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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 리뷰 쿠키영상 있음

- 신은 마음을 넓게 가져야지.

- 신?

- 난 신이 됐어.

이런 가족을 지킬 수 있어요?

난 아빠같은 사람은 절대 안 될거예요.

어차피 그 전까지도 살아있다는 느낌은 없어서...

앞으로 전 세계가 내 적이야.

내가 악당이고 당신이 영웅이야?

 


 

일본판 아이언맨을 갖고 싶었던 오쿠 히로야의 야심.

어느날 밤,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에 죽음을 당한 '이누야시키 이치로(키나시 노리타케)'와 '시시가미 히로(사토 타케루)'. 눈을 떠보니 사지는 멀쩡하고 외상을 입은 흔적 하나 없다. 알고보니 그들을 타격한 미지의 지적 생명체들에 의해 병기로 개조되어 있던 것. 죽음에 가까운 이들을 살릴 수 있고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고, 물만 마시면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 있는 이 힘을 이누야시키 씨와 시시가미 히로는 각기 다른 곳에 쓴다는 이야기.

영화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은 동명의 만화 원작인 '이누야시키' 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긴 일본영화다. 워낙 실사화를 좋아하는 일본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꽤 그럴싸하게 구현해냈다. 컴퓨터 그래픽도 상당히 발전했고 오글거리는 대사나 앞뒤가 맞지 않는 전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원작 만화가 워낙 뛰어나서 그런 건 아니고, 원작 자체도 뭔가 힘이 빠지는 전개에 엔딩 역시 범지구적인 히어로물로 끝이나서 영화화 된 본작에 크게 기대를 걸진 않았었는데 의외로 볼만한 영화였다.

집안의 가장이지만 남들보다 몇 배는 늙어보이는 외모 덕분에 회사나 집에서 늘 무시받기 일쑤인 이누야시키씨. 어느날 암판정을 받고 눈물젖은 나날들을 보낸다. 가족들 역시 그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 인간들 뿐이라 우연히 이누야시키씨를 찾아온 '하나코(개)'에게만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고백하는 처량한 가장이다. 부인이 하나코를 내다 버리고 오라고 일갈하던 밤, 공원에 도착한 이누야시키씨는 벤치에 앉아있던 시시가미 히로와 죽음을 맞이한다. 원작 만화에선 외계인들의 비행선이 그들을 죽인걸로 묘사되고, 외계인들의 대화 역시 등장하면서 대놓고 기계몸이 된 두 주인공의 정체성을 성립시키지만 실사 영화엔 그런 거 없다. 히로의 같은 반 친구이자 히키코모리인 '안도 나오유키(혼고 카나타)'의 대사로 대충 얼버무릴 뿐.

한편 이누야시키씨와 같은 힘을 지니게 된 고등학생, 시시가미 히로는 날아가는 새를 자신의 능력으로 죽이면서 하나뿐인 친구인 안도에게 신이 되었다며 자랑을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딘가 비뚫어진 성격을 지닌 히로는 엄마와 함께 살고있는데, 췌장암에 걸린 엄마와 대조적으로 젊은 아내와 아이 둘을 낳아 행복하게 살고있는 아버지의 집에 들어서면서 그 네 명을 모두 죽이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다. 이윽고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귓가에 들어온, 행복한 가정의 목소리를 따라 감정없이 가족들을 몰살하고 그 현장에 도착한 이누야시키씨 역시 '손가락총(빵!)'으로 죽여버린다. 수사망이 조금씩 좁혀옴을 느낀 히로는 자신을 좋아한다던 '와타나베 시온(니카이도 후미)'의 집에 숨어들어 며칠을 지내지만 이내 '연쇄살인마'라는 죄명으로 전국에 수배령이 내려지면서 시온과 그녀의 할머니마저 죽게된다. 더욱 분노하는 히로는 일본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살인예고를 하고 그걸 두고볼 수만은 없었던 이누야시키씨가 히로를 막으러 고군분투 하게 된다는 스토리를 지녔다.

원작 만화를 본 나같은 사람이든 보지 않은 사람이든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영화다. 아무래도 최첨단 기계를 몸속에 지니고 있는 주인공들이다보니 허약하고 심약한 늙은 중년의 아저씨보다는 고등학생이 자유자재로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할 수있다는 전개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스마트폰과 TV등의 매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히로의 능력을 스크린에 구현해낸 것 만으로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영화다(아무리 그래도 손가락 총-빵!-은 원작 만화보다 더 웃기긴 하지만).

 

최첨단의 21세기를 살고있는 시대에 맞게 댓글 하나로 범죄자 어머니의 신상을 털고 낄낄거리는 일본 네티즌들의 심리나 행동을 잘 표현해내서 역시 간츠를 만들어낸 작가의 원작만화가 꽤 그럴듯하게 완성되었다는 걸 볼 수 있다. 감정없이 쉽게 사람을 죽여버리는 고등학생과 자신의 능력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병을 낫게해주는 중년의 대결 또한 충분히 볼만했다. 이 시대에 '잘 팔리는' 히어로물의 주인공은 어떤 매체든 젊고 근육질에 샤프한 외모를 지닌 멋쟁이들이 대부분이라, 자신의 능력을 보고 놀라는 감탄사가 대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누야시키씨를 연기한 키나시 노리타케의 캐스팅이 아주 절묘했던 부분.

대부분의 액션씬이 영화 후반에 쏠려있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젊고 늠름한 청년이 악당이고 보잘것 없이 픽 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늙은 중년이 히어로라는 설정이 또다른 생각의 여지를 주는 작품이다. 원작 만화에서의 히로는 영화에서의 히로보다 조금 더 싸이코패스적이고 소시오패스 느낌이 짙어서, 영화를 보고 개연성 운운하며 불멘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의 원작 만화인 '이누야시키'를 한 번쯤 감상해 보는 걸 권한다(내 블로그의 '검색' 창-오른쪽 위의 돋보기 표시-에서 이누야시키를 검색하면 1권부터 완결편까지 쭉- 리뷰한 포스팅이 있다). 참고로 이누야시키 만화의 원작의 결말은 두 사람의 싸움이 끝이 안 보이다가 지구로 돌진하고 있는 운석을 막으러 출동하면서 지구를 지켜내는 훌륭한(?) 엔딩을 가지고 있다.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의 결말 부분에 이누야시키씨가 머리를 굴린 장면이나(염분!) 히로의 몸이 와자작-하고 부서지는 장면 등은 일본 영화 답지 않은 스케일과 디테일을 보여준다. 이누야시키씨의 캐스팅도 좋았지만 시종일관 차갑고 무정한 모습만 보이는 시시가미 히로를 연기한 사토 타케루의 연기도 좋았다. 2편도 제작될 듯?

드럽게 아파보이네...

 


 

+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의 쿠키영상은 한개다. 엔딩 시퀀스가 올라가고 바로 나오는데, 영화 말미에 상체의 오른편이 완전히 부서진 히로가 안도의 집에 들어가, 점프(일본의 주간 만화잡지)를 보는 장면이다. 2편이 나올 걸 암시하곤 있지만 과연 제작 될지는 미지수.

++

이 영화 역시 일본에선 2018년에 개봉했지만 국내엔 개봉이 밀려 이제야 공개되었는데 제목을 수입사 멋대로 지어버리는 바람에 최종적으로 이 제목으로 극장에 걸었다. 초반엔 '히어로 이누야시키', '히어로 일본 대침공' 정도로 바꾸었으나 국내개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아이 엠 어 히어로 2: 이누야시키'로 결정된 적이 있었다. 나도 페이스북인가 어디에서 직접 해당 제목의 홍보 트레일러를 본적이 있었는데 이누야시키와 똑같이 만화 원작이 존재하는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2015)'의 감독이 이 영화도 연출했다고 해서 저따위로 지은 것이다. 덕분에 나같은 만화덕후나 두 만화를 모두 감상했던 사람들은 뭐하는 짓이냐며 댓글공격을 퍼부었었는데 결국 배급사는 무리수라는 걸 깨닫고 현재의 제목으로 다시 또 수정해서 공개했다. 어차피 이런류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나처럼 원작 만화를 아는 사람들 뿐일텐데 한국에 수입해 보면서 지들 멋대로 영화제목 바꾸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