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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리뷰 쿠키영상 없음

다리밖에 없어!

 

퀘스트에선 가진 걸 잘 써먹어야해.

 

- 나 아직 준비 안됐어!
- 괜찮아, 준비는 평생 안돼.

 

한심하다고 욕할거면 제대로 할 기회라도 줘야할 거 아냐.

내겐 아빠가 없었지만 늘 형이 있었어.

그리고 이걸 전해달라고 하시더라.

퀘스트에서 너무 쉬운 길은 제대로 된 길이 아니거든.


상실한 것들로 부터 성장을 이뤄내다.

 

편리하다는 이유 때문에 마법이 사라진 판타지 세계. 유니콘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가고 인어가 반신욕을 하며 스마트폰을 본다. 날 때부터 소심했던 엘프 동생 '이안 라이트풋(톰 홀랜드)'과 정반대 성격을 지닌 사고뭉치 형 '발리 라이트풋(크리스 프랫)'이, 이안이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마법 지팡이로 소생주문을 걸어 단 하루 동안 현실세계에 아버지를 머물게 하지만 마법의 요소인 '피닉스 젬'이 박살나, 아버지의 하반신만 이쪽으로 넘어오게 된다. 남아있는 아버지의 상반신을 마저 소환하기 위해 두 형제가 또 다른 피닉스 젬을 찾아 퀘스트를 수락한다는 이야기.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픽사와 디즈니 답지 않게 큰 감동 없이 소소한 잔재미를 안겨다 주는 영화다. 어드벤쳐 애니메이션 특유의 빌런도 등장하지 않고 주인공 엘프 형제를 가로막는 역경들도 김이 빠질 정도다. 용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하는 전형적인 용감한 왕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두 형제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부활시킨다는 특이한 소재라서 디즈니+픽사의 조합을 믿고보는 사람들에겐 배신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세계관 자체가 독특해서 이목을 끈다.

 

엘프, 인어, 켄타우로스, 사티로스, 트롤, 오크, 용 등이 조화롭게 살고있던 과거에는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마법사가 존재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선한 마음의 마법사들이 발이 채일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어려운 주문을 외워서 불을 내뿜는 마법에 비해 스위치 하나로 전등을 켰다 끌 수 있는 간편한 걸 추구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재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곳과 똑같이 변해버린 판타지 세계. 날개가 달린 (성깔있는)작은 요정들은 나는 법을 까먹어 폭주족으로 변해버렸고 전설의 용은 강아지 같은 애완동물이 되었고 이안-발리 형제 엄마의 새 남자친구인 켄타우로스 경찰관은 '차가 있는데 뭣 하러 뛰느냐'며 살만 찌는 세상이다. 그런 세계에서 과거의 영광을 혼자 우러러 보며 살고 있는 발리 라이트풋은 시대에 발맞춰 오래된 유적을 밀어버리려는 지역 유지들에게 대항하고 낡디 낡은 자신의 오래된 자동차(밴)에게 유니콘 그림을 그려 이름까지 붙여주는 인물이다. 언제나 말썽만 일으키는 사고뭉치지만 옛날에 대한 향수와 존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버지가 아들 이안이 16살이 될 때 건네주라고 '아내(로렐 라이트풋 /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에게 맡긴 마법 지팡이와 피닉스 젬을 보고 혼자 눈이 뒤집히는 것 역시 발리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역시 일반 엘프였지만 고대 마법의 주문을 자신에게 걸어, 피닉스 젬을 통해 딱 하루만 현세로 돌아오게끔 만들었고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 받은건 형 발리가 아니라 동생 이안이었다. 아마추어치고 말도안되는 마법 주문들을 성공시키던 이안은 발리의 고전 지식 덕분에 아버지를 소환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하반신만 돌아왔고 상반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 이안의 생일날 오후에 소환시킨 아버지의 하반신은 다음날 해가 질 무렵까지만 현세에 존재하게 된다는 걸 알아챈 두 형제는 또 다른 피닉스 젬을 찾기 위해 발리의 애마, '귀네비어(GUINEVERE / 차 번호판은 'GWNIVER')' 를 타고 퀘스트의 길로 들어선다. 이 스타트 역시 발리가 금이야 옥이야 아껴오던 과거의 전설을 그대로 본따서 만든 보드게임 덕분이었다. 용사들에게 피닉스 젬을 구하기 위해 퀘스트를 주는 '만티코어(옥타비아 스펜서)'는 과거에야 불을 내뿜는 악몽같은 사자+용+전갈이 합쳐진 마수였었지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세계관에선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매니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안과 발리 형제들 덕분에 본직에 다시금 눈을 뜬 만티코어 여사는 두 사람에게 피닉스 젬을 찾을 수 있는 지도를 보여주게 되고 두 형제는 천신만고 끝에 아버지의 상반신을 현세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매개체인 피닉스 젬을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픽사의 스타일이 영화 전반에 깔린 탓인지 뻔하지 않은 엔딩을 보여주는데, 16살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리스트(말 수 늘리기, 운전 배우기, 생일 파티에 사람들 초대하기, 아빠처럼 되기) 를 적어두기까지 한 이안은 아버지와 재회하지 못한다. 이 부분이 상당히 픽사 스럽다고 느껴졌다. 되살아난 '저주'인 용을 마법으로 상대하느라 돌무더기에 막혀버린 본인 말고 형인 발리에게 아버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신은 평생 아버지를 본적도 없었기에. 다행히 형은 그동안 천방지축이었던 성격을 잠깐 버리고 꽤나 어른스러운 행동으로 아버지를 맞이하며 영화가 끝난다.

딱히 큰 감동을 주는 영화도 아니고 형제애를 특별하게 부각시키는 영화도 아니지만 독특한 소재와 신박한 세계관으로 영화 말미엔 잔잔한 울림을 준다. 전혀 디즈니 스럽지 않게 뻔하지 않은 길만 골라간 느낌의 애니메이션 같았달까. 덕분에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영화임엔 분명하다. '인사이드 아웃(2015)'에 등장했던 푸르딩딩한 '슬픔이(SAD)'처럼 생긴 애들이 주인공이고 공주도 악당도 없어, 관객이 예상하는 모든 걸 예측하기 힘들게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색다름과 신선함 하나는 꽤나 끝내준다. 강을 타고 갈 땐 마법을 부려 과자를 배처럼 타고 가고 자신이 지닌 마법의 힘을 의심하는 동생은 하늘을 걷는 신비로움도 보여준다. 거기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작은 (폭주족)요정들은 깨알같은 웃음을 전해주며 영화에 잔재미를 선사한다.

디즈니는 점차 변화를 꾀하고 있어, 안정기에 접어드는 중이고 디즈니에 속해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진작에 '뭔가 다른' 내용과 스타일의 영화들을 선보이면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다져왔다. 디즈니 밑으로 들어가면서도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같은 영화를 만들면서 주로 일반적이지 않은 면모를 지금까지 뽐내는 중이다.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그동안 픽사가 만든 영화들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지만 꽤나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들로 역시나 대중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애썼고 결말부분도 '우리가 픽사여!' 하는 식으로 매듭지었다. 아버지와 형이 만나는 장면을 벽에 뚫린 구멍 사이로 보면서 이안이 받은 느낌과 영화 마지막에 소생한 아버지를 홀로 만나고 온 형 발리의 대사는 뻔하지 않지만 묘한 감동을 주는 익숙한 독특함을 관객에게 안겨준다. 1천억이 넘는 월드 와이드 수익을 낸 영화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그저그런, 소소한 어드벤쳐 영화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의 쿠키영상은 없다.

 

++
영화 제목으로 쓰인 '온워드(onward)'의 뜻은 '앞으로 나아가다' 라는 의미이다. 이안을 주인공으로 한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이기도 하고 발리의 차, 귀네비어를 달리게 할 때 발리가 직접 내뱉는 대사이기도 하다.

+++
동생 이안 라이트풋 역을 맡은 톰 홀랜드는 목소리를 들어도 그의 얼굴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반면, 형인 발리 라이트풋 목소리를 연기한 크리스 프랫은 캐릭터의 외형이나 목소리나 그냥 크리스 프랫이어서 너무 친근했다.

 

++++
날개가 있음에도 하늘 나는 법을 까먹은 작은 요정들은 이 영화의 킬링 캐릭터들이다. 앵앵대는 목소리 뿐 아니라 행동거지나 말투등이 너무 귀엽고 무서움.

뒤에 애, 병 깰때 진심 빵터짐ㅋㅋㅋㅋㅋㅋ크킄ㅋㅋ크크ㅡ컼컼컼킄ㅋㅋㅋ

 

 

진짜 얘네들 나올 때 마다 나 혼자 깔깔대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