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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나랏말싸미 후기

 

 

 

그렇게 빌면 이 땅의 신령이 알아듣겠는가? 우리 말로 해라.

너희가 거지인가?

팔만대장경의 주인은 이 나라의 왕도, 중도 아닌, 이 나라의 백성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가장 아름다운 문자를 만드는게 왜 안된단 말인가?

복숭아 속에 씨가 몇 개 있는지는 모두 알지만 그 씨 속에 복숭아가 몇 개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참신한(?) 판타지.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글을 온 백성에게 전파하고 팠던 '세종대왕(송강호)' 과 '산스크리트어' 의 달인인 '신미 스님(박해일)'이 만나, 한글을 창조했다는 이야기.

1443년, 한글을 창제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내용을 영화로 옮겼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로는 세종대왕님께서 1443년에 우리의 고유문자이며 표음문자인 한글을 만드셨고 1446년에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훈민정음'을 반포하셨다는게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영화 나랏말싸미는 백성을 아끼기만 하여 '한글을 만들어야 겠다' 고 생각한 사람이 세종대왕이고 '한글이 지닌, 체계적이자 거의 모든 구조적 창제' 는 신미 스님이 완성했다는 데에서 역사왜곡 문제가 생겼다.

영화적 범주 안에서 봤을 때엔 백보 양보해서 상당히 창조적이고 판타지적인 발상일 수 있으나 한글을 만든 사람은 세종이 아니라 신미 스님 이라는 엄청난 무리수를 던지는 영화다. 조선왕조실록엔 신미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다.

문종 즉위년 경오(1450) 4월6일(기묘), 영의정 하연 등과 신미의 관직 제수와 영응대군의 거처 등을 의논하다.

​임금이 영의정 하연, 좌의정 황보인, 우의정 남지, 좌찬성 박종우, 우찬성 김종서 좌참찬 정분, 우참찬 정갑손을 불러 도승지 이사철에게 명령해 의논케 하기를, "대행왕(세종대왕)께서 병인년(1446: 훈민정음 반포년도)부터 비로소 신미의 이름을 들으셨는데, 금년(1450)에는 효령대군의 사제로 옮겨 거처해 정근할 때 불러 보시고 우대하신 것은 경들이 아는 바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훈민정음이 반포된 뒤인 1446년에야 '신미' 라는 이름을 알게된다. 신미의 이름은 실록에 총 66번 나온다. 처음 등장한 것은 세종 왕비 소헌왕후의 장례 기간인 1446년 5월 27일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단독 창제한 해는 1443년이고 세상을 떠난 해는 1450년이다. 따라서 신미 스님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거나 세종을 도왔다는 영화속 설정은 모두 거짓이자 허구다.

이런 빼도박도 못하는 역사적 사실을 감독의 말처럼,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 이라고 치부한다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빨갱이들의 폭동이요, 일본은 그 당시의 조선이 원해서 식민지화를 한게 맞을 수도 있게 된다. 심지어 영화를 시작할 때 '창제설' 운운하는 텍스트가 떡하니 박히는데 감독 스스로는 자막을 넣고싶지 않았단다. 나랏말싸미를 감독한 조철현 감독은 그냥 스님이 한글을 창제했다고 믿고싶어하는 아해 중 하나다(영화 나랏말싸미의 감독, 각본, 각색을 다 했다).

영화에서는 대중의 이런 시선을 의식했는지 자기변론도 스스로 한다. '훈민정음' 의 원래 이름이 '언문' 이라고 하는 것과 한글을 창조한 자신의 중요한 업적은 가린채, 집현전 학자들과 손을 잡고 훈민정음을 반포하려는 세종의 의중을 보고 신미 스님은 '왕인 당신의 입장이 그러하니 내 봐주겠소' 하는 태도다. 당시엔 유교 사상과 불교 사상이 맞붙어, '나라의 개' 취급 받던 한낱 스님이 한글을 창제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집현전 학자들과 만들었다고 해야 위신이 설테니 그렇게 후세에 알리라는 꼴이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영화다.

영화가 꼭 사실만을 말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역사의 아주 중요한 한 페이지를 가지고 이정도로 판타지 스럽게 주조해내는 재주가 있는 감독에게 sf영화의 시나리오와 감독직을 제안하고 싶다. 훌륭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을 데리고 무리수를 한사발 들이킨 괴작, 영화 나랏말싸미였다.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지만 내 손꾸락만 아프니 세종대왕님께서 만드신 훈민정음의 서문을 올리며 이번 턴을 마치겠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를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백성이
니르고저 할빼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능히펴지
못할놈이 하니다.
내이를 어여삐 녀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사람마다 수비니겨 날로쓰매
편아케 하고저 할 따라미니라.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말(음성)이 서로 맞지 않으니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마다 이것을 쉽게 익혀
편히 사용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세종대왕 할아버지, 한글 만들어 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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