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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다크 워터스 리뷰 쿠키영상 없음

화학으로 더 나은 삶을!

- PFOA가 뭐죠?

- 고소해!

- 이미 고소 했어요.

- 촌뜨기 주제에!

- 만약에 이걸 마신다면요?

- 안 마시죠. 마치 타이어를 삼키면 어떻겠냐고 묻는건데 그러고 싶어요?

- 그걸 마시면 치아가 어떻게 될까요?

- 소량의 불소라면 치아가 튼튼해 지겠지만, 다량으로 마시면 치아가 검게 착색되겠죠.

행복한 프라이팬, 그녀의 미소를 빛나게 합니다.

우린 독을 먹고 있었어. 제품의 장기적인 가능성을 위해 감수한 것이라면서.

이래서 미국인들이 변호사들을 싫어하는거야!

우린 항상 기업도 사람이라고 여겼네. 근데 이 놈들은 이번에 선을 넘었어! 빌어먹을 놈들!!

버키 베일리. 이 아이가 당신들의 수용체예요.

수용체가 뭘 뜻하는지 아십니까? 바로 인간입니다.

우리 정부는 듀폰에 매수됐어요.

듀폰이 모든 보상을 철회했어! 미로를 풀 수 는 있어도 봐라, 그걸 만든 건 나다!!

정부고 나라고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아. 이제 우리 스스로 지켜야해.

중학교만 나온 농부가 나한테 그걸 말해줬어. 난 그 사람이 미친 줄 알았는데...

 


 

 

 

 

마치 거짓말같은 이야기.

대기업을 담당하는 변호사인 '롭 빌럿(마크 러팔로)'이 우연한 계기로 세계 최대의 화학 기업인 '듀폰'이 저지른 '독성 폐기물질(PFOA - 불소수지)' 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이야기.

영화 다크 워터스는 1998년, 변호사 롭 빌럿에게 웨스트 버지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어머니의 집 이웃에 사는 농부인, '윌버 테넌트(빌 캠프)'가 느닷없이 롭의 사무실로 쳐들어와 자신이 찍은 비디오를 봐달라며 부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로 거대 기업의 변호를 맡는 법무팀에 소속된 롭 빌럿은 윌버를 문전박대하지만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웨스트 버지니아 사람이라 아무 생각 없이 어머니도 볼 겸 윌버의 농장을 찾는다. 그곳에서 롭 빌럿이 목격한 진실은 거짓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일이었다. 윌버의 소 19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마을 사람들은 고열과 메스꺼움을 달고 생활하고 있었다. 거기에 듀폰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죽음과 더불어 기형아들의 출산까지... 알고보니 웨스트 버지니아에 땅을 산 듀폰이 독성 폐기물질인 'PFOA(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 - perfluorooctanoic acid)' 를 지속적으로 땅에 묻어왔던 것.

모든 정황을 알아챈 롭 빌럿은 다행히 그를 믿어주는 법무팀장인 '톰 터프(팀 로빈스)' 덕분에 듀폰의 만행을 고발할 수 있게 됐지만 'PFOA에 대한 인간의 오염 가능성은 10억 분의 1 수준' 이라고 못박은 듀폰 때문에 사건은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그 사이 롭 빌럿은 웨스트 버지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69,000명이나 되는 시민들의 혈액 샘플을 '한 명당 400달러' 씩 주며 얻게되고, 7년 여의 연구 끝에 무려 3,535명의 지역 주민들이 PFOA에 중독되어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어내게 된다. 하지만 이미 다음 수를 생각해 놓은 듀폰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대기업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했던 말을 스스로 부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기로 했던 보상금 계획 역시 철회하게 된다. 그 사이 시간은 흘러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면서 서서히 지쳐가고 대기업이 부리는 횡포덕에 두려움에 미쳐가는 롭 빌럿은 2004년, 1,500만 달러의 벌금을 듀폰에게 물리는데 성공한다. 그 뒤, 2015년에는 PFOA 중독에 따른 총 6가지 중증질병(신장암, 고환암, 갑상선 질환, 자간전증, 고콜레스테롤, 궤양성 대장염) 이 인정되어 피해자 인원 수인, 3,535건의 소송을 시작하게 된다. 2017년까지 총 6억 5천만 달러(우리나라 돈으로 8천억원)의 보상금을 받아내고, 지금까지도 소송은 계속 진행중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듀폰이 만들어낸 화학 제품은 원래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에 쓰이던 코팅물질이라고 한다. C8(탄소 8개가 체인처럼 엮여있어,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라는 뜻)은 '테프론'에 들어있는 화학물질로, 듀폰이 '늘러붙지 않는 프라이팬'에 접목시켜 천문학적인 수익을 남기며 전 세계로 뻗어나가 버렸다. 테프론은 프라이팬 말고도 종이컵, 1회용 음식용기 코팅제, 콘택트렌즈, 건축마감제, 옷 등에 널리 쓰여지고 있다. 알게모르게 지구에서 살고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테프론에 이미 중독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 그렇게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멸하기 딱 좋은 멍청한 종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전부터 늘 생각해 왔던 거지만 우리의 욕심으로 인해 자연을 파괴하고, 편의라는 목적으로 독성이 강한 물질을 무한정 연구-사용해 가면서 생태계 자체를 스스로 교란시키는 바보같은 짓거리를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구에 들러붙어 살고있는 기생충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 아닐까. 우리는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민폐인 생물들이다.

영화 다크 워터스는 '돈' 이라는 탐욕에 물든 한 기업이 테프론을 개발하여 인간을 편히 생활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물건의 폐기물로, 인간을 사정없이 죽이는 전례없는 코미디를 아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독성이 전혀 없는 물건이나 제품을 단 한 개도 찾기 힘들 정도로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나아질 생각을 갖고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아예 없애거나 좀 줄여야 하는데 지금 당장 죽지는 않으니, 아무 생각 없이 만들고 사용한다는 데에 있다. 이미 임계점을 넘어버린 지구의 한계는 서서히 끝이 보일 지경이고 그에 따른 인류의 절멸은 예정된 시나리오 대로 흐르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대기업의 만행과 우리의 '편의' 덕분에 아무런 의심없이 화학가공품을 쓰고 먹고 하는 모습이 끊임없이 오버랩되는 영화였다. 듀폰과 롭 빌럿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고 영화의 주연을 맡은 마크 러팔로는 환경주의자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2016년 사건의 실제 주인공인 롭 빌럿의 기사 한 줄을 보고 바로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는 후문이 있다(다크 워터스는 마크 러팔로 스스로 영화 제작자로 나선 영화다).

다크 워터스의 실제 주인공인 롭 빌럿(왼쪽)과 주연이자 제작자로 활동한 마크 러팔로(오른쪽).

 

마크 러팔로의 일정한 톤으로 보여준 진중한 연기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헐크(브루스 배너)'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잘했다.

듀폰이 엿먹어보라며 롭 빌럿에게 보냈던 산더미 같은 연구자료들.

 

 

긴장감 넘치는 법적 공방이나 스피디한 전개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지만 다크 워터스가 실화를 담고 있다는 점과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의 위협에 사람들이 족족 죽어나가는 현재진행형 사건을 다룬 내용이라 전혀 루즈하지 않고 한숨만 푹푹 내쉬게 되는 영화다. 게다가 영화를 보기 전엔 등장하는지도 몰랐던 '앤 해서웨이' 가 롭 빌럿의 아내인 '사라' 역을 맡았었는데 영화 내내 그녀의 빛나는 미모를 의도적으로 가린 연출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영화의 분위기를 깨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하지만 마지막 병원 씬에선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봄...

 

영화 내내 웨스트 버지니아에 살고 있던 실제 주인공들(PFOA의 피해자)도 많이 등장한다. 듀폰에서 근무하던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테프론의 영향을 받아 기형인 채로 태어난 버키 베일리와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부부 등.

탐욕에 눈이 멀어 지구의 모든 자원을 (지금도)쥐어 짜서 쓰는 우리 인류의 끝은, 아마도 절대로 편하게 가진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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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 워터스의 쿠키영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