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week 1 movie

영화 라라걸 리뷰 쿠키영상 없음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틈이 생기지.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아, 그건 주님이 속삭이는 거니까. 신께선 금방 거둬가시지. 그 순간을 잡아서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해.

 

- 그거 들고 어디가니?

- 엄마 파내려고.

 

여자들은 멜버른 컵에 못 나가잖아.

틈이 있어서 들어간 겁니다.

세계 최고의 경주에서 이기는 법을 알고 싶으세요? 바로 저겁니다.

중요한 건 오로지 스스로에게 얼마를 배팅하느냐야.

- 스티비 오빠, 나 할 수 있을까?

- 얘는 할 수 있어.

- 챔피언이 될 수 있어.

- 챔피언!

- 레이스 끝나고 뭐해?

- 축하해야죠.


 

 

 

 

2015년 호주 멜버른 컵에서 우승한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3200번 출전, 16번 골절, 7번 낙마, 32번 우승. 여성 기수 미셸 페인의 기록이다. 영화 '라라걸'의 원제는 '라이드 라이크 어 걸(ride like a girl)'로, 한국의 수입사와 배급사가 지들 멋대로 제목을 바꿨는데 제목 그대로만 보면 무슨 롤러스케이트 경주나 할법한 한심한 제목이다. 원제를 직역하면 '여자처럼 말을 타다' 지만 제대로 번역하면 '나답게, 여자답게 승리하리라' 라는 뜻이란다.

페인 가문에서 10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생후 6개월만에 엄마를 잃은 '미셸 페인(테레사 팔머)'은 아버지 '패디 페인(샘 닐)'에게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을 받으며 다운증후군을 앓는 오빠, '스티비 페인(스티비 페인 본인 역)'과 함께 꿈을 키워나간다. 이미 낙마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은 패디 페인은 미셸만은 자신의 곁에 있길 바라지만, 아버지의 비호아래 살아가는 생활은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없음을 직감하며 자신의 힘으로 굵직한 경마 대회를 찾아나서기에 이른다.

'여성은 힘이 없다'는 고리타분한 불평등을 감내하며 미셸은 어떻게 해서든 기수만 될 수 있다면 그 어떤 차별도 홀로 이겨내며 거친 기수 세계에서 악착같이 버틴다. 남성들 위주의 경마 경기라서 제대로된 대기실도 샤워실도 바랄 수 없었던 그녀는 누구에게도 불평하지 않으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간다(그 흔한 매니저도 없는채로). 그렇게 아버지 없이 혼자 힘으로 말을 타던 미셸은 2004년, 낙마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를 겪는다. 한달음에 병원으로 온 아버지와의 갈등을 채 풀기도 전에 여의사가 내민 세 개의 손가락이 몇개인지 구별조차 할 수 없는 미셸. 그대로 절망에 빠지려는 찰나, 아버지와 어릴 때 부터 줄줄이 외웠던 '경마 덕후' 퀴즈를 풀어가며 다시금 희망을 찾게된다. 그 사이 촉망받던 기수였던 언니는 결혼을 하면서 은퇴를 하고 '아직 창창한 나이인데 결혼이 왜 곧바로 은퇴가 되느냐'라는 동생의 질문에 '나도 평범한 삶을 살고싶다'라고 대답하는 언니. 젠더이슈나 젠더갈등은 차치하고 스포츠 안에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 똑.같.은. 인간으로 기능한다는 미셸의 기질을 잘 나타내는 내용이었다.

기수들 사이에서 명마로 알려진 말을 타기 위해 50kg이라는 몸무게를 유지하려 피나는 노력을 하고 전신마비 사고로 인한 눈물겨운 재활훈련을 하면서까지 어떻게 해서든 멜버른 컵에 도전하려는 미셸. 그녀에게는 오직 말 밖에 없었다. 그런 미셸을 옆에서 케어해주고 지지해준 사람은 바로 다운증후군에 걸린 오빠인 스티비 페인. 스티비는 미셸에게 '아버지가 없으면 난 어떻게 되지?' '미셸이 없으면 난 어떻게 되지?' 라는 말을 미셸에게 하며 자조섞인 농담을 자주 하면서도 긍정적인 자세로 말 관리 하나는 철두철미하게 해내는 인물이다. 스티비는 본인 역할을 직접 맡으며 영화에도 출연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해줬던 말을 명언처럼 곱씹으며 역사상 여성 출전자는 단 네 명 뿐이었던 꿈의 호주 멜버른 컵에 도전하게 되는 미셸.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그녀와 함께 경주를 뛰는 다른 기수들, 그리고 그녀가 타는 말인 '프린스 오브 펜젠스'를 후원하는 사람들 모두 미셸이 여자라는 사실과 그녀의 욱하는 성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미셸 페인은 그네들의 시선과 편견은 모두 뒤로한채 오직 승리만을 위해 말 그대로 오기로 멜버른 컵에 출전하게 되고, 미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멜버른 컵 출전'에만 의의를 두려했다. 결국 미셸은 155년만에 처음으로 멜버른 컵의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고 자신의 파트너인 오빠 스티비와, 어머니 없이 홀로 그녀의 멘토가 되어주었던 아버지 패디,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우승의 영광을 나눴다. 현재 미셸은 스티비 오빠와 함께 운영하는 목장에서 훈련사로 제 2의 도전을 준비중이란다.

영화 라라걸의 실제 주인공 미셸 페인. ​

 

영화 라라걸은 여성의 몸으로 멜버른 컵 우승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미셸 페인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영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신파적 요소를 넣어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으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고리타분한 명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남자인 나도 감당 안될 것 같은 전신마비 후의 재활훈련, 경기장의 잔디를 직접 걸으면서 자신이 달릴 동선을 짜는 등 남들보다 몇 배, 몇 십배는 더 노력한 미셸 페인의 의지와 용기가 그녀에게 멜버른 컵 우승이라는, 역사적으로 영원히 남을 영광을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영화속 장치로 활용된 멜버른 컵 경기 후반에 등장하는 아버지 패디 페인의 나래이션과 '그 틈'을 찾아내는 미셸의 용단은 가슴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해주기 충분한 장면으로 연출됐다. 덕분에 가슴뭉클한 우승장면에서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 라라걸에서 미셸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불평등과 차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묵살하면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그녀에게 성희롱 말고는 할게 없는 다른 기수들이나 미셸이 여자라는 이유로 '그냥' 안된다는 협회 사람들을 보기좋게 찍어 눌러버린 멜버른 컵 우승으로 말미암아 후련한 감상도 가져다 주는 아주 좋은 영화다.

미셸 페인을 연기한 테레사 팔머 역시 혹독한 훈련을 해가며 영화에 임했는데 캐스팅을 정말 잘 한 아주 좋은 예로 남을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영화상 의도적으로 감춰야하는 씬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테레사 팔머의 눈부심은 영화 곳곳에서 삐져나온다.

날 가져요 엉엉 ㅠㅠ

 


 

 

 

+

영화 라라걸의 쿠키영상은 없다. 대신 영화가 끝나자마자 실제 주인공인 미셸 페인과 스티비의 경기직후 장면들과 인터뷰가 살짝 등장한다.

 

++

외국 영화 제목 바꿔치기나 억지로 줄이기 좀 그만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