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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환상의 마로나 리뷰

 

난 눈 먼 사랑의 증거다. 종을 초월한 사랑.

 

나에게 행복은 숫자 9같고 우유향이 난다.

 

개와 인간의 행복은 다르다. 개는 늘 지금이 제일 좋지만 인간은 늘 새로운 걸 추구한다. 보금자리가 있음에도 더 많은 걸 원하는데 인간들은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그날 밤 배운 게 있다. 매일 마지막인 것 처럼 그 인간의 얼굴을 핥을 것.

잠에서 깨니 다시 혼자였다. 그러니 계속 자는게 나앗다.

뭔가 나쁜 일이 시작되면 개들은 냄새를 맡는다.

이게 개의 행복이다. 자는 동안 지켜줄 인간을 갖는 것.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행복이 작은데 있음을 알곤 한다.

코가 말한다. '조심해! 이 인간은 개를 좋아하지 않아.'

시간이 흐르면 마지막의 냄새가 난다. 그건 녹슨 냄새, 썩은 낙엽 냄새다.

기억할 일을 또 만들진 말아요.

다들 괜찮다면 내 일생의 영화를 돌려보려 한다. 다들 죽을 땐 그런다고 한다.


 

 

개는 인간의 친구.

마치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느낌의 애니메이션이다. 한국 제목 그대로 상당히 환상적이고 그 어떤 애니메이션들보다 독특하다. 개의 입장에서, 그리고 개의 시선에서 인간들과 인간사회를 그려낸 소소하지만 애달픈 영화.

9남매 중에 막내로 태어나, '아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된 강아지 마로나. 아빠는 우수한 품종의 사냥개이고 엄마는 잡종이다. 종을 뛰어넘은 사랑 속에 태어난 마로나는 이윽고 혼자 아빠네 집에 들어가게 되지만 이내 버림받아 길거리를 헤메이게 된다.

 

우연히 술집 근처를 어슬렁 거리던 마로나를 주운 건 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바텐더. 그는 외롭게 홀로 생활하고 있는 곡예사인 '마놀'에게 마로나를 판다. 마놀은 이 강아지에게 '아나'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함께 거리 공연에 나서게 된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아나에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해주는 마놀. 두 친구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아나 덕분에 입소문이 나, 유명한 서커스 단인 '달의 서커스' 단장이 마놀을 찾아와, 스카우트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달의 서커스단에 들어오는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마놀은 입단이 허용되지만 아나는 불허한다는 것. 단장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하며 마놀은 아나를 선택한다. 하지만 영리한 강아지인 아나는 마놀의 인생을 위해 스스로 집을 나오게 되고 그 길로 마놀은 영문도 모른채 아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공사현장이 될 쓰레기장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아나는 마놀이 자신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마놀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이윽고 공사현장의 건설업자인 이스트반을 만나게 되는 아나. 그는 아나에게 '사라' 라는 새 이름을 지어준다. 오갈데 없는 강아지를 공사현장에 계속 둘 수는 없어, 어머니의 집에 사라를 데려가는 이스트반. 하지만 너무 늙은 어머니가 쏟은 유리병에 사라가 찔리게 되고 결국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집에 사라를 데려간다. 이스트반의 집엔 강아지를 사랑하는 척 하는 여자친구가 그와 함께 살고 있었고 처음엔 사라를 귀여워 하다가 이내 털이 빠지고 냄새가 난다며 밖에서 키우라고 이스트반에게 명령한다. 결국 이스트반의 집 밖에서 외롭게 홀로 잠이드는 날이 많아지는 사라. 이스트반은 좋지만 또 다시 혼자 있는 길을 택하는 사라는 숲에서 우연히 만난 마지막 주인인 소녀, 솔랑주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이미 고양이 한 마리와 많은 금붕어들을 기르고 있는 솔랑주의 집엔 늙은 할아버지와 솔랑주의 엄마, 이렇게 셋이 살고 있었다. 강아지에게 집안에 몇 명이 있든 자신만의 서열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는데 영화 환상의 마로나에서도 마로나가 마지막으로 머물게 되는 집인 솔랑주의 집에 살면서 그녀의 엄마(싱글맘)를 1순위로 여기는 마로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마로나'는 솔랑주가 '아홉'에게 새로 지어준 이름이다. 마로나를 집에 데려온 뒤 금세 강아지에게 실증이 난 솔랑주는 자신이 데려왔음에도 마로나를 거의 없이 취급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로나의 배변활동을 위해 산책을 시키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떠밀리듯 마로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 솔랑주는 마로나를 주웠던 숲에 마로나를 묶어둔 뒤 한 시간만 기다리라고 하며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자신을 버리고 갔음을 직감으로 느낀 마로나는 솔랑주를 따라, 그녀가 탄 버스를 하염없이 쫓아가지만 솔랑주가 내린 버스 정류장 앞에서 마주오던 승용차를 피하지 못해 차에 치어 죽고 만다. 영화 환상의 마로나는 마로나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해서 마로나의 죽음으로 끝이나는 슬픈 영화다. 강아지의 생을 세 주인을 따라 그려내며 한없는 애정을 인간에게 선사하는 강아지들의 습성과 더불어, 우연히 강아지를 키우게 됐지만 자신의 커리어에 걸림돌이 되자 고민하게 되는 1인가구의 남자, 동거하는 여자 때문에 강아지를 키울 수 없게 된 2인가구의 남자, 세 가족이 살고 있지만 어릴 때 순수한 호기심으로 데려온 강아지가 이내 귀찮아진 소녀 등 마로나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언제나 최선의 사랑을 베푸는 강아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영화다.

특히 영화 환상의 마로나는 마로나를 기르게 되는 사람들은 모두 얼굴과 팔, 신체가 멀쩡한 평범한(?) '인간' 으로 표현되는 반면에 길거리를 지나가며 만나는 사람들이나 마로나에게 위해를 입히려 하는 사람들은 마치 괴물처럼 그려진 장면들이 눈에 띄는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마로나의 첫 번째 주인인 마놀의 심리상태에 따라 그가 입고있는 '줄(line)'들이 실처럼 엮이거나 풀어지거나 하는 표현도 괜찮았고 이스트반에게 뱀처럼 똬리를 틀고 강아지를 내다버리라며 홀리는 동거녀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가장 웃겼던 장면은 솔랑주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솔랑주에게 마로나를 갖다 버리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실제로 마로나를 버리려 숲에 가지만 자신의 죽음을 막아준 마로나를 다시 집으로 데려오는 장면.

이런 영화를 보면 365일 혼자 생활하는 1인가구의 나도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지만 내가 출근해서 집에 없을 땐 강아지 혼자 집에 나보다 더 외롭게 있어야 하니까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겠다. 게다가 생명을 돈주고 거래하는 것도 영 성미에 맞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집에 들였다가 실증나고 클수록 돈이 많이들고 냄새가 난다는 등 수도없이 많은 이유로 유기보호센터에 고민도 없이 그냥 맡겨버리는 인간말종들이 많은데 자신도 부모나 형제들에게 버림 받아야 정신을 차릴런지... 아직도 유기동물 보호소엔 감정이 병든 동물들이 넘쳐난다.

반려동물들 중에 특히 강아지를 한 번이라도 집에서 키워본 사람이라면 안카 다미안 감독의 독특한 표현방식과 사람을 지켜주고 사랑해주는 강아지들의 습성 덕분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환상의 마로나 엔딩 크레딧에 쓰인 노래의 가사가 너무 좋아서 그대로 필기를 해가지고 왔다.

happiness (is a small thing)

 

행복은 작은 것

아무것도 아닌 것

우유 한 접시

한 껏 축인 혀

낮잠

뼈다귀를 묻을 곳

행복은 작은 것
아무것도 아닌 것

미소
목소리
마음
뛰어올라 뛰어올라
최대한 높이
영원히 행복한 곳으로

그러던 어느날

잡종이라며 무시 당하고

악당들에게서 탈출했지

한 마리 개인 너는

저 아래로

뛰어올라 뛰어올라

최대한 높이

그 곳에서는 부디 행복하길.


+
환상의 마로나에 등장한 마로나는 실제 주인공인지 영화 중간중간 검은 색으로 표현된 마로나를 '갈색' 이라고 부른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다음에 진짜 마로나로 보이는 듯한 갈색의 강아지 사진이 올라오는데 워낙 작은 영화고 영어권 영화도 아닌 애니메이션이라 사실을 확인할 정보가 크게 없어서 안타깝다.

영화 환상의 마로나는 감독 안카 다미안이 거리의 한 유기견을 구하고 그 강아지가 입양을 가기 전까지 임시 보호했던 실제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