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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조래빗 후기 쿠키영상 없음

사실은 우리 모두 귀신인데 그걸 모르고 있는 걸수도 있어요.

로맨스는 필요해. 너도 언젠가 운명의 상대를 찾으면 알게 될거야.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거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알게 돼. 배가 아프거든. 뱃속에 나비가 가득 차있는 것처럼.

유대인과 나치는 친구가 될 수 없어!

아름다움도 두려움도 모두 경험하라. 계속 걸어나가라. 감정에는 이르지 못할 거리란 없으니.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래, 사랑이야.

제 2차 세계대전 말, 독일에서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 둘이 살고있는 꼬마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가 어느날 벽장속에 숨어있던 유대인인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만난다는 이야기.

영화 조조래빗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목전에 앞둔 독일 속 시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나치즘에 속박되어있는 꼬맹이가 우연한 계기로 유대인과 교류하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 속에 있던 빗장을 풀어가는데 당시에 히틀러가 설파했던 유대인들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알고보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너절한 프로파간다였음을 영화 속 조조의 눈으로 확인시켜준다.

신발끈조차 혼자 묶지 못하는 미숙한 조조는 상상속 친구인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와 시종일관 내면에 있는 대화를 나눌 정도로 히틀러를 좋아하고 그의 나치즘을 사랑한다. 독일 소년단 캠프에서 선배들은 조조에게 토끼 하나 맨 손으로 죽이지 못한다며 '조조 래빗' 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자신이 바라던 독일군의 모습에 반도 못 미치는 수행능력을 스스로 보게된 조조. 하지만 친구인 히틀러의 응원덕에 호기롭게 수류탄을 투척했지만 자신의 발 밑에 떨어지는 바람에 얼굴과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한동안 집에서 지내게 된다.

이윽고 집의 벽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수사를 시작한 조조는 이내 벽장속에 숨어지내던 유대인인 엘사를 만나게 된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자국민들에게 펼쳤던 유대인에 대한 선전과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엘사 덕분에 조조 속에 있던 유대인 이미지는 조금씩 깨지게 되고, 전쟁이 끝나면 약혼자인 네이선을 만나러 갈거라는 엘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질투심이 폭발하게 된 조조는 네이선이 쓴 편지랍시고 엘사에게 이별을 통보하기도 하고 독일이 패망하고 히틀러가 자살하면서 전쟁이 끝났지만 엘사가 떠나는게 싫어 그녀에게 독일이 승리했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2차 세계대전과 독일, 나치, 그리고 그 당시 독일인의 머릿속에 있던 유대인의 존재를 재미있고 재치있게 그린 영화다.

마블의 '토르 - 라그나로크(2017)' 로 유명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다. 상당히 무겁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조조의 눈으로 재미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냈다. 수류탄 하나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꼬마아이, 미군과 연합군이 조여오는 찰나에도 어린아이에게 군복을 입혀 총을 들게하던 독일, 전쟁에서 눈 하나를 잃고 강등당해 술에 쩔어 독일 소년단 대장이나 하고있는 '대위(샘 록웰 / 클렌젠도프 역)' 등 2차 세계대전 속에 있던 일반 독일인들의 모습을 현실감있게 표현했다. 독일과 나치를 최대한 유연하게 표현한 영화지만 클라이막스는 있다. 어느날 조조의 엄마가 유대인을 도왔다는 혐의로 교수형을 당하고 조조의 집에 숨어살던 엘사를 찾기위해 '게슈타포'들이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도시에 남아있는 독일군을 연합군들이 총살할 때, 정말이지 운 좋게도 조조는 모든 위기를 어렵사리 넘기게 된다. 그동안 2차 세계대전 속의 독일을 그린 영화 대부분이 비극적이고 처참한 전쟁의 참상을 그려냈지만 영화 조조래빗은 '인생은 아름다워(1997)'에서 슬쩍 빌려온 듯한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가 끝나고 올라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가 조금 뜬금없긴 해도 가슴에 깊이 남는 영화다. 릴케의 시 이야기는 엘사의 약혼자인 네이선이 편지에 인용했던 아이템이라 대놓고 등장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당연하게도 영화가 끝나자마자 서점에 가서 릴케의 시집을 구입했다.

영화 조조래빗의 하이라이트씬은 뭐니해도 조조의 뱃속에 가득차있는 나비들이 나오던 장면.

 

자신은 전쟁이 싫지만 나치에 빠진 아들을 (아빠 몫까지)언제나 위로해줘야하는 로지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도 좋았고 믿고보는 샘 록웰의 중요한 순간에 하나씩 뭔가를 해주는 역할도 좋았다.

영화 조조래빗을 보고나면 히틀러가 왜 그렇게 유대인들을 못죽여서 안달이 났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싶어진다.

조조래빗의 쿠키영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