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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수퍼 소닉 리뷰 쿠키영상 있음

난 진짜 혼자야. 영원히 혼자일테고.

인류에겐 작은 발자국이지만 내겐 거대한 도약이지.

 


 

 

 

 

8비트에서 3D로, 그야말로 거대한 도약.

1990년대, 소년들의 마음을 훔쳤던 스피드광 고슴도치인 소닉이 실사영화로 돌아왔다. 상당히 늦은감이 없잖아 있지만 영화속에서 음속으로 달리는 소닉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은 해주는 영화.

'소닉(벤 슈와츠)'이 지닌 특별한 힘을 노리는 적들 덕분에 '링'의 포탈이동을 통해서 소닉은 지구에 떨어진다. 그로부터 10년 후, 인간과 함께 살고있지만 인간의 눈에는 띄지 않았던 소닉이 미국 정부가 고용한 '닥터 아이보 로보트닉(짐 캐리)'의 표적이 되고, 친구하나 없이 외롭게 동굴 속에서 지내던 음속의 고슴도치가 그린 힐즈 보안관인 '제임스 마스던(톰 와코우스키)'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이야기.

처음 '수퍼 소닉(sonic the hedgehog)'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일명 '불쾌한 골짜기' 덕분에 소닉 프랜차이즈의 오랜 팬들의 원성을 있는대로 다 끌어모아서 먹었던 파라마운트였다.

 

결국 제작사는 이미 다 찍어놓은 소닉 캐릭터의 3D 랜더링을 수정하기로 결정했고 개봉일도 자연스레 미뤄지며 이제야 빛을 보게 됐는데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깔끔하고 퍽 잘 만들었다. 영화 수퍼 소닉은 이미 오래전에 완성된 '세가(sega)'의 동명의 게임을 실사로 옮긴 영화인데 기존의 게임에 있는 링(ring) 시스템과 닥터 아이보 로보트닉이 왜 '닥터 에그맨' 으로 불리게 되는지, 그린 힐즈, 머쉬룸 힐즈는 어디인지, 소닉이 항상 신고 다니는 빨간색 바탕의 신발(파워 스니커즈) 등을 어떤 경위로 얻게되는지를 상당히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영화적 플롯과 스토리텔링의 힘에 기대기 보다는 소닉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소개하는 느낌의 영화라서 소닉을 잘 모르거나 소닉 게임의 세계관에 하등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유치하기도 하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 영화다. '미친 과학자' 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닥터 아이보 로보트닉을 소닉을 찾기위해 고용하는 정부도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처럼 보이고 무엇보다 한가한 지역 보안관 생활에 지쳐, 샌프란시스코로 전근을 가고싶어하는 톰의 소닉을 돕는 경위가 너무 어설프다. 그럼에도 영화 수퍼 소닉은 소닉 게임을 재미있게 해봤던 유저라면 반드시 봐야하는 영화다.

우주 어딘가에 있는 행성의 섬에서 부엉이 '롱클로' 에 의해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던 어린 소닉은 '에키드나' 로 추청되는 무리에게 쫓기게 된다. 롱클로는 소닉에게 링 꾸러미를 쥐어주며 몸을 피신하라면서 지구로 보내버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에 야구장에서 혼자 놀다 열이 받은 소닉은 무심결에 에너지를 방출하여 태평양 연안 북서부 전체의 전기를 끊어버리게 된다. 이 사건을 닥터 아이보 로보트닉에게 맡기는 정부. 로보트닉은 외계 생명체에 의해 사건이 일어났음을 직감하고 야구장에서 주운 소닉의 가시 하나에 무한대의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되어 소닉을 잡아, 해부하려고 한다. 그 사이 소닉은 언제나 몰래 지켜보던 '도넛 맨(도넛 로드 / 톰)' 의 집 창고에 숨어 다른 차원으로 도망치려 하지만 톰은 너구리인 줄 알고 마취총을 쏴버린 탓에 어쩔 수 없이 소닉을 돕게된다. 정부소속이 된 로보트닉을 한 대 때린 혐의로 테러리스트로 지정되어 수배가 내려진 톰은 소닉이 떨어트린 링 꾸러미를 찾으러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고 로보트닉 박사는 자신이 지닌 최첨단 과학력으로 끈질기게 소닉을 쫓는다. 로보트닉 박사가 주로 사용하던 무기가 바로 달걀모양의 '드론' 이라서 소닉이 '에그맨'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말미에 가서는 에그맨을 버섯 행성으로 보내버리는데 성공하게 된다(원작에서도 소닉이 비슷하게 에그맨의 닉네임을 지어준다).

 

수퍼 소닉은 영화 오프닝부터 아재감성을 상당히 자극한다. 파라마운트 픽쳐스의 로고가 산 주변에 별이 박힌 이미지인데 별 대신 링이 들어가 있고 세가 60주년과 영화화를 기념하여 8비트 감성을 가득담은 세가의 오프닝 로고 또한 심금을 울린다.

오리지널 게임에선 그냥 황금 링에 미친 고슴도치인줄 알았던 소닉을 우주 여행자 컨셉으로 잡은 링의 존재 이유도 상당히 그럴듯하고 원하는 곳을 떠올리고 링을 던지면 포탈이 열린다는 시스템도 짐짓 설득력이 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꾸준히 언급되는 '버섯 힐즈' 행성에선 마치 너클스가 살아 움직일 것 만 같고 게임 속 스테이지인 '그린 힐즈'가 소닉이 살던 곳이 아니라 지구라는 설정도 나쁘지 않았다. 게임처럼 소닉을 죽을 때 까지 따라오던 닥터 에그맨의 변화무쌍한 무기들 역시 상당히 흥미로웠다.

 

 

뒤에선 에그맨이 필사적으로 쫓아오는데도 뜬금없이 술집에 들어가 버킷 리스트 운운하며 한바탕 난리를 피우는 씬은 영화 '엑스맨' 리부트 시리즈의 '퀵실버'를 오마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교로 봐줄 수 있고(소닉이 지구에서 살고있던 동굴엔 DC코믹스의 '플래시'가 있다), 말 그대로 '소닉 붐' 을 일으키는 소닉의 필살기는 점프와 달리는 것 밖에 할 줄아는 게 없는 게임 속 소닉이 지닌 아이덴티티를 아주 잘 살린 지점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내에서 소닉이 링을 통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에그맨에게 쫓기게 되는데 특히 이집트가 배경으로 나올 땐 클래식 소닉 게임의 스테이지 중 하나를 보는 것 같아서 은근한 기대감이 울컥울컥 삐져나오게 된다.

'불쾌한 골짜기(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 덕분에 위태로웠던 소닉의 실사화 영화였지만 생각외로 수준 이상을 보여준 영화라서 후속작이 상당히 기대가 된다. 하지만 소닉 디자인 변경에 따른 개봉일 수정 덕분에 흥행 실패가 점쳐지는 통에 후속작을 영영 못 볼수도 있는 영화다. 그래도 소닉 시리즈의 아주 오래된 팬인 한 명으로서 눈 앞에서 살아움직이는 3D 의 소닉을 본 것 만으로도 절반 이상은 먹고들어가는 작품이다.


+

영화 수퍼 소닉의 쿠키영상은 한 개다. 영화가 끝나면서 닥터 에그맨이 버섯 힐즈로 날아가 자신의 장비없이 맨 몸으로 길을 찾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쿠키영상은 아니고 배경 덕분에 너클즈를 기대하게 되지만 그것 또한 아니다. 수염이 게임 속의 에그맨과 똑같이 변한 것에 박수를 보내는 엔딩(소닉이 내뿜은 소닉 붐 덕분에 감전 비슷하게 되서 수염이 양쪽으로 섰다).

이제 버섯 힐즈에서 버섯먹고 살만 찌워서 돌아오면 되겠네. 너클즈 데리고.

 

엔딩 시퀀스가 끝나고 쿠키영상 한 개가 바로 등장하는데 역시 소닉처럼 '링' 을 통해 포탈을 열고 어딘가에서 소닉을 찾으러 지구로 날아온 '테일즈' 가 등장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위의 두 미친 짤들(...)은 아니고 새로 디자인된 소닉만큼이나 그럴듯하게 디자인된 테일즈를 만날 수 있다. 부디 후속작이 제작된다면 레벨업 되어 미친 악의 과학자가 된 닥터 에그맨과 너클즈, 테일즈 모두를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참고로 테일즈는 꼬리 두 개 달린, 하늘을 날 수 있는 여우(꼬리를 돌려서 프로펠러처럼...), 너클즈는 수직으로 벽을 오를 수 있는 강아지다. 소닉이 고슴도치인데 왜 게임 속에서 몸 뒷부분이 상어 지느러미처럼 생겼는지 평생 의아해했었는데 수퍼 소닉 영화에서 드디어 궁금증이 풀렸다. 고슴도치의 수많은 가시들이 뭉쳐서 하나의 갈기처럼 보였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