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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야구소녀 리뷰 실화 쿠키영상 없음

 

너같은 애는 어차피 해도 안돼.

내가 너 여자라서 안된다고 하는 거 같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실력이 없는거야 넌.

- 나 프로팀 근처에도 못 가봤어. 그래도 괜찮아?
- 내가 대신 가줄게요. 그러면 되잖아요.

단점은 절대 보완되지 않아. 단점을 가리려면 장점을 부각 시켜야돼.

안되는 거면 빨리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야. 그거 부끄러운 거 아니야.

수인이 거기 있는 거 자체가 힘든애야. 그럼 우리가 도와줘야지. 남들처럼 말리는게 아니라 우리가 도와줘야 되는 거잖아. 우리가 부모니까.

예전에 같이 전철타고 집으로 가는데 니가 앞에 앉은애가 아이스크림 먹는 걸 빤히 쳐다보는거야. 이제 전철 멈추고 내려야 되는데 내가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여자애만 계속 쳐다보잖아. 그냥 하나 사주면 되는데 돈이 아깝더라고. 아이스크림 하나가 뭐가 그리 비싸다고... 엄마가 어떻게 한 줄 알아? 내가 니 팔을 확 잡아당기면서 저런거 쳐다보면 진짜 나쁜거라고 엄청 혼냈었어. 전철 안에 사람들 다 있는데서. 사실은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벌벌 떠는 나한테 화가난 건데 너한테 다 뒤집어 씌웠었어. 엄마가 미안해...


 

 

어수룩하게 타협하지 않는 그녀의 열정.

백송고교 야구부에 여자아이가 한 명 있다. 최고 구속 134km를 던지는 투수, '주수인(이주영)'. 이제 곧 졸업을 해야해서 꿈에 그리던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하는게 그녀의 목표다. 하지만 대한민국 야구계엔 '의학적으로 남성이 아닌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했었고 1996년이 지난 뒤에야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었다. 그래서 주수인은 아무도 자신을 뽑지 않는 프로구단들 덕분에 한 학년 더 학교를 다녀야 하나 고민이다.

어느날 '백송고교 야구감독(김종수 / 박감독 역)'의 후배인 '최진태(이준혁) 코치'가 백송 고등학교 야구부의 새로운 코치로 들어오고 프로구단 문턱도 밟아본 적 없는 그는 고집만 부리는 주수인에게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포기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남자도 힘든 프로 야구인데 여자라 공을 던지는 어깨에 힘 자체가 들어가지 않는 주제에 프로 구단에 입단 한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한편 수십년 째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만 하고 있는 '남편(송영규 / 주귀남 역)' 대신 공장에 딸려있는 식당에서 일을 하며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고 있는 주수인의 '엄마(염혜란 / 신해숙 역)'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앞길이 뻔히 보이는 딸의 불투명한 미래가 걱정되어, 회사 사장님께 말씀을 드리고 수인이를 공장에 취직시키려 안간힘을 쓴다.

 

그저 돈 밖에 모르는 엄마의 속도 모르는 수인이는 처음엔 야구 아니면 안 될 것 처럼 고집을 부리다가 이내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6개월 동안 현장에서 일을 배우기로 하고 학교 수업 대신 공장에 나가게 된다. 물론 공장 일이 끝나면 바로 학교로 돌아가 투구 연습을 매진하는 수인. 수인이의 황소고집에 마침내 꺾인 최코치는 어차피 다른 남자 투수들에게 강속구로 승부하면 질게 뻔하니, 변화구에 승산을 걸어보는 건 어떠냐며 주수인에게 제안한다. 고등학교 야구부 남자 투수가 130km 의 직구를 던지는 건 별 일 아니지만 여고생 투수가 130km 의 직구를 던지면 놀라운 일이라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던 수인이는 최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여 직구와 변화구 모두를 던질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난다.

그리고 며칠 뒤, 최진태 코치는 시험삼아 드래프트 관계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SK와이번스의 트라이아웃 평가 때 주수인도 참가할 수 있게 사정을 하고 '이왕 안 될 거, 해보고 단념할 수 있게 딱 한 번만 기회라도 주자' 라며 주수인을 마운드에 올려놓는데 성공한다. 직구에 이어 변화구까지 던지는 여자 투수를 보고 '재밌네' 라는 말을 뱉은 SK 와이번스 감독은 함께 구장에 와있던 프로 선수를 타석에 올려놓지만 주수인은 그 프로 선수마저 스트라이크 두 개와 파울볼 하나, 그리고 허공에 높이 뜬 볼로 잡아낸다.

이제 슬슬 졸업을 앞둔 시기의 주수인.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공장으로 다시 돌아가야하나 고민이 많은 수인이는 SK 와이번스 구단주에게 연락을 받고 찾아간다. 의외로 '김단장(유재명)'이 수인이에게 내민 건 프로 구단 입단이 아닌 SK 와이번스의 프론트 업무 채결 계약서. 아무런 상징성조차 없는 그 일을 수인이는 마다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녀는 뼛속까지 야구선수가 되는게 목표인 것. 그래서 결국 한 발 양보한 SK 와이번스는 다시 한 번 주수인을 프로야구 2군으로 입단할 것을 요청한다. 끝끝내 자신과 현실, 그리고 엄마의 의지에 타협하지 않고 꿈을 이루게 된 주수인의 이야기이다.

영화 야구소녀는 여러 연령대의 여성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여성 영화다. 10대를 대표하는 여성은 주인공인 주수인이고 20, 30대를 대표하는 여성은 교사이면서 핸드볼 국가대표인 '김선생(이채은)'이다. 그리고 40, 50대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은 수인이의 엄마인 신해숙이다. 10대인 주수인은 프로구단에 입단해 투수가 되는 목표가 있고 20, 30대는 수인이가 자신을 무시하던 말던 그녀를 응원한다. 그리고 40, 50대 엄마는 끝내 꿈이 꺾여,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지 않을까 죽자사자 딸을 말린다. 그럼에도 수인이는 손가락에서 피가 날 정도로 공을 던지고 또 던진다. 정말 야구밖에 모르는 수인이의 하나밖에 없는 글러브를 엄마가 태울 때도, 공인중개사 시험을 부정적으로 패스하려는 아빠가 경찰에게 잡혀가도 수인이는 꿈을 버리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공만 던졌다. 어줍잖게 야구의 맛이라도 보라고 SK 와이번스 구단주가 내민 프론트 업무 계약서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프로 선수가 되고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주수인을 보면서 '여자라서 안돼'가 아니라 '능력이 없는데 오기만 부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야구소녀 속에서도 등장하는 거의 모든 주요 인물들이 주수인이 여자라서 안된다는 말 보다는 남자와 동일선상에서 봤을 때 '특별할 것 없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주수인은 본인이 하고싶고 좋아하는게 뭔지 가장 잘 아는 인물이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뚝심있게 밀어부쳐서 마침내 (2군이지만)꿈을 쟁취한다.

주인공 주수인을 연기한 이주영은 마치 본인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묵묵하고 누가 뭐라하든 제 갈길 가는 여고생 역할을 아주 잘 해냈고 영화 야구소녀에서 누구보다 가장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건 수인이 엄마 역을 맡은 배우 염혜란이다. 능력없는 남편 곁에서 홀로 외롭게 식당일을 하며 돈에 벌벌 떠는 엄마의 마음을 아주 절절하게 보여준다. 끝끝내 엄마에게 '난 엄마처럼 살기 싫다', '엄마는 돈 밖에 모른다' 라고 일갈하는 딸년앞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뱉을 때, 내 억장도 같이 무너졌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집안이 굴러가질 않는데... 원래 염혜란 배우가 연기를 굉장히 잘 한다는 건 여러 드라마에서 익히 봐와서 잘 알고 있었지만 능력없는 남편 덕분에 억척스러움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고, 딸의 진로를 위해 누구보다 발벗고 나서는 야구하는 딸을 둔 엄마 역할을 엄청 실감나게 잘했다. 야구의 'ㅇ'도 모르는 캐릭터라서 구단주가 주수인의 연봉으로 6천만원을 불렀을 때 야구단에 딸을 입단 시킬 때 줘야하는 돈인 줄 알고 두 달만 주면 만들어 올 수 있다는 모습도 정말이지 딸만 생각하는 천상 엄마 같았다.

자신의 꿈을 위해 어중간하게 폼만 잡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꿈을 잡으려 최선을 다하는 멋진 영화다. 그리고 너무 뻔하게 박수갈채 속에서 꿈을 잡아 챈 주인공이 '그리고 행복했답니다' 라며 유치한 결말을 맞이하는 영화가 아니라 굉장히 현실적인 엔딩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색다른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
영화 야구소녀는 안향미라는 이름의 리틀 야구팀의 여학생 인터뷰를 보고 착안한 영화라고 한다. 실화까지는 아니고 안향미 선수를 모티프로 제작한 영화라고 보면 된다. 물론 안향미 선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구단의 프론트 일을 제안해온 곳이 있었고 결국 마다한채 미국 여자 프로야구 구단의 문을 두드려 봤지만 고배를 마시고 결국 2002년, 일본여자야구협회 소속인 세미프로 여자 야구팀인 '드림윙스'에서 투수와 3루수로 활약했다. 2004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여자 회원을 모집했고 단 3명으로 시작된 한국 여자 야구팀은 2008년 한국여자야구연맹을 조직해, 2010년엔 전국의 총 22개팀이 연맹에 가입하여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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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구소녀의 쿠키영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