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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건즈 아킴보 리뷰 쿠키영상 없음

 

휴대폰을 보지않고 걸었던게 언제더라... 모든게 다 선명해.

그 표정에 무슨 의미라도 있어요??!

컨티뉴도 없다. 보너스 라이프도 없다. 난 사람을 죽인거야...

- 노바 어디있어 이자식아!

- 녹화영상이야, 등신아!

앞으로 불금마다 드럽게 외롭겠네!!!

똥이 떨어질 땐 각오 단단히 해.


 

키보드 워리어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같은 영화... 인가?

낮엔 평범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지만 밤이되면 키보드 워리어로 변신하는 '마일즈(다니엘 래드클리프)'. 밤마다 접속하는 실시간 서바이벌 스트리밍 게임인 '스키즘' 에 접속해, 악성 댓글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러던 어느날 스키즘 관리자에게 찍혀 양손에 총이 박혀버리는 신세가 되고 스키즘에서 연전 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닉스(사마라 위빙)'를 죽이면 손에 박아버린 총들을 제거해 준다는 약속을 받는다. 과연 마일즈는 닉스에게 이길 수 있을까?

영화 건즈 아킴보에서 '아킴보(akimbo)'의 뜻은 양손에 권총을 든 사격자세를 의미한다. 영화의 소재는 꽤 그럴싸하다. 자고 일어나니 양손에 권총이 박혀버린 주인공이나 게임속에 주인공이 들어간다거나 하는 판타지적 요소가 아닌, 범죄자들을 이용해 실제로 목숨을 건 서바이벌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공개한다는 '스키즘'의 시스템이나 거기에 환호하는 대중들이나 현실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스키즘의 운영자인 '릭터(네드 데네히)'가 마일즈의 손에 권총을 박아버린 이유는 그저 악성 댓글 때문이라는게 좀 웃기긴 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이 게임에 참가하면서 스키즘의 구독자들은 처음엔 야유하지만 점차 킬러로 성장하는 마일즈를 보며 환호하는게 또 아이러니하다. 마치 작금의 인터넷 유저들을 그대로 비꼰듯한 느낌이랄까.

 

영화 건즈 아킴보는 장르의 특성상 스피디하고 정신을 못차릴 정도의 액션씬이 난무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상당히 전개가 느리고 볼거리 역시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게 함정이다. 그럼에도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연기는 꽤나 많이 발전했다. 시종일관 진척이 없는 발전성을 보이다가도 노숙자, 닉스, 닉스의 아버지 등에게 힌트를 얻어 마치 게임을 풀어나가듯 레벨업(?)하는 듯한 모습들은 키보드 워리어치고(게다가 데스크에 앉아 컴퓨터 일만 하는)는 제법이랄까. 살짝 늘어지는 전개에 지루해질만 하면 미친듯한 (총알)물량공세를 펼치는 닉스의 등장은 해당 캐릭터를 맡은 사마라 위빙을 보는 것 만으로 영화 건즈 아킴보의 존재의 의미를 다 하는 느낌이다.

 

마일즈가 속한 '일반인' 에 비하면 살인 마스터 레벨인 닉스는 자신이 그동안 지었던 모든 혐의를 벗기위해 스키즘에 출전했지만 권총부터 기관총, 바주카까지 못 다루는게 없는 그녀의 걸 크러시에 관객은 닉스만 등장하면 넋을 잃고 보게된다. 첫 등장부터 영화에서 퇴장할 때 까지 시크하고 괴악한 매력을 펼치는 사마라 위빙은 그녀의 과거에 대한 서사가 등장하면서 부터 살짝 주춤하긴 하지만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며 존재감을 뽐낸다. 영화 건즈 아킴보의 분위기가 시종일관 어두워서 사마라 위빙의 멋진 액션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씬이 다수 있긴 하지만.

사마라 위빙은 영화배우 휴고 위빙(매트릭스의 스미스요원) 조카다.

 

건즈 아킴보 영화 자체가 흥행성이라던지 작품성은 찾아볼 수 없이, 아무 생각 하지않고 보는 킬링타임용 영화라서 사마라 위빙의 인생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수 없겠지만 그녀가 대중에게 인식되는 또 다른 색체의 등장인물이라 나에겐 꽤 오랫동안 닉스의 이미지로 남게 될것 같다.

영화 후반에 가면 스키즘으로 세계를 쥐락펴락 할 줄 알았던, '절대악' 스러운 릭터의 캐릭터가 너절하게 변질되는 모습이 보인다(헬기를 타러 가면서부터). 악당에 대한 서사를 대충 쌓아올린 탓이 크고 뭔가 있을 것 같이 보이던 빌런이 한낱 키보드 워리어에게 발끈해, 자신이 그동안 쌓았던 커리어를 한순간에 잃는다는 전개 자체가 좀 어불성설이기 때문. 게다가 릭터의 마지막은 심하게 좀스럽기까지하다(총으로 손을 찧다니...). 영화 건즈 아킴보는 현실적이지 않은 소재에 꾸준히 현실성을 불어넣음으로써 판타지와 현실의 밸런스를 어느정도 맞추려고 애를 쓰지만 남는건 사마라 위빙의 약빤 캐릭터 밖에 없는 영화다.

폐차장에서 개틀링건 난사하는 장면은 진짜 최고

 

스키즘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본 사람이 내 옆에 실제로 나타났을 때 반응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 이 시대의 인터넷 유저들을 비아냥거리는 느낌을 슬쩍 받긴 했지만 딱히 의미도 개연성도 없다. 거기에 후반부엔 아무 생각 없이 유혈이 낭자하는 액션들만 마구 쑤셔넣은 영화라 이도저도 아닌 그냥 시간 때우기용 영화가 되었다. 조금 더 작품성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최종보스를 죽였을 때, 전여친과 뜨거운 키스가 아니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린다는 주인공의 독백처럼, 특별할 것 없는 그저그런 영화가 되었다.

영화 건즈 아킴보를 보고나면 '데드풀(2016)'이 얼마나 위대한 병맛 히어로 영화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

건즈 아킴보의 쿠키영상은 없다.

 

++

영화를 보고나면 건즈 아킴보의 정체성이자, 메인 영화음악으로 쓰인 사이프레스 힐의 'when the ship goes down(하늘에서 똥이 떨어질 때 / 원제는 ship 이 아니라 shit)'을 듣고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