거의 재난영화나 공포영화에 가까운 장르물이다. 실제로 그 시기를 거쳐온 부모님들 중에 꿈결같은 황금기의 세기말이었다고 기억하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는 집에 쟁여뒀던 금을 모아 국가가 진 빚을 환원하기도 했고 그 당시 개봉했던 헐리웃 자본의 영화, '타이타닉(1997)'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어찌어찌 2001년 8월에  IMF의 손아귀를 벗어나긴 했지만 국제통화기금은 우리의 인식을 20년 동안 이만큼 바꿔버렸다. 새로 소개받은 남자가 비정규직이라면 일단 아웃, 일은 하고 있는데 비정규직이라서 고용불안정에 '혼자' 시달려야 하는 사람들, 어떻게든 신분상승을 노리며 짝을 찾는 정신나간 남자들 여자들, 대기업이라면 자다가도 알아서 벌벌 길 준비가 되어있는 병신들. 시대가 흐를수록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한국은 돈이 없으면 정말 살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다.



최루성 신파조로 충분히 갈 수 있을 영화였는데 영리하게도 그 쪽 길로는 가지 않아서 더 좋은 영화였다.

















+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한국은행이 영화에 핵심적으로 등장해서, 정말 예전 BOK에 저런 분이 계셨었나 진짜 궁금해졌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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