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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결백 리뷰 실화 아님 쿠키영상 없음

 

맨날 양아치 변호하면 우리도 양아치 되는 거예요.

내 남편은 살인자여! 추인회랑 그 새끼들 다 한 패여!!

칼에 찔려 죽은 사람보다 혀에 찔려 죽은 사람이 더 많아요.

한 대 맞으면 두 대. 맞지만 말고 때려. 엄마가 그랬어, 엄마가.

새끼는 비바람이 불고 날벼락이 쳐도 애미만 있으면 돼유.

엄마는 너만 괜찮으면 다 괜찮아.

 

 


 

 

역시 딸이 최고여!

대천의 장례식장에서 농약이 든 막걸리를 마신 사람들이 집단으로 사망하거나 병원에 실려가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살인 용의자로 몰린 치매걸린 엄마를 변호하기 위해 서울에서 잘 나가는 로펌에서 일하는 딸이 고향으로 내려가,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이야기.

영화 결백은 주인공 '정인(신혜선)'의 아버지의 장례식 날, 농약이 들어있는 막걸리를 마신 마을 주민 몇 명이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한 걸 정인이는 서울에서 뉴스로 우연히 보게되고 곧바로 고향인 대천으로 내려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 애쓴다.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정인의 엄마인 '화자(배종옥)'. 그녀는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 화자의 옷에 묻어있는 농약성분 덕분에 빼도 박도 못하는 용의자로 몰려, 곧바로 유치장에 수감되는 신세가 된다. 화자의 아들인 자폐아, '정수(홍경)'를 볼모로 잡은 검사측은 반 강제적으로 화자의 자백과 날인을 받아내고 겁박에 회유를 거쳐 그녀를 막걸리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만들어버렸다.

 

장례식장에서 농약이 든 막걸리를 마신 사람들 중에 죽음에 이르지 않은 사람들은 딱 두 명. '황방영(박철민)'과 대천 시장인 '추인회(허준호)'다. 두 사람 뿐 아니라 사망한 세 사람까지 총 다섯 명은 정인의 아버지와 젊은시절부터 대천에서 동고동락하던 사이. 정인은 치매에 걸린 노인이 막걸리에 농약을 타, 독살하려는 이유와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먼저 자신이 살던 집에 찾아가 사건 현장을 뒤지던 정인은 이윽고 자신의 출생을 비밀과 더불어 아버지를 포함한 대천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과거를 캐내는데 성공하고 본인의 어머니에 대한 무죄를 끝끝내 입증하게 된다.

 

영화 결백은 실화가 아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쌓아올린 완전히 새로운 영화인데 비슷한 사례는 꽤 많다. 상주 농약 음료수 음독 사건도 있고 순천의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도 있다. 영화 결백과 비슷한 느낌의 두 사건을 이야기해 보자면 자신의 뒷담화 때문에 사이다에다 농약을 탔던 상주의 80대 할머니가 용의자로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받게 되었고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부녀가 15년 동안 성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벌인 괴랄한 사건으로, 자신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의 아내가 둘째를 임신한 걸 볼모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독살했던 엽기적인 사건이다. 두 부녀는 아이까지 출산하게 되었다. 아무튼 영화 결백은 두 사건의 모티프만 슬쩍 빌려와서 영화를 연출한 박상현 감독이 직접 각본까지 쓴 영화 되시겠다.

 

영화 결백의 줄거리는 이렇다. 영화 초반에 장례식을 치룬 정인의 아버지는 친부가 아니다. 덕분에 정인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일 때 부터 아버지에게 학대에 가까운 폭력에 시달리며 청소년기를 대천에서 보냈다. 어렸을 때 머리를 크게 다쳐 자폐증에 걸린 정인의 동생 정수는 정인이의 새 아버지와 친엄마인 화자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정인이가 어렸을 때 정수를 업고 있다 넘어져서 정수가 다쳐, 결국 정인이 때문에 정수가 아프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인이의 친아버지는 정인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는데 영화 초반에 물 속에서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정인이의 친아버지이다. 그는 지역 유지의 아들로, 대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공장을 물려받을 정식 후계자였는데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정인이의 새 아버지를 그 자리에 앉히려고 정인이의 친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결국 의문에 쌓인 죽음을 맞이한 남편을 잊지못하며 살아가는 화자(정인의 엄마)를 정인의 새 아버지가 거둬들인다.

정인이의 새 아버지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고향 친구들은 슬슬 최인회를 중심점으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추인회가 심어놓은 사람이 말한, 금광을 찾았다는 괴소문을 믿게 된 정인이의 새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 돈을 전부 끌어다가 멀쩡한 산을 파내는 바람에 민심을 잃어, 시의원이 되지 못한채 최인회에게 먹혀버리게 된다. 그 뒤 믿었던 친구들의 폭력에 의해 공천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정인의 새 아버지는 자신의 남편에 대한 진실을 우연히 듣게된 화자에게 독살되어 간암에 걸려 죽게된다. 이 시점에서 화자 역시 충격 때문에 치매를 앓게 되고 자신의 남편을 죽인 나머지 다섯 명의 대천 사람들도 죽이려고 장례식날 막걸리에 농약을 탔음이 밝혀진다. 화자의 딸인 정인이는 자신의 진짜 아버지에 대한 사실과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뒤, 어머니에 대한 무죄를 입증하면서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 동생 정수의 핸드폰을 대천 호수에 던져버리며 영화가 끝난다.

꽤나 복잡스럽게 스토리를 짠 듯한 영화지만 알고보면 거의 치정극에 가까운 영화 결백이다. 정리해 보면 '최인회와 정인 계부등이 정인 친부 살해-정인 엄마가 사실을 알고 정인 계부 살해-정인 친부 살해 용의자인 최인회와 네 명을 정인의 엄마가 또 농약 막걸리로 살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엄마의 '치매'라는 약점을 볼모로 무죄까지 이끌어내는 정인을 연기한 신혜선 배우의 불꽃튀는 연기가 거의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시시각각 자신을 조여오는 대천 지역 유지들의 협박과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거의 혈혈단신으로 사건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불굴의 의지와 어떤 상대배우가 와도 눈 하나 깜짝않고 자신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신혜선 배우가 영화 결백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킬링 캐릭터다.

 

신파적인 요소를 우겨넣은 배종옥 배우와의 대면씬에서도 서로의 얼굴이 유리창에 비춰지며, 두 사람의 얼굴이 상대방의 얼굴과 각각 합쳐지는 장면들도 영화적 연출에 꽤나 신경을 쓴 박상현 감독의 능수능란한 카메라 활용을 보여준다.

정인이의 엄마로 등장한 배종옥 배우도 준수한 연기를 보여주고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도 (사투리만 빼고)거의 완벽한 연기로 주연배우들을 받쳐주면서 대천에서 일어난 막걸리 살인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보이도록 돕는다. 이야기의 주요 플롯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신파극이 첨가되긴 했지만 영화 전체를 즐기기엔 무리가 없는 장치이므로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코로나사태 덕분에 진작에 개봉했을 영화 결백이 개봉일을 미루고 미뤄, 이제야 관객에게 선보여졌는데 꽤나 흥미로운 설정과 긴박함이 넘치는 전개, 그리고 주요 배우들의 호연으로 오랜만에 극장에서 눈물 콧물 쏙 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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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백의 쿠키영상은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화 결백 실화가 아니다. 난 당연히 실화인줄 알았지(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