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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후기 쿠키영상 있음

심리학 적으로 볼 때 복수 한다고 통쾌해지진 않아.

 


 

 

DC와 워너 브라더스를 다시 수렁 속에 빠트릴 할리 퀸의 한 방.

고담시에서 밤거리를 주무르던 '할리 퀸(마고 로비)'은 오래된 연인인 '조커(a. k. a. 푸딩)'와 헤어지고 모든 악당들의 표적이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뜬금없이 자칭 밤의 황제(니가?)인 '로만 시오니스(이완 맥그리거)'가 노리는 (금고의 비밀번호가 적혀있는)다이아몬드를 삼킨 '카산드라 케인(엘라 제이 바스코)' 을 지키기 위해 '버즈 오브 프레이' 라는 여성 히어로 팀과 할리 퀸이 힘을 합쳐 카산드라를 지킨다는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원더우먼' 과 '아쿠아맨(2018)', 그리고 '샤잠!(2019)'이 겨우겨우 명맥을 이어가려 노력했던 'DC 확장 유니버스(DCEU)'에 찬물을 끼얹는 영화다. 폭스와 마블(그리고 라이언 레이놀즈)의 '데드풀' 시리즈가 연타석 홈런을 치던게 부러웠던지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역시 R등급에 꽤 잔인한 묘사를 집어넣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할리 퀸이 나래이션을 해대고 '제 4의 벽'을 허무는 듯한 액션도 한 번 취해주신다. '버즈 오브 프레이' 라는 DC유니버스 여성 히어로 팀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할리 퀸의 단독 주연에 버즈 오브 히어로 멤버들은 양념처럼 버무려졌다. 코믹스에서 데려온 캐릭터들은 존재감과 비중을 잃은채 여성성을 강조한 싸움에 몰두한다. 상당히 허접하고 안무에 가까운 액션 시퀀스를 보여주면서 이 영화가 왜 존재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굳이 답변을 하자면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베꼈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데드풀의 수다스러운 입담과 혀를 내두르는 패러디, 오마쥬를 한데 엮어서 코믹하고 막나가는 액션 범벅으로 만들었어도 '그럭저럭 볼만하네' 라는 감상을 남길 영화였는데 캐릭터 전원은 상당히 평면적이고 스토리텔링은 너절하기 짝이 없으며 108분이라는 런닝타임 내내 관객들이 무표정으로 일관할 수 있는 특권을 가져다주는 영화다. 지금까지 등장한 마블과 디씨 등의 코믹스 원작이 존재하는 히어로-액션 영화 중에 아마 최고로 심심한 영화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빌런으로 등장한 '블랙 마스크(로만)'는 중차대한 사항은 죄다 부하직원에게만 맡기고 본인은 거의 하는게 없어서 대체 왜, 무엇때문에 이완 맥그리거가 이 영화에 출연했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주연들이기 때문에 각자 남성들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 부당함을 영화 내내 피력한다. 덕분에 여성들을 상대해주는 악당들과 엑스트라들은 주인공들이 별다른 모션도 취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자빠지고 죽고 그런다. 동선이 큰 액션이나 파괴력이 강한 타격감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유일하게 할리 퀸 혼자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는 감옥 안에서 단독으로 액션 씬을 소화했는데 워낙 짧고 액션의 합도 엉성해서 하품이 난다. 할리 퀸이 쏘는, 산탄도 아닌 껌 같은 것과 반짝이-연막탄에 총도 제대로 쏴보지 못한채 픽픽 쓰러져가던 경찰관들을 떠올리면 실소가 새어나올 지경이다.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는 역설적으로 왜 할리 퀸 옆에 항상 조커가 있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영화다. 오역한 것 같은 웃기는 부제는 영어로 된 부제를 그대로 옮긴거라서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그녀의 '해방' 이 그동안 사귀어온 조커와 이별을 뜻하는 거라면 상당한 계산착오라고 볼 수 있다. 전혀 황홀하지 않고 해방의 느낌도 없으며 조커와 헤어진게 탄로나자마자 자신을 노리는 악당들에게 전전긍긍하는 그녀와 조커의 빽을 믿고 난리 브루스를 춰오던 과거의 할리 퀸이 주는 간극은, 말 그대로 '미친년' 처럼 날뛰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보여준 할리 퀸의 매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에서 본격적으로 데뷔하며 삽질하던 모든 남자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혼자 영화를 질질 끌고가던 할리 퀸은 사라지고 쓸데없는 말만 잔뜩 나불대는 (재미는 없는데)수다스러운 할리 퀸이 이 영화에 들어있다.

마블과는 다르게 DC의 영웅들은 인간과 신적인 존재의 능력차이, 수준차이를 어떻게든 좁히려고 노력하거나 심각할 정도로 고뇌하는 히어로의 심히 인간적인 면모를 내세우며 인기몰이를 했던 존재들이다. 반면에 버즈 오브 프레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심각할 정도로 평평한 캐릭터들이 넘실댄다. '그냥 인간' 인 할리 퀸에 맞서 싸우는 빌런들 역시 '보통 인간' 이기에 별다른 위협도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으며 총-칼-주먹으로 싸우는데도 느릿~하고 느슨~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블랙 카나리(저니 스몰렛)' 의 '사자후'도 놀랍기보단 유치하고 뜬금없는 지경. 블랙 마스크가 고용한 용병들은 사자후에 죄다 날아가는데 할리 퀸은 사자후를 추진력삼아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돌진한다. 코믹스를 보지 않는 나같은 관객들은 '읭?' 하는 연출들이 꽤 자주 등장한다. 총알은 언제나 할리 퀸을 피해가며 그녀의 코앞에 있는 적들 역시 총과 칼과 우람한 근육으로 온 몸을 도배하고 있는데도 할리 퀸에게 너무도 쉽게 무릎을 꿇는다.

아마 이 영화를 돈주고 봤다면 더 심하게 비난하는 리뷰를 썼겠지만 cgv vvip 쿠폰으로 무료 감상한 영화라서 여기에서 멈춘다.

마블은 벌써 네 번째 페이즈로 넘어가며 다음에 다음을 준비하는 와중인데 DC는 그냥 계약 되어있으니 대충이라도 찍고 빠지자는 느낌이 짙다. DC의 영화들은 돈도 있고 소재도 있는데 찍기 싫은 걸 억지로 찍는 느낌이랄까. 마치 될대로 되라는 식.


+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의 쿠키영상은 한 개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다음에 나오는데 쿠키영상이라고 하기에도 허접스러운 할리 퀸의 멘트 하나가 짤막하게 나오고 끝이난다.

"바보들. 아직도 안 나갔어? 그렇다면 비밀을 알려줄게. 배트맨이 말이야..."

이게 다다. 마지막까지 관객에게 엿을 먹이는 DC와 워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 쿠키영상 역시 DC코믹스와 애니메이션 기반의 팬들은 좋아 죽을만한 내용이지만 나같이 그런것 따위 안중에도 없는 관객들은 알아들을리가 없는 대사다. 애니메이션에서 배트맨이 박쥐랑 떡을 친다는 드립을 하다 말이 끊긴 모양새의 멘트다.

++

영화 초반에 할리 퀸이 지명수배지를 보며 '나 쟤 알아' 하는 인물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나왔던 캡틴 부메랑이다.

아.. 네.. 그래서요??

 

+++

영화 제목에 쓰인 버즈 오브 프레이 뜻은 '맹금류(독수리, 매, 올빼미 등의 육식성 조류)' 라는 의미이다. 상위 포식자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