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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나의 첫번째 슈퍼스타 리뷰 쿠키 음성 있음

 

보여줄 서프라이즈가 없다면 왜 무대에 서요?

자기 구두 수집하려고 너한테 대신 신기는 여자가 널 프로듀서로 써줄 것 같아?

난 당신의 다른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어요.

기쁘든 슬프든 내 삶의 모든 순간엔 음악들이 함께 했죠.

- 그게 네 차야?
- 왜 다들 그걸 묻죠?

신곡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

당신의 전성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40살 먹은 여자들 중에서 빌보드 1위를 한 사람은 음악 역사상 다섯 명 뿐이야.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걸 알아요.

난 당신의 탈출구가 아니야.


 

그남자 작곡 그여자 프로듀싱.

10년째 히트곡 없이 왕년에 인기를 끌었던 자신의 명곡들로 인기를 유지하는 슈퍼스타 '그레이스(트레시 엘리스 로스)'와 그녀의 비서로 2년, 아니 3년 째 일하고 있는 '메기(다코타 존슨)'가 어깨너머로 배운 프로듀싱 실력으로 자신의 첫 번째 슈퍼스타인 그레이스의 신곡을 프로듀스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는 항간에 인기를 끌었던 음악영화들의 좋은 소스들만 모아놓은 선물세트같은 영화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팝의 여왕인 그레이스의 팬이었던 메기는 무슨 운명인지 성인이 돼서도 그레이스의 시중을 드는 비서로 일하게 된다. 이 부분 덕분에 원제인 'the high note(높은 음정의 목소리를 내다 혹은 큰소리를 치다 라는 뜻)' 를 지워버리고 이 영화를 한국에 들여온 수입자 분들께서 한국어로 바꾼 영화 제목인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로 바꿔 개봉을 했는데 영화 후반에 가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플롯 덕에 이내 수긍할 수 있게 된다. 배급사 마음대로 한국어로 제목을 바꾼 예 중에 나쁘지 않은 몇 안되는 사례.

왕년의 슈퍼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그레이스의 캐릭터는 정말 잘 만들었다. 우리가 뻔히 짐작할 수 있는 거만하고 오만한 헐리우드 팝스타의 기질을 죄다 가지고 있고 자신을 발판삼아 일개 비서 따위가 프로듀서로의 데뷔를 꿈꾼다는 어불성설 역시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덕에 주인공인 메기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의 문턱에서 자빠지고 영원히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떠나게 된다.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후반에 가면야 대부분의 음악영화들이 그렇듯 좋은게 좋은거라며 메기가 거짓말처럼 꿈을 쟁취하게 되지만 의외의 인물인 '데이비드(켈빈 해리스 주니어)'가 중간에 끼어들게 되면서 일반적인 음악 성장영화로 가는 길에 묘한 잔상을 남긴다.

 

메기가 코러스를 넣고 데이비드가 마주보며 싱잉을 하는 장면이 정말 예뻤는데 스틸컷으로 없어서 아쉽...

 

뻔한 음악영화들은 주인공인 여자가 자신이 보필하는(?) 슈퍼스타를 동경해오며 가수의 꿈을 키울테지만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의 여주인공 메기는 뮤지션이 아닌 프로듀서가 꿈이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되는 첫 부분에도 자신을 비서로 쓰고있는 팝스타 그레이스의 라이브 앨범 녹음을 자신이 직접 프로듀스 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곳에서나 음악이나 앨범에 어떤 프로듀서를 쓰느냐가 뮤지션과 해당 앨범 전체의 색깔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지만 한국처럼 뮤직 비지니스 사업이 쇼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오래전에 둔갑해 버린 너절한 곳에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이름값 높은 뮤지션들이 곡 제목 옆에 'prod. 누구누구' 라고 써놔야 그제서야 덕질하는 팬들이 스트리밍으로 1분 미리듣기를 할까 말까.

아무튼 그레이스 몰래 그녀의 신곡을 프로듀싱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유기농 식료품점에서 우연히 만난 데이비드와 음악적 성향이 상당히 같은 걸 느낀 메기는 그의 음악을 프로듀싱 해주기로 마음먹는다. 데이비드의 아버지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트럼펫 연주자였고 진작에 세상을 떠났지만 왠일인지 데이비드는 상당히 부유한 곳에 살며 매일 파티를 여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같이 잠도자고 음악도 만들면서 꿈을 키워간다. 목표는 데이비드가 그레이스의 라이브 앨범 런칭 파티의 오프닝 무대로 서는 것. 하지만 여기까지 가는 과정이 상당히 얄팍한데 메기가 데이비드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여러 프로 뮤지션들의 음악을 프로듀싱 했던 경험도 있고 많은 클라이언트들을 보유하고 있는 준프로 프로듀서 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레이스의 라이브 앨범 런칭 파티 오프닝 무대는 메기가 '댄 디킨즈(에디 이자드)'라는, 그레이스와 비슷한 연배의 뮤지션을 섭외해야 했는데 이미 섭외가 완료됐음에도 메기는 직접 (찜질방에 있는)댄에게 찾아가 데이비드의 음악을 들려주며 오프닝 무대를 양보해 줄 수 없겠냐고 묻는다. 데이비드와 메기가 만든 무명 뮤지션의 신곡을 듣고 단박에 뻑이 가버린 댄은 메기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지만 메기는 일단 저지르고 본 이 섭외일을 런칭 파티 당일에 그레이스에게 통보한다. 이름도 없는 신인 뮤지션을 새 앨범 런칭 파티 오프닝 무대에 세울 아티스트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 길로 메기는 그레이스에게 해고 통보를 받고 이 오프닝 무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데이비드 역시 메기에게 실망해 그 길로 그녀와 연락을 끊어버린다.

거물급 팝스타들의 세계에서 너무 아동틱한 짓을 저지른 메기. 하루아침에 비서직에서 물러날만한 일이었지만 고소 당하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로 조금 어이없는 전개가 약간 답답했다. 뻔하디 뻔한 음악 영화의 길을 걸어가고 싶어하지 않았던 건 알겠는데 상당한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음. 아무튼 그길로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가 운영하는 마을 라디오 방송국 DJ일을 도우며 소일거리를 하던 메기. 보이스 메일로 그레이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며칠 뒤 거짓말처럼 그레이스가 찾아와 메기의 사과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의 새 앨범 프로듀싱을 메기에게 맡긴다. 이 뒤로 좀 코미디 스러운 억지전개가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하려고 후반부에 열심히 몰아친다.

메기의 아빠는 젊은 시절에 한창 잘 나가던 그레이스를 취재한 기자였고 그의 옆에 있던 메기의 엄마(영화 속에선 진작에 죽었음) 뱃속엔 이미 메기가 있었다. 또한 메기를 찾아 메기의 고향에 온 데이비드는 엄마의 후광을 업기 싫었던 그레이스의 숨겨진 자식. 결국 데이비드와 그레이스의 혈연 스캔들은 두 사람 스스로 인정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그것도 데이비드의 라이브 공연장에 엄마인 그레이스를 팬들에게 소개하며 듀엣을 부르며...

이렇게 써놓고 보니 한 편의 부조리한 음악 영화인 것 같은데 메기와 데이비드가 음악 작업을 하는 장면까지가 참 좋았던 영화다.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 영화들이 그동안 우리의 입맛을 어떻게 길들여 놓게 됐는지 잘 보여주는 부분. 프로듀서가 꿈인 여자 주인공을 이야기하고 싶었으면 좀 더 명확하고 분명하게 프로듀서들의 세계를 깊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영화다.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는 팝스타의 비서 생활, 프로듀서의 꿈, 신인 발굴, 숨겨진 가족사 등을 다 구겨담으려고 하다 결국 이도저도 안된 영화가 되어버렸다. 때로는 변칙적이지 않고 정도의 길로 가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ost에 들어간 영화 대부분의 사운드 트랙들은 배우들이 거의 모두 직접 불렀으며 앨범으로도 발매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서 들어볼 것. 특히 데이비드(켈빈 해리슨 주니어)가 부른 'track 8' 과 그레이스(트레시 엘리스 로스)가 직접 부른 'bad girl' 은 정말 좋다.

 

i drive over the limit with my eyes on you
난 너를 보며 운전하다 과속을 해

why you always getting in the back seat
왜 너는 항상 뒷자리에 앉는거야

get up in the front i'm not a taxi oh no no
난 택시가 아니야 앞자리로 와

 


+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쿠키 영상은 없고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간 다음 쿠키 음성이 들어있는데 딱 두 마디 뿐인 대사라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
메기와 그레이스가 차 안에서 드라이브(?)할 때 같이 부르는 노래는 TLC의 'no scrubs'다.

+++
메기역을 플레이한 다코타 존슨은 '그레이와 50가지 그림자' 영화 시리즈에 나왔던 그 배우다.

 

원래 러블리한 얼굴을 지닌 여배우라서 이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에서도 상당히 사랑스러운 연기와 표정을 많이 보여준다.

 

맞다. 영화 서스페리아의 수지도 다코타 존슨이다.

 

연기 스펙트럼이 좀 심할 정도로 넘사벽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