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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포드 v 페라리 아이맥스 후기 쿠키영상 없음 feat. 실화 v 허구

레이싱은 사공이 많으면 못 이깁니다. 한 명이면 되죠.

빨리 달리면 차의 속도는 올라가지만 주변은 느려져.

차가 7,000RPM 에 다다르면 모든 것이 희미해져. 차는 무게를 잃고 그대로 사라지지. 남은 건 시공을 가로지르는 몸 뿐. 7,000RPM. 바로 거기서 만나는거야. 네게 다가오는 느낌이 나. 귀에 바짝 붙어서, 질문을 하나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인가?"


실화라고는 믿기 힘든 영화.

1960년대, 매출감소에 빠진 '포드'는 차량 판매 급증을 위해 스포츠카 레이싱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진작에 레이싱 모델의 완성형 차량을 만들어낸 '페라리'는 스포츠카에 기술력과 자본을 몰빵하느라 부도가 나기 일보직전. 그 찬스를 잡으려 포드는 페라리측에 인수합병을 위한 실무진을 보내지만 '피아트'에서 더 좋은 조건을 내세워 페라리를 흡수한다. 결국 자신들의 손으로 스포츠카의 A 부터 Z 까지 이룩해 내야 한다는 포드의 이야기.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이자 '지옥의 레이스'라 일컫는 르망24에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었지만 심장병이 도진 이후로 자동차 디자인 일만 하고 있는 '캐롤 셸비(맷 데이먼)'. 스폰서 하나 없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동차로 무수한 레이싱들을 도장깨기하듯 혼자 우승하고 다니는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 포드는 페라리를 잡기위해 셸비를 영입하고 셸비는 고집불통에 제멋대로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인 마일스를 레이서로 추천한다. 포드의 경영진은 첫 만남부터 삐걱댔던 마일스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졌고 자동차와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게 뭔지 알고있는 마일스 역시 셸비의 자리는 신경도 쓰지 않은채 늘 자기 멋대로 군다. 그 사이에서 비지니스와 레이싱 모두를 성공해야하는 셸비의 도전에 쉽게 챔피언의 자리를 내어줄리 없는 페라리. 과연 셸비와 마일스, 그리고 포드는 페라리를 굴복시킬 수 있을까?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상당한 몰입감이 있는 영화다. 실화가 가져다 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부터 여러 주조연 배우들의 흡입력있는 연기, 그리고 1960년대를 수놓았던 클래식 자동차들의 향연과 속도감있는 레이싱. 어느것 하나 빠지지않는 훌륭한 영화다.

24시간동안 지옥의 레이싱을 펼치는 '르망24'를 회상하는 셸비의 독백, 성공하고 싶지만 세상과의 타협은 절대 용납하기 싫은 마일스의 자존심, 남편의 꿈을 지지하지만 당장 생활하는게 힘든 마일스의 아내 '몰리(케이트리오나 발피)'의 심정, 페라리의 대표인 '엔초 페라리(레모 기론)' 에게 "당신은 헨리 포드가 아니라 헨리 포드 2세다" 라는 굴욕을 맛봤던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 포드 회장의 오른팔이자 사사건건 켄 마일즈의 태도를 걸고 넘어지는 '레오 비브(조쉬 루카스)' 까지. 현실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기가막힌 캐릭터들의 향연에 주요 소재인 레이싱보다 인물들간의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들이 많은 영화다.

자동차의 내부구조나 레이싱에 대해 1도 모르는 나같은 사람이 봐도 아주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듯한 전개를 지닌 영화라서 초반부가 자칫 지루할 수도 있으나 영화의 전체적인 얼개를 설명해주는 구도를 대놓고 드러내는 친절한 영화이기 때문에 레이싱의 시작부터 끝을 이해하려는 약간 넓은 마음만 있다면 7,000% 만족할 수 있는 영화 되시겠다.

영화 후반에 아드레날린이 터져나오는 르망 24 레이싱의 포드 v 페라리가 자동차로 겨루는 클라이막스씬은 역대급 레이싱 장면이었다. 진짜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켄 마일즈가 코너링 직전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다가 브레이크와 엑셀을 이용해 순간적인 변속으로 페라리를 앞지르는 장면에서 짜릿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결말과 엔딩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라서 실화와 허구 사이의 조율을 이정도면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생각한다.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이 보여주는 희대의 케미는 말 할 것도 없고 실존 인물이었던 천재 레이서, 켄 마일스 그 자체가 됐던 베일의 메소드 연기는 왜 그가 믿고보는 헐리우드 배우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쿠키영상은 없다.

++

본작을 인천 cgv 아이맥스로 봤는데 속도감이나 사운드가 정말 압도적이라서 극장에서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볼까말까 고민되는 영화들은 무조건 극장에서 보는게 최고다.

포드 v 페라리는 볼랑말랑 까진 아니었고 크리스찬 베일 횽이 나오니까 무조건 극장에서 볼 생각이었는데 아이맥스로 볼지 일반 상영관에서 볼지가 고민됐었음.

+++

포드 v 페라리에 등장한 실화와 허구의 차이를 정리해 보자면

영화에 등장했던 포드의 실무진들이 엔초 페라리를 찾아갔을 때 사진기자랍시고 사진을 찍어간 사람이 피아트의 스파이(?) 여서, 포드와 합병 여부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하던 페라리에게 피아트가 더 좋은 조건으로 인수를 하는 장면은 허구다. 페라리는 레이싱 사업에 몰빵하던 기업이었기 때문에 1959년부터 이미 피아트에게 재정지원을 받고 있었다고 함.

르망24에서 대결을 펼친 엔초 페라리(좌)와 헨리 포드 2세(우)

포드의 마케팅 담당인 '리 아이아코카(존 버탈)'가 셸비를 찾아가면서 포드가 르망24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것 처럼 그려졌는데 이미 포드는 포드GT40으로 독일 뉘르베르크링 레이싱과 르망24에 출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뒤였다.

리 아이아코카와 GT40.

영화 포드v페라리에서 악당처럼 등장했던 부사장, 레오 비브는 르망24 마지막 결승선에 포드 참가차량 세 대를 나란히 들어오게 하려는 뭔 말같지도 않은 오더를 내리는데 알고보면 상당히 리더십있고 덕망높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마지막 오더는 그의 입을 통해 지시한게 맞다고 자서전에도 쓰여있지만 사실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한다. 배후에 포드가 페라리를 누른 걸 누구보다 앞세우고 싶어하던 헨리 포드 2세가 레오 비브에게 오더를 내린 거라고 어림짐작만 할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마일스를 탐탁치 않게 여겼느냐에 대한 사실 역시 셸비가 함구했기 때문에 알 길이 없다고 한다.

영화에서 내내 부딪히던 캐롤 셸비(좌)와 레오 비브(우) 실존인물.

 

그 외에도 리 아이아코카는 실제로 포드가 르망24를 위해 스포츠카를 만드는 걸 굉장한 실수였다 회상하고 있고 셸비와 마일스가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은 없던 이야기하고 한다. 르망24 레이싱 도중, 고장난 차의 문을 망치로 치는 장면 역시 마일스의 헬멧으로 두들겼다고 하고 가장 중요한 켄 마일스라는 인물의 성격 같은 건 사진과 주변인들의 증언만으로 구축해낸 캐릭터라고 한다.

대반전!

 

천재 레이서여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지만 워낙 말수도 없고 친구도 적어, 실존인물이긴 하지만 완벽하게 허구의 인물로 창조된 케이스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나오면 당장 차에 타서 엔진소리를 듣고싶어지는 고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