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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예스터데이 후기

- 예스터데이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곡 중에 하나야.

- 콜드 플레이의 'FIX YOU' 도 아니잖아.

- 이 곡은 빌어먹을 '픽스 유' 같은게 아니야! 엄청난 예술작품이라고!!

비틀즈가 없는 세상은 무한히 나쁜 세상이죠.

좋은 인생을 원하나?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라네.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게.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언제나 진실을 말하게나.


소재가 너무 아까운 영화.

겨우겨우 음악생활을 이어가던 '잭 말릭(히메쉬 파텔)'. 어느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전 세계의 불빛이 사라진다. 그 뒤로 세상에서 '비틀즈' 의 음악이 사라진 걸 눈치챈 잭이 비틀즈의 히트 넘버들을 이용해 슈퍼스타가 된다는 이야기.

소재는 굉장히 참신했다. 한 순간에 비틀즈가 지구상에서 없어져 버렸고 그들의 음악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아무도 없다. 오직 주인공 잭만이 비틀즈의 존재를 기억한다는 내용은 비틀즈의 골수팬이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1정도의 관심이 있는 나같은 사람도 혹할만한 소재다.

학교 선생직을 그만두고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마추어 뮤지션을 벗어나지 못하던 잭은 병원을 퇴원하던 날 그를 보필하는 매니저 '엘리 애플턴(릴리 제임스)' 과 그의 친구들 앞에서 비틀즈의 '예스터데이' 를 부른다. 그 노래가 잭의 신곡인 줄만 알던 친구들. 이윽고 잭은 자신을 놀리지 말라며 화를 내지만 인터넷 어디를 뒤져봐도 비틀즈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머리를 조금 굴린 잭은 비틀즈의 인기곡들만 추스린 다음 자신이 만든 음악이라며 모든 지인들에게 들려주게 되고 이내 '마트에서 일하는 뮤지션' 이라는 타이틀로 데모 음반도 내면서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방송에서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에드 시런(본인 역)'이 밤 늦게 잭의 집에 가, 자신의 오프닝 무대를 꾸며주지 않겠냐고 제안하고 그 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잭. 화려한 명성뒤에 '눈 떠보니 대스타' 라는 부담감을 안고 살덕 잭은 결국 자신이 부른 비틀즈의 히트곡들을 전 세계 사람들과 무료로 공유하게 된다.

진짜 소재만은 기가막힐 정도로 참신하다. 어느날 갑자기 지구에서 비틀즈의 음악을 나 밖에 모르고 있다면 나같다고 잭 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심각할 정도로 평이하다. 늘 곁에 있던 따뜻한 사람들의 소중함, 언제나 마음에 걸리는 '도용' 과 '표절' 사이에서의 갈등은 굳이 이렇게 안전하게 갔어야 했나 싶다. 워킹 타이틀이 제작한 영화라서 로맨스도 등장하긴 하지만 좀 많이 뜬금없다. 어린시절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잭을 몰래 흠모하던 엘리는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그의 곁에서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좀처럼 엘리에게 마음을 비추지 않는 잭. 영화상에서 봤을 때 잭의 엘리에 대한 마음은 그저 프랜드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였는데 갑자기 '대스타냐 나냐, 선택해라' 면서 잭에게 감정을 강요한다. 앞뒤 없는 회상씬과 더불어 '그동안 왜 내가 너의 매니저를 자처했었는지 생각 좀 해보라'며. 요즘 시대상에 맞게 좀 더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렸으면 그래도 좀 나았을 것 같은 영화 예스터데이다.

영화 중반에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스타덤에 오르고 있는 잭 앞에 나타나, '우리의 음악을 도용했다' 는 씬이 등장한다. 그렇게 가는게 훨씬 재미있었을 영화다. 그리고 잭과 함께 지구상에서(?) 비틀즈를 기억하는 또 다른 두 사람이 나타나 잭에게 경고 비슷한 걸 한다. 결국 흐지부지한 해피엔딩(?)을 맞게되지만 좀 더 강경하게 나온 버젼을 보고 싶었던 건 나 뿐?

영화 예스터데이가 그래도 가장 잘 한 점은 1980년, 광팬의 총에 맞아 죽은 존 레논을 소환시키는 일이었다. 78살에도 여전히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고있는 존 레논의 모습은 비틀즈의 팬이 아닌 내가 봐도 좀 임팩트가 있는 장면이었다. 그것 말고는 형편없는 시나리오와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전개 덕분에 평작을 넘어 졸작 사이에서 위태위태한 모습이 되어버린 영화 예스터데였다(심지어 엔딩마저 잭이 제 짝을 찾는 부분이 심하게 엉망이다).

비틀즈의 역사적인 명곡들을 이렇게 낭비하는 것도 좀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주인공 역을 맡은 히메쉬 파텔이 끔찍하게 노래를 못한다. 그래도 일단 영화니까 좀 들어보려고 하면 끊기고 좀 들어보려고 하면 끊기고... 아마 저작권 문제가 걸려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은데 비틀즈의 노래들 중 단 한 곡도 완창되는 노래가 없다. 소재가 비틀즈인데도 말이다. 굉장히 아이러니한 영화다(그나마 엔딩 크레딧에서 'hey jude' 는 끝까지 나온다).

릴리 제임스 혼자 다른 영화를 찍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예스터데이였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보다가 중간에 꺼버렸을 듯.

카페에서 울음을 참으며 잭에게 대사를 뱉던 연기는 릴리 제임스 필모그래피 중 역대급으로 남을 로맨스연기다.

+

영화에서 비틀즈 뿐 아니라 많은 것들이 사라진 걸로 나온다. 코카콜라, 오아시스(얘네가 비틀즈 후계자라고??), 담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