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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미스비헤이비어 리뷰 쿠키영상 없음

36-24-36이 아니면 몸에 굴곡이 없다고 봐야죠.

미스월드는 가축시장입니다!

- 아무도 엄마처럼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

- 너랑 네 언니들은 어떻게 됐을거 같니? 내가 너처럼 생각하고 너처럼 행동했다면? 내가 너처럼 가정을 등한시 했다면?

우린 예쁘지도 추하지도 않고 화가났을 뿐이다!


 

성적 대상화에 소소하지만 뚝심있게 반격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미국의 성공적인 달착륙 시도가 있은지 1년 후인 1970년, 영국 런던에서 1억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던 '미스 월드' 대회. 가정주부이자 만학도이고 페미니즘 운동에 논리적인 설명이 언제든지 가능한 '샐리 알렉산더(키이라 나이틀리)'와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여성 운동가인 '조 로빈슨(제시 버클리)'이 만나, 전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운동에 불을 지핀다는 이야기.

영화 미스비헤이비어는 여성이 남성들의 눈요깃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197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주요 플롯으로 잡는다. 토론 프로그램 사회자는 남성 패널에게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다른 여성 논객 두 사람에겐 이름도 안부도 묻지 않은채 그저 '눈이 호강하네요' 라는 멘트만 날리던 시절이었다. 샐리의 어머니는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손녀)을 동거남과 자신에게 맡긴채 공부에만 전념하는 샐리에게 제발 다른 여자들처럼 평범하게 살라고 다그치지만 자신의 젊은 시절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하면서 사는 딸에게 모종의 대리만족도 느낀다.

샐리가 우연히 만난 조 로빈슨은 동료들과 함께 행동하는 페미니즘을 몸소 보여주면서 샐리에게 너무 안일하다며 계속 채근한다. 끽해야 슬로건을 프링팅한 전단지를 뿌리거나 벽에 락카로 메시지를 남기는게 전부지만 미스 월드 대회를 이용해 보다 확실한 페미니스트 운동을 펼쳐보려는 인물.

미스 월드 조직위원장인 '에릭 몰리(리스 이판)'는 19년이나 전통을 이어온 미스 월드 대회를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싶어하는 장본인. 영국과 세계 각지에서 전염병처럼 도지고 있는 페미니즘의 열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킨다. 에릭의 곁에서 물심양면 내조를 하고있는 부인 '줄리아 몰리(킬리 호위스)'는 가끔 천치같은 행동을 일삼는 남편을 바로잡으며 실질적인 미스 월드의 조직위원장역을 하지만 '미세스 몰리' 라는 호칭에 만족하는 듯, 예전부터 이어져온 가부장적인 사회 통념에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져 있는 인물이다.

영화 미스비헤이비어는 여기까지 전형적인 페미니스트 영화의 범주에 속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인 '제니퍼 호스텐(구구 바샤-로)'이 나타나면서 굉장히 묘한 여운을 남겨주게 된다. 카리브의 국가 지역 중 하나인 '그레나다' 에서 대표로 뽑혀 영국으로 날아온 제니퍼는 자신의 꿈과 명예, 그리고 자국민들 중에서도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되기위해 미스 월드에 참여하는데 그녀와 함께 유색인종으로 이번 대회에 참여하게 된 미스 아프리카 사우스 대표인 '펄 젠슨(로리스 해리슨)'은 '백인들의 잔치에 우리는 곁다리다' 라며 대회에 참가하는데에만 의의를 둔다.

미스 월드 대회 당일, 전 세계에서 모인 미녀들의 경쟁이 생방송으로 송출되던 날 조와 샐리는 동료들과 함께 미스 월드 대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면서 방송이 끊기는 사고가 난다. 결국 사건의 핵심 인물들은 모두 구속되었고 그저 방송 방해 정도로 여겨지던 그녀들의 행동은 전 세계 여성들의 궐기를 독려하는 범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번져나가며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박혀버리게 된다. 미스 월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에릭 몰리는 사태를 수습한 다음 곧바로 대회를 이어나갔고 결국 이 날의 우승자는 제니퍼 호스텐이 된다.

같은 여성인데도 한 명은 미인대회를 가축시장이라고 폄하하며 여성의 성 상품화를 저지하는 운동을 벌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당당하게 자신의 국가를 대표하면서 미인 대회에 참가해, 우승까지 거머쥔다. 무조건적으로 페미니즘이 옳다고 말하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는 건 역사적이자 운명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두 여성의 실화로 입증한다. 알아듣기 쉽게 '미인 대회는 나빠!' 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명확한 메시지가 후반부로 갈수록 옅어지는 영화지만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여성들의 숫자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페미니즘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의 환기를 보여주는 영화 되시겠다.

영화 미스비헤이비어의 마지막엔 화장실에서 샐리와 제니퍼가 우연히 만나는데 제니퍼 같은 여성들의 입장을 대표하려 했던 여성은 유치장에 끌려가는 아이러니가 참 미묘했다.

함께 미스 월드에 참여했던 미스 스웨덴인 '메이저 요한슨(클라라 로사저)' 이 너무 사랑스러운 페이스로 계속 미인대회에 불만을 표현하길래 그녀가 우승할 줄 알았는데...

 

페미니즘에 대해 편협한 시선이 아니라 보편적인 관점으로 다가가려 애쓴 영화. 그래서 약간 덜 통쾌한 감도 없잖아 있다.


+

영화 미스비헤이비어의 쿠키영상은 없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실제 주인공들의 뒷 이야기와 현재 모습이 담긴 영상이 흘러나오니 끝까지 볼 것.

++

미스비헤이비어의 뜻은 기존의 질서를 거부한다는 본래의 뜻과 미스 월드를 반대한다는 발음을 인용한 뜻으로 쓰였다. 원래 misbehavior 가 버릇없음, 품행 나쁨, 부정행위라는 단어적 뜻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