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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리뷰 쿠키영상 없음

세상은 별난 사람이 필요해.

허그로는 세상을 구할 수 없어.


 

 

본격 '새(bird)' 액션 애니메이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스파이 '랜스(윌 스미스)'가 MIT 출신의 천재 과학자인 '월터(톰 홀랜드)'를 만나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의 원제는 'spies in disguise' 다. 직역하면 '변장한 스파이들' 정도. 왜 제목을 저렇게 지었나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주인공인 랜스가 비둘기로 변신한다. 루카스 마텔의 단편 애니메이션인 '피죤 임파서블(pigeon impossible)' 을 원안으로 삼고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스파이 지니어스에는 스파이 영화에서 볼법한 거의 모든 장치들이 다 들어가 있다. 주인공에게 원한이 있는 악당, 첩보물에서 빠지지 않는 첨단 무기들과 카 체이싱 액션, 누명을 써서 아군에게 쫓기는 주인공, 볼거리 넘치는 스피디한 전개 등(딱 한 가지 없는게 있다면 매력넘치는 히로인). 영화를 빛내게 해주는 건 랜스의 특출난 첩보능력이 아니라 월터의 괴랄한 과학력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밖에 구현할 수 없는 비둘기 액션이 영화 내내 계속된다.

악당을 죽이지 않고 '허그'로 세상을 구하고 싶다는 월터는 어릴적 경찰이었던 엄마의 영향 덕분에 MIT를 졸업하고 스파이 에이전트에 있는 기술부서로 취업하게 된다. 중요한 순간에 발사한 무기에서 고양이와 반짝이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월터를 찾아가 대뜸 화부터 내는 랜스는 말랑말랑한 정신세계를 지닌 월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윽고 랜스를 노리는 악당인 '킬리언(벤 멘델슨)'이 랜스의 얼굴을 하고 스파이 에이전트에 있는 모든 스파이들을 제거하려는 계략을 꾸민다. 그 시각 월터에게서 들은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약' 을 마셨던 랜스는 '투명인간'이 아닌 '비둘기' 가 되어 킬리언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월터의 기상천외한 발명품들은 뻔한 첩보물을 뻔하지 않은 어드벤쳐 영화로 만들게 하는 힘을 지녔다. 평화롭게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월터는 반짝이 구름, 허그 보호막, 멀티 펜, 라벤더 향 자백 유도제 등을 앞세워 힘과 머리로 적을 제압하려는 랜스의 스파이 법칙이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덕분에 애들 장난같은 느낌의 액션이 줄을 잇지만 그런 장치들이 애니메이션 답지 않은 쫀쫀한 스파이 액션의 긴장감도 사그러들게 만든다. 보고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월터의 기술력과 랜스가 지닌 찰진 버드액션이 잘 버무려져,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를 담고있지만 그래도 새롭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는 마블과 소니가 만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 에 상당부분 빚을 지고있는 영화다. 대단원의 결말을 장식하는 곳의 배경이 스파이더맨 파프롬홈에서 나왔던 베니스와 겹치고 악당 킬리언이 손에 넣은 수 천대의 '드론' 역시 미스테리오가 써먹었던 토니 스타크의 드론과 흡사하다. 거기에 마블과 DC의 결합이라는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 '톰 홀랜드' 와 수어사이드 스쿼드(망해서 리부트 되지만...)의 데드 샷인 '윌 스미스' 의 만남(조연급인 '아이즈' 역시 마블의 네뷸라 역을 맡았던 '카렌 길런'이 연기했지만 비중이 그닥 없어서 잘 모르는 모양...)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꽤 플러스 요인이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끼리의 캐미와 실제 연기자들의 목소리 매치가 매우 찰지기 때문.

안경쓴 애가 '아이즈'.

일반적인 MIT 천재 괴짜 과학자가 만든 최첨단 무기들만 영화에 나왔다면 스파이 지니어스의 재미가 상당부분 반감됐을지도 모를 것이다. 제멋에 살던 랜스가 한낱 비둘기로 변신하여 평범한 새들과 소통이 가능하고 중요한 순간에 인간이 아닌 새로 액션의 종지부를 찍는다는 색다른 관점과 플롯이 스파이 지니어스를 빛나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특히 멀티 펜을 삼켜서 위험한 스킬들을 마구 쏘아대는 길쭉한 비둘기와 새로 변한 랜스를 어설프지만 그대로 따라하는 비둘기, 그리고 생긴것 답지 않게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월터가 키우던 암컷 비둘기가 새(bird) 캐릭터들의 킬링 포인트.

 

구구구구♥︎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는 뻔한 스파이 영화에 만화적 상상력을 덧대어 만든, 설날 극장가의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의 쿠키영상은 없다. 흥행이 잘되면 후속편이 나와도 좋을 것 같은 소재를 지닌 영화다.

++

스파이 지니어스에는 트와이스의 노래 'knock knock' 과 '서울의 열정' 이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등장한다. 극중에서 월터가 K-컬쳐에 빠져사는 덕후이기 때문. 덕분에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에 한국어도 등장하고 참 묘함.

+++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는 20세기 폭스사의 애니메이션 파트인 '블루 스카이' 가 제작한 영화다. 대표작으로 '아이스 에이지'를 만든 회사인데 폭스 전체가 디즈니로 흡수된 터라, 이제 곧 '20세기 폭스' 라는 로고 자체도 없애버릴 예정이라고 한다. 블루 스카이 애니메이터들 역시 디즈니나 픽사에 흡수되려나?

관객의 입장에선 질감이 다른 애니메이션들을 골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뭔가 하나로 대통합되는 분위기라서 영 반갑지만은 않다.

예전엔 분명히 폭스, 픽사, 디즈니, 드림웍스, 소니, 일루미네이션, 라이카 엔터테인먼트 등의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지닌 작품들의 색감이나 질이 확실히 차이가 나곤 했었음. 요샌 다 비슷비슷하고 거기서 거기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