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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작은 아씨들 리뷰 쿠키영상 없음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쓴다 - 루이자 메이 올컷

어떤 천성들은 억누르기엔 너무 고결하고 굽히기엔 너무 드놉단다.

가난이 지겨워.

- 죽음은 썰물 같은거야. 서서히 떠나가지만 막지는 못해.

- 내가 막을거야.

요즘 시대에 여성이 성공하는 방법은 딱 두 가지야. 사창가에 가거나 배우가 되거나. 둘 다 똑같지만.

여자에겐 사랑이 전부라는 말이 너무 지긋지긋해요! 하지만 너무 외로워요...

- 주인공이 독신으로 남으면 아무도 책을 안 사요.

- 결혼은 소설 속에서도 경제적 거래네요.


 

고전이 가져다주는 마스터 피스의 향연.

작은 아씨들 원작 소설을 집필한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품에 본작의 감독이자 시나리오까지 써낸 '그레타 거윅' 의 현대 시대에 맞게 각색한 눈부신 스토리텔링이 그야말로 빛을 발하는 영화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시시각각 과거와 현재를 정신없이 오가며 네 자매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려냈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흡입력이 어마무시하다.

배우가 되고싶은 첫째 '메그 마치(엠마 왓슨)',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 마치(시얼샤 로넌)',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마치(엘리자 스캔런)', 화가가 되고싶은 막내 '에이미 마치(플로렌스 퓨)'. 평범한 중산층 집에서 태어난 네 소녀는 남북전쟁에 참전중인 '아버지(밥 오덴커크)'와 자신보다 더 궁핍한 이웃을 돌보는 '어머니(로라 던)' 아래에서 각자의 꿈을 막연하게나마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에 살고 있던 '로리 로렌스(티모시 샬라메)'를 우연히 알게되고 서로 얽히고 설켜가며 성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려낸 영화.

영화 작은 아씨들은 조의 시점을 주로 영화에 사용했다. 작가가 되고팠던 조는 로리와의 사랑도 우정으로 치환한 채, 여성은 이름도 내 걸 수 없었던 19세기의 미국 한 가운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열렬하게 내고싶어 무던히 노력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시종일관 그녀의 글이 자극적이지 않다며 퇴짜놓는 출판사 사장이나 가세가 기울어져가는 상황을 어떻게든 타파하려 길었던 머리를 잘라서 팔거나 며칠밤을 새워 글을 쓰는 등 요즘시대에 딱 어울리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아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원작의 작가 본인의 인생을 소설에 녹여냈고 결국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 첫째인 메그는 배우가 되려 했으나 로리의 가난한 가정교사인 '존 브룩(제임스 노턴)'을 만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주 현실성있는 유부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입만 열면 가난이 지겹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는 그녀는 자신의 드레스에 쓰일 고급 원단마저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하면서도 그런 것 조차 해주지 못하는 남편을 위로하며 못이룬 꿈과 자신의 상황을 곱씹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셋째인 베스는 피아노를 잘치고 네 자매중에 손재주가 가장 좋은 여성이다. 떠들썩한 집에서 언제나 혼자 조용히 있을때가 많으며 자신의 집보다 더 어려운 집을 도우러 갔다가 성홍열에 걸려 죽게된다. 막내인 에이미는 둘째 언니 조에게 늘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소녀다. 메그나 베스는 몰라도 조에게 지는 건 죽는 것 보다 더 싫어하는 캐릭터. 화가가 꿈이라서 '대고모(메릴 스트립)'를 따라다니며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상당히 세속적인 면모를 풍기게 된다. 결국 막판에 로리가 조 대신 아내로 에이미를 간택하여, 승리자가 되는 인물.

'작은 아씨들'이라는 고전 소설을 전혀 모르는 나같은 사람이 봐도 배우들의 무서운 호연과 과거-현재를 잇는 훌륭한 교차편집으로 인해 굉장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세상에 여성들이 맞설 수 있는 방법과 자신의 꿈-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방법, 기회가 왔을 때 낚아 챌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지, 가족과 우정의 접합점 등 인생의 거의 모든 걸 압축해 놓은 듯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웃사촌으로 나온 로리가 영화가 밍밍해져 갈 때쯤 한 방씩 꼭 터뜨려준다. 부모를 모두 여의고 큰 저택에서 부자인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있는 그는 이탈리아계 핏줄이 섞여 있는 통에 한량같은 분위기를 왕왕 뽐낼때가 있는데 티모시 샬라메가 아니면 아무도 해내지 못할 것 같은 능글맞은 연기를 보여준다. 진짜 티모시의 캐스팅은 본작의 신의 한수였달까.

조와는 우정으로 시작하여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이 돼버리고 말지만 현실에 등떠밀려 로리를 밀쳐내는 조의 상황과 연기가 작은 아씨들의 클라이막스라서 별거 아닌데도 손에 땀을 쥐고 봤다. 시얼샤 로넌과 티모시 샬레메 모두 이제 막 20대 중반이 된 터라, 두 배우의 앞날이 엄청 기대가 된다.

베스의 죽음 역시 억지스러운 신파극으로 치닫지 않은게 영화 작은 아씨들이 빛나는 이유다. 네 자매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언제나 엄마를 도와, 똘똘 뭉치는게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지만 자매 셋이 남게 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녀들의 의지가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1868년에 나온 고전문학을 영화화한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현실감 있는 전개와 스토리, 편집, 배우들의 명연기, 그리고 훌륭한 고증 덕분에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듯 네 여인의 인생을 슬몃 훔쳐볼 수 있는 영화다. 원작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면서 현실에 맞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완성한 그레타 거윅 감독. '페미니스트 영화', '여성성을 강조한 영화' 는 바로 이런 작품을 빗대는 수식어다. 대놓고 '우리 영화는 페미니스트 영화야!!' 라고 굳이 알아달라며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한심한 영화들이 아니라. 전작인 '레이디 버드(2018)'가 상당한 망작이라 쳐다도 안 볼 심산이었는데 작은 아씨들로 거의 마스터 피스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어내서 앞으로 계속 그녀의 연출을 기대하게 될 것 같다. 당연히 영화를 보고 나와서 원작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작은 아씨들의 원작 소설을 구입하러 교보문고에 가게됐다. 이런 영화를 만나게 되면 정말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감정 같은 걸 느끼게 된다.


 

 

+

영화 작은 아씨들의 메인 주연은 조 역할을 맡은 시얼샤 로넌이지만 어쩔 수 없이 첫째 메그역을 맡은 엠마 왓슨의 미친 미모 덕분에 그녀가 등장할 때만 되면 거의 넋을 잃고 봤다. 특히 상류층 무도회 때 입고나온 핑크색 드레스는 엠마 왓슨을 영국의 문화재 같은 걸로 지정해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이 들만큼 아름다웠다.

날 가져요 엉엉 ㅠㅠ

 

 

++

영화 작은 아씨들의 쿠키영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