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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대식가

미쉐린 가이드 2019 깨기 - 서울 남산 목멱산방

그 왜 있잖아. 도장 깨기 같은거. 유명한 무술 도장을 찾아가 그 곳의 유명한 강자들을 꺾는 그거.

그 옛날 태권도 게임인 줄 알고 했던 DOS의 카라테카도 도장깨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애인이 납치되서 쳐들어간 거지만...

아무튼 이태원의 텅앤그루브조인트에 이어 용산의 오근내 닭갈비를 섭렵한 우리는 세 번째 미쉐린 가이드 격파(...)로 남산에 있는 목멱산방이라는 곳을 찾았다.

 

 

한우의 감칠맛이란 이런 것이다! - 미쉐린 가이드 2019 텅앤그루브조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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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 2019 - 오근내 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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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이게 한우다 - 이태원 텅앤그루브조인트

​근 2주만에 다시 찾은 이태원의 한우 맛집 텅앤그루브조인트.​​​얼마나 맛이 있었길래 한 달도 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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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독특한 이곳은(면목이나 멱목이라고 쓰는 사람들이 꽤 많다) 조금 이른 점심시간에 도착했음에도

웨이팅 하는 사람이 겁나 많음.

 

한국인, 외국인 관광객 무지하게 많았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 써놓고 기다리는 시간만 40여분...

목멱산방(선방 아니야)의 뜻은 목멱은 남산의 옛 이름이었다고 한다. 목멱산이라고 했다고 함. 산방은 산촌에 있는 집의 방이고. 그냥 남산 인근에 있는 밥집이라고 보면 쉬움.

목멱산방은 예약도 안되고 주차도 개똥 같으니 각오를 하고 가셔야 한다. 아니면 평일에 가시던지.

남산 인근에 있던 사람들이 다 목멱산방에 온 것 마냥 드글드글 함.

남산자락에 있는 음식점이니만큼 운이 좋으면 창가자리에 앉아 밥을 먹으며 남산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창가자리는 대부분 4인 이상 좌석임)

여기 주인장이 나름 머리를 쓴게, 방송도 타고(수요미식회)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몰리니 일단 대기한 뒤 좌석 안내가 되면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을 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반찬이나 물이 죄다 셀프. 심지어 밥도 나오면 셀프로 들고와야 한다. 남자가 들어도 좀 무거운, 놋그릇 같은 꽤 무거운 재질로 된 대접이 많아서 셀프로 들고올 때 주의하시길.

마! 이게 21세기다!!

목멱산방의 메뉴는 요정도.

목멱산방 메뉴판.

가격은 그리 나쁘지 않다. 맛집만한 가격이랄까.

저 벽에 가득 채워져 있는 그릇들이 보이는가? 겁나게 무겁다 저거.

우리처럼 비빔밥을 시키고 전 하나만 더 시키면 트레이 위에 비빔밥, 전 순서로 그릇이 올려져 있게 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들었다간 순간 기우뚱 하는 자신을 보게되니 진짜 셀프로 들고 올 때 엎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이 날 불고기 비빔밥과 강된장 비빔밥, 그리고 추가로 치즈 김치전을 주문했다. 부추전을 먹고 싶었지만 동행했던 그 분의 추천으로(?) 치즈 김치전으로...

내가 주문한 강된장 비빔밥.

기억해보면 강된장이라는 걸 처음 먹어보는 날이었다. 강된장은 된장에 갖은 재료를 넣어 되직하게 끓인 요리라고 한다. 된장 하면 조금 짭쪼름한 맛을 떠올리기 일쑤라 밥을 비빌 때 조금씩 강된장을 넣어봤는데 몽땅 몰아 넣어도 겁 나 맛 있 음 ♥︎

진짜 살면서 처음 먹어본 담백한 맛이랄까? 강된장 비빔밥은 좀 싱겁다고 느낄 정도로 간이 많이 안 되어 있었다. 근데 고소해! 매장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소한 스멜이 코를 간지럽힌다.

너 고소해♥︎

강된장 다 비볐어♥︎

그리고 그 분이 주문하신 불고기 비빔밥. 손님들이 다같이 공유할 수 있는 태양초 고추장을 넣고 비비면 되는데 고추장도 아마 직접 제조하는 듯. 1도 맵지않고 불고기와 어우러지는 감칠맛이 아주 환상이다.

기본 찬은 약간 부실한 면이 있지만 비빔밥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거의 다 나물이나 콩나물 등의 풀밭 아이들이기 때문에 솔직히 콩나물 국 하나만 있으면 될 것 같다.

 

강된장 비빔밥 처럼 불고기 비빔밥도 아주 고소했다.

너무 고소만 하는거 아니야?!

그리고 같이 주문한 치즈 김치전.

 

 

2인 테이블이라 비빔밥 두 개를 시키면 꽉 찬다. 거기에 전 하나 놓기가 좀 애매하고 위태로움. 참고하시길.

목멱산방의 치즈 김치전은 느끼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얘마저 고소했다.

그만 고소해!!

비빔밥들을 비비고 먹는 시간 뒤에 먹어본 치즈 김치전이었는데 치즈의 식감과 살짝 튀겨진듯한 김치전의 테이스트가 굉장히 희한했음.

치즈 살아있네~

 

 

음식들이 기본적으로 다 정갈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가격대비 아주아주 훌륭한 한식이었고 2만원이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만한 맛이었달까.

하지만 30분이 넘는 대기시간과 좁은 테이블, 좁은 매장은 큰 마이너스다. 딱히 기다릴 곳도 없이 밖에서 서서 기다리는 것도 큰 단점.

근데 반드시 두 번 이상은 가볼만한 아주 좋은 맛집이다. 미슐랭 가이드가 붙은 곳은 엔간하면 평타는 하고 이런 집은 최상급의 별점을 줘도 아깝지 않을만한 곳이었음.

정수된 물 옆에 산방 차라는 게 있다. 기본적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등장하는 따뜻한 차인데

얘도 겁나 맛있음.

난생 처음 마셔보는 차인데 너무 맛있어서 밥 다 먹고 내 텀블러에 가득 담아옴♥︎

밥을 다 먹고 다음에 또 올 것을 기약했다. 기본적으로 한식은 나 혼자 집에서 밥을 차려먹을 때 주로 밥을 지어서 먹기에, 외식 할 땐 밥을 좀 피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 집 한 번 와보고 밖에서 먹는 한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뀜.

남산 최고의 한식 맛집.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