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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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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소 ​​ - 항상 누굴 만나던지 최선을 다 해버릇 하는 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에만 발휘되는 것이었다. 나이를 많이 먹기 전엔 그냥 나를 좋아해 주면 일단 만났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만나다 보면 정같은게 들어서 나중에야 그나마 조금 좋아지는 편이었는데 그런 관계의 사람은 헤어지더라도 딱히 내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음에도 별로 미련이라던지 아쉬움 따위의 애틋함은 전혀 없었다. 그냥 헤어지면 끝.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인 걸 즐기고 자랑했다. 나이를 좀 먹고 난 뒤엔 어릴 때 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빈도가 확실히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꾸준히 만나왔고 그런 관계에서 오는 관계의 너절함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다를바가 없더..
몰의 종말 ​ 인천 신세계 백화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리를 우스갯소리로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 '에이 설마' 하는 감상에 그저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고 2018년의 마지막이 가까워오니 백화점 내의 이마트는 벌써 철수를 진행하고 있고 나머지 모든 입점 점포들 역시 짐을 빼는 수순을 밟고 있다. ​ 나름 추억이 많이 서린 백화점이었다. ​ 끽해야 10년 쯤 해먹었겠지 싶었지만 21년여 동안 한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고 여러 사람들과 좋은 기억들이 송두리째, 한 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그동안 많은 매출을 올려, 효자 노릇을 하던 백화점이었는데(전국 매출 1위를 심심치 않게 찍고는 했다) 곧 없어진다니 기분이 참 묘하다. ​ 어릴적, 군 제대하고 뭣도 모르던 시기에 음악을 좋아한답시고 지하..
4년째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 ​ 이번 크리스마스엔 제발 떼돈 벌게 해주세요🙏 긴장해 다들 그리곤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넌 이제 모두 조심해 보는 게 좋아 왜냐하면 산타가 곧 오거든 Too Legit but in a Tricky way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 자! Trick or Treat! 나 역시 몸만 커진 채 산타가 되었어 이것 봐 이젠 내 뱃살도 기름지지 이젠 내가 너의 편이 되어 줄게 잔말들 말고 그냥 처 웃어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 온정을 원한 세상에 요람부터 무덤까지 From the Cradle to Grave 난 안락함의 Slave But 달콤한 케익 난 불순한 스펙이래 네 리스트에서 제외 He's Checking it double ..
칭찬 ​ 퇴근하고 밥을 차리고 있었지. 엊그제부터 가스점검 한다는 문자를 받았었는데 오전에만 찾아오시다 내가 밥 먹으려는 찰나에 오셨네. 문득 기사님께서 나보고 이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들 중에 밥 차려 드시는 분 처음 봤다며 칭찬을 해주심. (집에 쌀 가마니 있는데가 없대네) 본인도 아들 둔 입장에서 나보고 대견하다몈ㅋㅋ 아마 나 어릴 때 부터 엄마가 아침 점심 저녁을 잘 차려주신게 버릇이 되서 꼭 밥 지어서 챙겨먹게 된 것 같음. 성함도 모르는 기사님의 칭찬에 밥 먹다 오열할 뻔 했네. 우리 집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게 너무 오랜만이라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뭐가?) 기쁘기도 해서 울컥한 듯. 요즘 외롭긴 한가볾. 분명 자취 초기엔 먹을게 없어서 사과 한개로 일주일을 버티고 친구가 보내준 빵 일곱개로 일주일..
아웃백 혼자 주문해서 먹는 남자 스트레스를 먹는걸로 푸는 성격은 아닌데 까르보나라를 먹을 일이 많이 없으니까. 매장 가서 혼자 파스타를 먹기엔 아직 내가 너무 쫄보다. 그래서 지난번 처럼 배달의 민족에서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부평점에 라이더스 주문을 넣고 집에서 쳐묵쳐묵 함. ​ 이번에도 역시 투움바 파스타와 오지 치즈를 함께 주문했음.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리나요? 하지만 이번엔 일반 투움바 파스타 말고 고추로 양념을 한 스파이시 투움바 파스타를 주문해 보았다. ​ ​​맛은 없음. 맛있게 매운 맛이 아니라 그냥 투움바에 고추장 살짝 넣은 느낌? 맛있게 매운 느끼한 크림 파스타를 먹고 싶다면 그냥 불닭 까르보나라를 먹으면 되겠다. ​ 오지 치즈 후라이는 뭐 이번에도 이틀에 걸쳐서 먹었음.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아... ​​이..
누구나 죽고 싶은 때는 있지. ​ 누구나 죽고 싶은 때는 있지. 하지만 죽고 싶다는 건 결국엔 지금 그렇게 살기 싫다는 말과 다를 바 없으니 단 한 번만이라도 본인이 주체가 되어 살다 가는 건 어떨까. 어떻게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사느냐고들 하지만 다 때려치우고 꼴리는 대로 살 용기가 없다면 하루를 살아내면서 기분이라도 좋아야지. 좋같은 일 투성이라고 기분까지 좋같으면 결국 본인 손해 아닌가? 누구 때문에 살으란 말은 참 싫어하지만 몇 안되는 친구들 지인들한테 밥 한끼 더 사려고, 건강하게 키워준 엄마한테 고마워서, 그 격차는 서로 상이하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날 사랑해준 여자들, 내가 사랑하는 음악들, 영화들, 책들, 만화들, 작가들, 그리고 신 덕분에 오늘도 별 일 없이 산다. 요즘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