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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부력 리뷰 실화

- 매일 죽어라 일하면 뭐해요, 돈 한 푼도 못 받는데.

-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뭐가 필요해?


 

 

 

 

동남아시아 해안에 만연한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의 실체.

수많은 동생들과 부모님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고 있는 '차크라(삼 행)' 가족. 매일처럼 죽기보다 힘든 노동을 하며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또래 여자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차크라는 답답해 미칠 것 같은 삶을 벗어나고자 친구에게 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태국으로 떠난다. 소개비가 없는 사람들은 외상으로 일을 따낼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차크라는 옷 몇 벌만 챙긴채 일터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공장이 아니라 바다 한 가운데에 떠있는 배 위였다. 소개비가 모자라던 남자인 '케아(모니 로스)'와 함께 배에 오른 차크라는 배 위에서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겁박하는 '롬 란(타나웃 카스로)' 일행을 만나 죽음의 경계선인 바다 위에서 돈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노동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영화 부력은 동남아 해안에서 지금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강제노역과 인신매매를 다룬 실화 영화다. 캄보디아에서 일거리를 찾기 위해 태국으로 떠나는 노동자들을 대충 눈대중으로 선별하여 죽을 때만 내릴 수 있는 배 위에서 써먹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대로 바다로 쳐넣는 사람들이 오늘도 살아서 어업을 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차크라는 매일 보잘것 없이 굴러가는 따분한 집안이 싫어서 태국을 향해 돈을 벌러 떠나지만 소개비가 없어, 원양어선으로 보내지게 된다. 제대로 몸을 펴고 앉을 수도 없는 잠자리와 흰 쌀밥 + 바닷물이 제공되는 배 위에서의 노동은 그래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 덕분에 집에서 어영부영 농사를 짓는거 보다는 낫다고 차크라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내, 롬 란의 배 위에서 먼저와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총으로 죽이거나 바다에 던져버리는 롬 란 일행을 보고 위기를 느낀 케아는 자식들과 아내가 있는 가장이지만 소개비가 모자라 차크라와 함께 롬 란의 배를 탄 사람이다. 케아는 며칠 후, 롬 란에게 대들었다가 사지가 찢겨죽는 벌을 받게 된다.

일련의 행동들을 보고도 그저 담담하게 일을 하는 차크라. 하지만 어느날 밤, 차크라의 몸을 탐하던 롬 란의 동료를 우연히 그물에 걸려 올라온 나뭇가지로 죽여버리고 자신의 행위에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차크라. 어린아이에게 총을 들이대며 '돈은 나중에 한꺼번에 주겠다'는 롬 란과 나머지 그의 동료들 모두를 그물에 걸려 올라온 사람의 다리뼈로 쳐죽이게 된다. 결국 차크라는 배의 선장을 하게되고 롬 란 일행이 모아둔 현금도 챙겨 배에서 내리게 되고 집에 돌아갈까 잠시 생각하지만 멀리서 농사를 짓고있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보며 유유히 다시 어디론가 떠나며 영화가 끝난다.

영화 부력은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인신매매와 노동력 착취에 관한 영화다. 거의 무명인 이국적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영화라서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에 가깝고 또 어떻게 보면 전체적으로 어두운 화면들 때문에 스릴러 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영화다. 실제 배 위에서 임금도 받지 못한채 고된 노동을 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실상은 영화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차크라를 연기한 삼 행은 연기가 아닌, 실제에 가까운 무덤덤하고 싸이코패스적인 연기를 그럭저럭 잘 보여줬다. 영화에서는 마치 거짓말처럼 어린 꼬마아이가 총까지 들고있는 늙은 어른들을 쉽사리 죽이지만 아마 그동안 인신매매에 시달린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출연하는 등장인물 모두가 처음보는 이국적인 배우들이라서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연기를 영화 내내 봐야하지만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독특한 연기 덕분에 실화가 주는 힘과 함께 굉장히 집중해서 볼 수 있던 영화였다. 그저 노동자들은 돈을 벌고싶었을 뿐인데 목숨을 담보로 일 한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한채 바다 위에서 이름도 없이 죽어가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에 염전노예의 뉴스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었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동남아시아는 물론, 한국에서도 버젓이 최저임금도 쥐어주지 않은채 노동력을 착취하는 버러지같은 인간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