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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주디 리뷰 쿠키영상 없음

난 영화를 만들지만 그들에게 꿈을 주는 건 너야.

- 애들 학교 다닐 때까진 내가 키울거야.

- 내가 죽으면 그렇게 해.

- 당신이 죽어도 신경쓸 사람 아무도 없어.

어제 18시간 일 했어요. 제 이름도 기억이 안나요.

난 케이크만 자르면 왠 놈팽이가 남편이 돼있더라고.

어쩌면 그렇게 걸어가는 게 우리의 매일일지 몰라요.

누구나 희망은 필요하지.

누굴 얼마나 사랑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사랑받는지가 중요한거야 - 오즈의 마법사

 


 

 

 

주디 갈란드 그 자체가 된 르네 젤위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된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에 출연하면서 열 여덟의 나이에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된 '주디 갈란드(르네 젤위거)'의 후반부 인생을 그린 영화.

외모가 특출나게 예쁘지도 않고 몸매가 썩 좋지 않지만 주디에겐 누구보다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었다. 그걸 눈여겨본 MGM 영화사는 1935년, 주디 갈란드와 거의 노예계약을 맺다시피 전속계약을 맺는다. 영화에는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영화 주디에서 나온대로 그녀가 피곤해 하면 암페타민을 상습적으로 먹였고 촬영이 끝나서 주디가 자야하면 수면제를 먹였다. 또한 프로듀서와 감독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접대를 시켰고 몸매유지를 위해 1일 1식은 기본, 담배 네 갑을 주면서 하루에 다 피우라고 종용했다. 십대 소녀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악행들이 자행됐던 이유는 MGM 스튜디오의 힘이 컸지만 열 세살 때 돌아가신 주디 갈란드의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사사건건 매니지먼트에 끼어들면서 주디에게 이 모든 것들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디는 정상적인 어린시절을 보내지 못한채 어른이 되어버리는데 당연하게도 알콜중독과 약물중독에 시달리며 겨우 부여잡고있던 가정생활은 네 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점철되었고 영화 주디에서도 아이들과 잠을 잘 곳을 찾는 비참하고 늙은 여자 연예인의 삶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벌어놨던 돈들은 모두 어머니와 MGM이 가로챘었는지 늘 빚에 허덕이며 아들과 딸을 재울 호텔에서마저도 쫓겨나게 된다. 결국 전남편의 집에 아이들을 맡긴 주디는 런던의 한 호텔에서 그녀의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아이들을 위해 돈을 벌려고 홀로 영국으로 날아가게 된다. 리허설이랍시고 허름한 교회 같은 곳에 피아노 한 대만 놓여져 있는 걸 보고 실망한 주디는 호텔이 마련해준 숙소로 돌아와 또 다시 고주망태로 인사불성이 된다. 호텔측 사람으로 주디의 임시 매니저가 된 '로잘린 와일더(제시 버클리)'는 우여곡절 끝에 주디를 무대에 오르게 하는데 성공하고 그 무대에서 '다시 뭔가 잘 해낼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부여잡은 주디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앞으로 발을 내딛는다.

 

 

영화 주디에서 그녀가 런던 호텔의 첫 무대를 장식할 때 흘러나온 노래는 'by myself' 다. '인생은 솔로' 라는 답을 내린 그녀의 상황을 잘 묘사한 곡으로, 주디 갈란드 역을 맡은 르네 젤위거가 영화 리허설이 들어가기 1년 전 부터 뮤지션 아리아나 그란데의 목소리를 완성한 전문 보컬 트레이너에게 훈련을 받은 결과물을 아주아주 훌륭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주디는 주디 갈란드의 환상적인 퍼포먼스나 헐리우드 여배우겸 가수의 환상적인 삶은 1도 들어가 있지 않은 영화다. 주디의 과거 회상은 어른들의 학대와 천대 속에, 고통으로만 점철되어있고 현재의 삶은 더욱 큰 절망과 불운으로 가득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만은 꼭 지키고 싶었던 그녀는 여전히 약물과 술, 담배에 의존하며 겨우겨우 호텔 무대에 오른다. 첫 무대의 흥행으로 런던의 유명한 TV쇼에도 여러번 얼굴을 비추며 자신의 비극적인 삶을 그래도 쓴웃음 지으면서 이겨내던 그녀.

런던에 도착하기 전, 첫째 딸의 파티에서 만난 '미키 딘스(핀 위트록)'와 런던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또 다시 새로운 인생을 꿈꾸기도 하지만 그 역시 주디가 그동안 만났던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유명세와 돈을 보고 주디에게 접근한 파렴치였다. 나이차이가 많든 적든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남자들에게 일단 질질 흘려대는 그녀의 정신세계는 어린시절 주디가 MGM을 통해 익히고 배웠던 모든 것들이었다.

주디 갈란드의 삶은 자아가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어린 여배우에게 제작사나 부모가 학대 비슷하게 매니지먼트를 해대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헐리우드의 예시 그 자체가 되었다. 덕분에 주디는 아역시절부터 죽음에이르기 까지 평생 컴플렉스에 시달리다 1969년, 약물 과다로 인해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게 된다. 팜므파탈을 맡기기엔 너무 앳되고 섹시하고 애로틱한 핀업 걸 이미지 역시 주디 갈란드와 어울리지 않았다. '걸 넥스트 도어(소위 착한 소녀)' 이미지가 아예 굳어져버린 그녀는 몇 차례나 연기변신을 꾀했지만 대중들에게 영원히 기억된 이미지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꼬마소녀였다.

 

 

런던 호텔 무대에서 활동하며 정신적으로 조금은 안정이 된 그녀는 마지막 남자라고 여겼던 미키와의 이별과 '엄마와 여기저기 떠돌며 생활하는 것 보다는 아빠의 집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지내는게 낫다'는 어린 딸과 아들의 말에 다시 한 번 또 무너진다. 언제나 불면에 시달리고 식사대신 약과 술을 복용했던 삶을 다시 반복하는 주디. 결국 호텔에서의 마지막 무대마저 엉망으로 끝마친뒤 고국으로 쫓겨나듯 돌아갈 처지에 놓인다. 주디의 공식 공연 스케쥴 대신 무대에 오르게 된 로니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자신의 무대를 마무리하고 싶다던 그녀. 결국 호텔 극장의 무대에 올라 런던에서의 공연을 마무리짓는데 성공한다.

왜 르네 젤위거가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 77회 골든 글로브에서 영화 주디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는지, 마지막에 그녀가 부른 'over the rainbow'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살면서 오즈의 마법사를 영화로 보던 세대는 아니었던 지라 영화는 몰라도 '썸 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 라는 멜로디는 당연스레 알고 있었다. 그저 곡 제목처럼 '무지개 너머 어딘가' 라는 느낌의 몽환적인 노래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극장에서 상영됐던 영화 주디 맨 마지막에 해당 곡이 등장하는지라, 당연하게도 영어가사에 한국어 자막이 붙어서 보여지는데 정말이지 주디 갈란드가 살았던 생애를 절절하게 표현한 그녀의 인생 곡이 아닐까 싶다. 주디의 비극적인 인생과 그녀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의 우울한 표정, 위태위태하게 끊길듯 말듯 연기하는 노래의 창법-재스쳐까지 그냥 주디 갈란드 그 자체였다. over the rainbow 라는 곡이 도로시가 무지개 너머를 꿈꾸는 희망적인 가사가 절대 아니었다는 걸, 영화를 보고나서야 알게됐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노래 가사도 첨부해 본다.

over the rainbow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저 높은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는

there's a land that i've heard of once in a lullaby

옛날에 자장가에서 들었던 그런 곳이 있을거야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저 무지개 너머엔 파란 하늘이 펼쳐진 곳이 있겠지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그 꿈들이 이루어질거야

someday i'll wish upon a star

언제가 나는 별님에게 소월을 빌거야

and wake up where the clouds are far behind me

그리고 구름 저 너머에서 깨어나겠지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 drops

그곳은 걱정이 레몬 사탕처럼 녹아버리는 곳 일거야

away above the chimney tops that's where you'll find me

굴뚝 꼭대기보다 더 높은 저 위, 거기에서 날 찾아줘

somewhere over the rainbow bluebirds fly

무지개 너머, 파랑새들이 날아다니는 그곳

birds fly over the rainbow

새들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는데

why then oh why can't i?

왜 나는 그러지 못할까?

if happy little bluebirds fly beyond the rainbow

저 행복해 보이는 작은 파랑새들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는데

why oh why can't i?

왜 나는 그러지 못할까?

why why can't i?

왜 나는 그러지 못할까?

영화가 영화이니 만큼, 몇 달 전에 직접 찍었던 무지개 사진을 올려본다.

 

영화 주디의 엔딩곡으로 쓰인 over the rainbow를 노래하는 르네 젤위거를 보면 그동안 주디가 얼마나 지옥같은 삶을 살아왔는지, 그녀가 얼마나 현실을 이겨내고 행복에 겨운 삶을 살려고 스스로 노력했는지 노래 하나와 르네의 연기에 모두 들어가 있어,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뻔히 예상되는 주디 갈란드의 불운한 사정사, 남자관계, 비극적인 삶이 부각되게 연출되지 않았음에도 오버 더 레인보우 씬에선 그냥 눈물이 흐른다. 진짜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다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한때 초 인기 스타였다가 여러번의 성형수술에 힘입어 '한물 간' 여배우가 된 르네 젤위거의 모습들도 오버랩되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언제나 술에 절어 어딘가를 응시할 때 노려보듯이 멍하게 쳐다보는 주디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는 정말이지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도 남을, 또 하나의 인생연기를 해냈고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주디 갈란드의 생애는 죽을 때까지 절대 행복하지 못했던 헐리우드 여배우의 삶의 어떤 이정표 같은게 되었기 때문에 over the rainbow 라는 노래가 지닌 의미와 분위기가 완전히 새로운 형식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내가 살면서 들었던 over the rainbow 들 중에 가장 슬프고 아픈 버젼이 될 듯.

영화 주디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이외에도 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영화라 '대체 얼마나 대단한 연기를 했길래 그정도인가' 라는 생각으로 엄청 기대를 하고 본 영화였다. 결과적으로 내 기대보다 훨씬 대단한 영화였고 홀로 영화 전체와 주디 갈란드의 삶을 모두 캐리해낸 르네 젤위거가 어마무시하게 대단해 보이는 작품이다. 주디의 영화리뷰를 쓰는 지금도 배경음악으로 르네 젤위거가 부른 주디 ost인 over the rainbow 를 듣고있다. 코로나 여파 덕분에 국내에서 개봉이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제 때 개봉해줘서 참 고맙다. 사람도 별로 없는 극장에서 혼자 대성통곡을 하며 감상한 영화였다.


 

+

영화 주디의 쿠키영상은 없다.

 

 

++

나처럼 1939년작 오즈의 마법사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저작권이 풀려, 유튜브에 검색하면 한글 자막이 들어있는 버젼으로 감상할 수 있으니 어서 유튜브로 편하게(무료로!) 원작 영화를 감상해보자.

 

+++

배우 주디 갈란드가 죽은 날엔 거짓말처럼 캔자스에 어마어마한 토네이도가 발생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