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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사마에게 리뷰

스릴있어서 좋지?

병원은 폭격 못 할 거라며?

우리의 노래는 폭격보다 강하다.

인정하기 싫지만 저 아이의 부모가 부럽다. 자기 아이를 묻기 전에 죽었으니까.

 


 

 

그 어떤 다큐멘터리 보다 생생한 내전의 참극.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알레포 지역을 잠식했을 때, 그 속에 있던 대학생 신분인 '와드 알-카팁'은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내전의 참상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같은학교 의사였던 '함자 알-카팁'은 전쟁속에 사그러지는 목숨을 구하기위해 알레포에 남았고 당시 결혼을 앞두던 여자친구와 이별하게 된다. 전쟁터 속에서도 사랑은 싹틔우게되고 함자와 와드는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알레포 시내에서 결혼하기에 이른다. 이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이 바로 '사마 알-카팁'. 영화 사마에게는 그녀의 엄마인 와드가 사마에게 남기는 일기같은 형식의 영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큐멘터리를 통틀어 그 어떤 영화적 기법도 이정도까지 리얼하게 전쟁을 겪는 참상을 그려내지는 못 할 것이다. 폭격기가 지나가고 나면 여지없이 포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없는 식량을 긁어 밥을 겨우 지어먹을 때도, 병원에서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을 치료할 때도 폭탄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2011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낙서로 시작된 시리아의 내전은 알아사드 정권의 민간인 학살에 가까운 대처로 인해 평범한 시민들의 피와 살로 쌓은 공포정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4년부터 미국이 개입하여 정부군을 견제하고 2015년에는 시리아에 무기를 조달하는 러시아가 정부군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부군과 반군이 팽팽하게 대치중이다.

와드는 2011년 부터 그 참상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하루하루를 기록해 나갔다. 세계 어느곳에서도 그들의 안위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시민들이 들고있는 휴대폰과 카메라로 시리아의 반군이 점령하고있는 알레포 시내 곳곳을 찍었다. 영화 사마에게는 2011년 부터 2016년까지 와드가 찍은 기록이다. 폐허가 된 전쟁터를 놀이터 삼아 놀고있는 아이들, 스러져가는 시민들이 마지막 안식처라 생각했던 병원마저 공습하는 정부군, 그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생명들과 꺼져가는 숨들. 영화를 보고있으면 영화관에 편하게 앉아 사마에게를 보고있는 자신이 어딘가 미안해지는 작품이다. 거기에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 역시 쉬이 이룩한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시리아 내전과 교차되어 보이기도 한다. 정부군은 알레포를 온갖 무기로 점령하려하고 반군은 그 자리에 끝까지 남아있는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 한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간 많은 이들은 정부군에게 죽거나 살해당해 시체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와드의 딸인 사마는 하루종일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폭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해맑게 웃고만 있다. '그냥 여기에서 인간답게 살고싶다' 고 외치는 반군의 목소리와 고개만 돌리면 옆에있는 사람이 죽는 참극 속에서 알레포 시민들의 선택지는 많지않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생명의 존귀함'은 거짓말같은 장면 하나로 말도 안되게 등장한다. 와드의 남편인 함자가 이끄는 병원에 만삭인 여자가 폭탄의 파편을 온 몸에 맞고 병원에 실려온다. 함자를 비롯한 의료진은 긴급 제왕절개 수술로 뱃속의 아기를 강제로 꺼내고, 이미 숨이 멎어있는 새하얀 아이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안간힘을 쓴다. 관객들과 영화속의 모두가 숨죽이고 아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쉬고있지 않던 아기는 마치 기적처럼 눈을 번쩍 뜨며 울음을 토해낸다. 지금껏 봐왔던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생생하고도 숭고한 장면이었다.

전쟁 속에서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있는가. 한 사람이 지닌 목숨의 값어치는 대체 얼마인가. 국민들을 짓밟고 그들의 피와 살로 세운 나라는 진정 나라라고 부를 수 있는가. 국가는 곧 국민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 영화다.

 

영화 사마에게 결말은 내전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딱히 매듭지어지지 않는다.

 

'여긴 알레포, 정의는 무엇인가?'

 

자유를 꿈꿨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나의 도시 알레포.
사마, 이 곳에서 네가 첫 울음을 터뜨렸단다.
이런 세상에 눈 뜨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카메라를 놓을 수 없었어.
사마, 왜 엄마와 아빠가 여기 남았는지,
우리가 뭘 위해 싸웠는지,
이제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 해.

사마, 이 영화를 네게 바친다.

 

 

 

 

 


 

 

 

+

영화 사마에게 상영관은 기존 cgv 아트하우스에 걸려있는 영화들보다 더 제한적으로 상영중이다. 거의 아트 시네마 위주로 극장을 운영하는 소규모 상영관에서만 상영중이고 멀티플렉스에서도 하루에 한 두편 트는게 고작이다.

네이버에서 '사마에게' 를 검색한 다음 '예매하기' 를 눌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과 가까운 상영관을 찾는게 더 빠를 것이다. 그런 수고를 해도 아깝지 않을만큼 많은 것들을 전해주는 영화였다.

많은 상영관에서 상영하지 않아, 오히려 그 가치가 더 빛나는 영화랄까.

참고로 영화 사마에게는 전 세계 60여개의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