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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랄라

몰의 종말




인천 신세계 백화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리를 우스갯소리로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 '에이 설마' 하는 감상에 그저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고 2018년의 마지막이 가까워오니 백화점 내의 이마트는 벌써 철수를 진행하고 있고 나머지 모든 입점 점포들 역시 짐을 빼는 수순을 밟고 있다.



나름 추억이 많이 서린 백화점이었다.



끽해야 10년 쯤 해먹었겠지 싶었지만 21년여 동안 한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고 여러 사람들과 좋은 기억들이 송두리째, 한 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그동안 많은 매출을 올려, 효자 노릇을 하던 백화점이었는데(전국 매출 1위를 심심치 않게 찍고는 했다) 곧 없어진다니 기분이 참 묘하다.



어릴적, 군 제대하고 뭣도 모르던 시기에 음악을 좋아한답시고 지하에 입점해 있는 사운드 웨이브라는 음반점에서 주말에 쉬지도 못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인천터미널도 들어온 덕분에 지방에 내려갈 때 자주 들렀었다(특히 당진). 엄마랑 쇼핑을 하고 푸드코트에서 밥을 꽤 많이 먹었었고 아버지와도 쇼핑 후에 꼭 지하의 식당에서 한 끼 해결하곤 했었다. 구월동 상가에 있는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땐 미리 가서 아이쇼핑을 하는 재미도 쏠쏠했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신세계 백화점 꼭대기에 있는 음식점들 중에 마파두부 밥을 맛있게 하는 곳도 정말 자주 갔었고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cgv 인천 터미널 점이 좀 아쉽긴 하다. 지하에 있는 쇼핑몰에서는 지오다노나 유니클로를 자주 애용했고 특히 애플의 리셀러 매장이 위치해 있어서 아이패드와 맥북을 거기에서 사기도 했지. 인천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지나치던 길이 많았고 스타벅스가 위치해 있어서 생각이 나면 지나가다 늘 마셨던 기억. 친구 한놈은 여기 있는 웨딩홀에서 결혼을 했다(사회를 내가 볿). 인천 시민이라면 아마 영영 잊을 수 없는 백화점임에 분명하다.



우리의 기억을 더이상 쌓지 못하게 만든 인천 신세계 백화점의 계약 담당자는 아마 잘렸다고 들었다. 롯데와 신세계 등이 유치 입찰에 나섰는데 신세계는 뒷짐만 지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롯데가 많은 금액을 제시해 부지를 매각했다고 들었다. 담당자 하나 자르는 거 가지고 끝날일이 아닐 정도의 조금 큰 사건이다.



백화점 하나 바뀌는거 가지고 뭘 그리 유난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천터미널, 인천 지하철이 연계되어 있는 아주 좋은 상권이라 주변에 뭐가 들어와도 절대로 밀리지 않았던 곳이었는데(역설적으로 뉴코아가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게 더 신기하긴 하지만) 결국 롯데 백화점이 들어올 예정이다.



신세계는 여기에서 물러나고 주변에 스타필드를 만들 요량이라는데 아직 부지 선정도 못했단다. 이렇게 종언을 고하는 듯. 신세계가 좋은 이유는 별거 없다 가장 큰 이점을 꼽으라면 이마트의 상품 구성 정도? 그리고 계열사인 스타벅스가 내부에 입점해 있다는 것. 롯데 마트는 우리집 앞에 있어서 자주 가는데 상품 구색이 정말 쓰레기다. 뭐가 많이 없고 가격도 꽤 비싼 느낌.



누구하나 반론을 제시할 수 없는 변화겠지만 인천 시민이라면 이번 신세계 백화점 인천점의 퇴장에 다들 아쉬워할게다.



신세계 백화점 인천점의 롯데 매각의 실상은 이렇다.



2012년 9월 롯데가 인천시로부터 터미널 부지와 건물 일체를 9천억원에 매입했다고 한다.





고객들을 위한 지상 주차장까지 따로 만들었던 신세계였어서 인천시와 롯데를 상대로 소송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1, 2, 3심 모두 패소했다는 후문.



돈이면 다 되는줄 아는 롯데 눈 뜨고 코베인 신세계. 결국 이 갭을 감당해야 하는건 인천 시민들이겠지만 난 롯데가 예전부터 별로라 아마 갈 일 없을거다.



롯데 시네마도 집 코앞에 있는데 구려서 안가고 롯데 마트 역시 주변에 큰 마트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고 있지만 요즘엔 엔간한건 다 동네 슈퍼에서 산다.





아무튼 참 아쉽다 신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