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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엽문4 더 파이널 리뷰 쿠키영상 없음

서양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면 안되나요?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영춘권 최고의 고수인 '엽문(견자단)'이 아들의 미래를 위해 건너간 미국에서 동양인들을 향한 온갖 차별에 대항해 싸운다는 이야기.

나는 엽문 시리즈는 관심도 없었다(폭소). 견자단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시리즈가 바로 엽문이라고 하던데 주성치 이후 워낙 홍콩영화(나 중화권 배우가 주연인 헐리우드 영화)에 관심이 없으니 그냥저냥 저절로 스킵하게 된 듯. 아무튼 엽문4 더 파이널은 코로나 19 사태 덕분에 신작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 취소가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가 없어, KT VIP 영화 무료 티켓(한 달에 한 번)으로 관람했던 영화다.

엽문4 파이널은 의외로 재미있고 역시 조금 유치하다. 영춘권의 일대종사(각 무술 종파에서 한 시대에 나올까 말까한 위대한 스승을 일컫는 말. 그랜드마스터)인 엽문은 툭하면 같은반 학우를 쥐어 패버리는 아들 덕분에 이참에 아예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릴까 고민한다. 노년에 겨우 차린 도장에 이소룡이 보내서 찾아왔다는 한 미국인 덕분에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던게 이민에 대한 고민의 불씨. 미국에 도착한 엽문은 중화회관의 다른 무술 스승들이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걸 보고 의아해 한다. 바로 엽문의 제자인 이소룡이 무술을 기반으로 하는 행위들로, 미국 대중들에게 '볼거리' 로 전락해 버린 어릿광대 놀음을 하고 있었기 때문. 이소룡을 크게 혼낼줄 알았던 엽문은 진보적인 마음으로 오히려 중화회관 스승들에게 대적한다. 열린 마음으로 미국 사람들에게도 무술을 가르쳐야 한다는게 엽문의 소신. 그와중에 태극권 고수인 '만종화(오월)'와 크게 대립하게 되는 엽문은 동양인들에 대한 차별들을 눈으로 목격하며 아들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또한 '추석'에 열리는 차이나타운에서의 축제에 미국인들과 미국 군인들이 난입하여 한바탕 무술 대결을 펼치면서 단조롭고 수평적인 스토리라인에서도 피가튀고 팔이 꺾이는 난타전을 선보이며 홍콩영화의 자존심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지키려 애를 쓰는 영화다.

엽문4 더 파이널은 어디선가 본듯한 플롯이 커다란 스토리라인으로 작용한다. 덩치가 큰 양키가 주제를 모르고(?) 중국인에게 까불다 권법과 이종격투기의 파괴력 속에서 결국 중국 무술에 나가떨이진다. 그 옛날 성룡의 영화나 이연걸의 영화에서 많이 보아왔던 장치들인데 엽문4 더 파이널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 사사건건 중국인 하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미국 군인들과 학교에서 만종화의 딸인 '요나(vanda margraf)'를 폭력으로 굴복시키려는 같은반 미국인 아이들 등 '얘들이 우리민족한테 이렇게 했으니까 엽문이 혼내줄게' 라는 유치하고 고전적인 옛 중국영화를 그대로 답습한다. 영화 중간중간 너무 유치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정작 주인공인 엽문이 크게 웃는 장면은 한 개도 없는게 함정.

견자단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캐릭터인 엽문의 실존인물에 대한 존경의 의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견자단은 엽문4 더 파이널에서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만 보인다. 오히려 엽문의 주변인들이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한 무술의 위대한 스승이라그런지 주인공 엽문은 꽤 과묵하기까지 하다. 아무튼 우리가 1980년대부터 쭉 보아왔던 중국과 홍콩 영화들을 2020년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그래도 서양인들의 동양인들에 대한 차별과 헐리우드에서 이소룡을 보던 시선 등이 살짝 그려져서 나쁘지만은 않은 영화다. 너무 뻔한 권선징악 구조를 지녔지만 실제로 주먹을 휘두르고 신나게 얻어맞는 타격감 하나로도 엽문4 더 파이널을 볼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게다가 최종보스로 등장한 '바턴 게디즈(스콧 앳킨스)'와 엽문의 대결은 피지컬이 훌륭한데 엽문만큼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스콧 앳킨스 덕분에 팔을 한 번 휘두를 때 엽문의 그것 보다 더 육중하게 표현된 음향효과가 진짜 압도적이다(그 피지컬차이를 극복하고 엽문이 이긴다는 설정).

그 옛날 중국 영화에서 양키들은 둔하거나 멍청한 인물이 대부분이어서, 희화화된 캐릭터들 뿐이었다. 그리고 영춘권과 태극권의 대결 또한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게 엽문4 더 파이널이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태극권의 기본 동작인 '상대의 기술을 흘려내어, 그 반동으로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힌다' 라는 설정을 그대로 눈으로 보여주는 만종화 선생. 그의 딸인 요나 덕분에 엽문과 화해를 하게되지만 영화이다보니 역시 태극권보다 영춘권이 더 훌륭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게 된다. 너무 소름끼칠정도로 뻔하디 뻔한 엽문4 더 파이널이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중국 무술을 보게될줄 누가 알았는가(이게 다 코로나 덕분이다). 그래도 만종화의 딸인 요나 덕분에 보는 재미라도 0.1정도 있었던 엽문4 더 파이널.

 


 

+

영화 엽문4 더 파이널의 쿠키영상은 없다.

 

++

영화 엽문4 더 파이널에서 등장하는 이소룡은 미국 미디어에 소개되었던 장면들을 그대로 연출하면서 중화권 시민들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그 당시 브루스리의 역할은 '소림축구(2001)' 에서 이소룡과 상당히 닮았다고 여전히 회자되는 진국곤이 맡았는데 세월이 20여년이나 지났는데도 하나도 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쯤되면 슬슬 진국곤을 주인공으로 한 이소룡 전기영화도 새로 하나 나와줘야 하는 상황.

++

엽문은 실존인물인데 담배보다는 아편을 많이 했다고 한다(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