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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에어로너츠 리뷰 실화 쿠키영상 없음

 

당신 평판은 종이에 쓰이지만 내 평판은 비명에 쌓여요.

날씨를 예측한다는 건 병 속에 든 개구리가 뛰는 걸 예측하는 것과 같아요.

하늘의 별보다 더 아름답고 신비로운 건 없어요.

 

하늘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그 쪽으로 가자.

이건 기회가 아니라 의무예요.

우리는 별들을 더 가깝게 만들었어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위를 쳐다보라, 하늘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가끔은 괴짜같은 과학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1862년 런던, 예측할 수 없는 하늘을 연구하고 싶은 기상학자 '제임스(에디 레드메인)'와 열기구 조종사인 '어밀리아(펠리시티 존스)'가 대기 관찰을 위해 상공 1만 미터 넘게 올라간다는 이야기.

제임스와 어밀리아 모두 과거가 있다. 영화 에어로너츠는 주인공들이 단순하게 하늘만 올라갔다 내려오는 영화가 아니다. 제임스는 동료 과학자들에게 '괴짜'라고 불리우며 그가 제시하는 모든 의견들은 그들에게 비웃음을 사기 일쑤였고 어밀리아의 남편이자 동료인 '피에르(벵상 뼤레)'는 그녀와 함께 높은 고도에서 하강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어렵게 하늘로 올라갈 찬스를 얻은 제임스는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열기구에 투자하면서 프로 열기구 조종사인 어밀리아를 섭외하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지난날의 과오가 떠오르는 어밀리아는 다시 한 번 하늘에 올라가기를 주저한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제임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어밀리아는 프랑스가 세운 신기록인 상공 7010M의 기록에 도전하고자 기상학자인 제임스와 함께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여러 층으로 되어있는 하늘의 새로운 기후들을 만나면서 두 사람은 전에 없던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특히 열기구가 적란운에 들어갔을 때 위-아래로 반복적으로 수직 낙하하는 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없던 고소공포증까지 유발시킬만한 카메라 워크를 보여준다(아주 짧긴 하지만...). 거의 대기권 끝까지 도달한 두 주인공은 우주가 코앞에 있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산소가 희박해져,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된다. 여기에서 어밀리아 라는 상상의 캐릭터가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톡톡히 보여주는데,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제임스보다 훨씬 용기있는 결단들을 시시각각 내리면서 '기상관측'이라는 과학적 성취를 위한 열기구 투어를 안전하게 끝낼 수 있도록 돕는다.

위에 있는 두 스틸컷 처럼 높은 고도에 정신을 잃은 제임스를 두고 아래로 하강하려고 열기구 맨 윗 부분까지 맨 몸으로 올라가는 어밀리아의 행동력에 그 어떤 생존 영화들보다 더 숭고하고 감동적인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하늘을 주제로 삼은 영화치고 의외로 아름다운 하늘의 전경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고 툭하면 과거 회상씬이 나와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상당히 잘 만든 하늘 어드벤쳐 영화 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공 1만 미터까지 올라갔다가 서서히 하강하는 장면들 역시 어밀리아가 실제로 겪었던 과거 남편의 희생을 떠올리는 트라우마가 또 생길 법 했는데 제임스의 기지 덕분에 열기구 전체가 낙하산처럼 확 뒤집히는 장면은 어밀리아가 열기구 최상층에 올라갔을 때 만큼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영화 에어로너츠에서 제임스를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의 유별난 목소리 톤과 심히 괴짜 과학자 스러운 행동거지들은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제임스 글레이셔'도 저랬을 것 같다는 감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고 대기 층마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들이밀면서 관객들에게 하늘의 심오함을 알려주는 캐릭터 연기를 실감날 정도로 잘 해냈다.

여주인공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역시 발랄하고 선머슴(...)같은 어밀리아를 제 옷마냥 잘 소화해 내면서 영화 에어로너츠에서 강인한 여성상을 아주 잘 보여준다.

영화 에어로너츠는 실화다. 하지만 19세기 영국에서 제임스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 사람은 어밀리아라는 여성이 아닌, H.T. 콕스웰이라는 남성이었다. 어밀리아는 순전히 영화를 위해(그리고 PC열풍을 위해) 제작진이 억지로 끼워넣은 여성 캐릭터이다. 굳이 여성 캐릭터로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여성이라서 더 위대해 보이는 캐릭터 구축은 꽤나 영리한 방식으로 영화에 작용된다.

아무튼 제임스는 이 사건 이후로도 하늘로 여러번 올라가, 기상학회도 창설하는 등 자신의 꿈을 그대로 실천에 옮겨 놓으면서 인류의 편의를 위해 애를 많이 쓴 과학자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엔 괴짜같이 느껴졌던 과거의 천재적인 과학자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날씨도 간편하게 스마트폰 어플로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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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어로너츠의 쿠키영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