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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비행 리뷰

 

 

 

날것의 매력?

탈북자와 밑바닥인생이 만나, 돈을 위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이야기.

영화 비행은 조성빈 감독이 졸업작품으로 몇 년 전에 완성한 영화다. 배급사를 찾지 못해 표류하다 이제야 겨우 개봉에 성공한 영화인데 하필이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북에서 형과 목숨을 걸고 탈북한 '근수(홍근택)'는 대한민국의 따스한 온정에 짜장면을 들이키며 살아간다. 그 짜장면을 배달하러 왔던 중국집 배달부인 '지혁(차지현)'은 배달을 하면서 소소하게 배달을 시킨 사람들 집의 물건들을 털면서 살아온 인물. 이미 전과자에 월급도 제때 주지 않는 중국집 사장님이 원망스럽지만 호주로 이민을 떠난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근수의 나이키 신발(한국이 탈북자 청년에게 준 선물)이 탐았던 지혁은 어느날 그의 신발을 훔치고 그걸 본 근수가 지혁을 흠씬 두들겨 패준다. 결국 경찰서까지 간 두 사람은 탈북민 신분인 근수 덕분에 근수의 폭행혐의만 인정되어, 경찰은 대충 합의하라며 두 사람을 돌려보낸다. 한국의 물정을 전혀 모르는 근수는 신발도둑인 지혁에게 오히려 100만원을 뜯길 신세가 되고 돈이 급하게 많이 필요해진 근수는 '탈북민 담당 보호관 아저씨(이성준)'에게 매 달 정부에서 나오는 돈을 독촉하게 된다. 이미 북한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마약관련 일을 하던 '성일(장준현)'과 '동원(종호)'. 두 사람은 근수를 운반책으로 선점한 뒤 건당 몇 십만원을 쥐어주는 대가로 근수를 써먹는다. 필로폰을 지정된 장소에서 찾아가지고 오는 임무를 맡은 근수는 우연히 다시 만난 지혁에게 들켜, 20억 상당의 필로폰을 함께 빼돌리기로 마음먹게되고 나름의 공급책을 찾아, 자일리톨 껌통에 놓고 오는 수법으로 꽤 많은 돈을 만지게 된다. 필로폰을 빼돌린 근수와 지혁을 찾는 성일과 동원. 과연 근수는 형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밑바닥 인생인 지혁은 염원하던 호주에 이민을 갈 수 있을까?

앞서 말한대로 영화 비행은 조성빈 감독의 졸업작품인데 너무 날것의 느낌이 심하게 많이 난다. 주연을 맡은 두 남자 배우들의 연기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대사 딜리버리가 안되는 지점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작품의 특성상 야외에서 촬영한 씬들이 거의 대부분인지라 배우들의 발음과 목소리는 괜찮더라도 대사가 전혀 안 들리는 장면들이 차고 넘치는 수준. 감독의 데뷔작이자 입봉작이라는 어드밴티지를 어느정도 감안하고 보더라도 결말부분에가서 끝까지 끌어올렸던 전개를 허공에 팍. 하고 던져버리는 스토리라인도 너무 아쉽다. 애초에 필로폰이 가짜였다면 근수에게 일을 맡겼던 탈북민들은 왜 그렇게 두 주인공을 지구 끝까지 쫓았을까? 아무 감정과 생각 없이 오직 잃어버린 형에 대한 생각만으로 기계처럼 마약을 운반하는 근수의 캐릭터도 괜찮았고 바보처럼 기댈 곳 하나 없으면서도 늘 괜찮은척 헤실대는 지혁의 캐릭터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돈을 어느정도 모아, 호주로 이민을 가려는 상담을 할 때 그가 느꼈던 좌절감과 허탈감은 보통의 사람들은 경험하기 힘든 감정선이었지만 지혁이 영화 전반에 보여준 연기가 대부분 심히 가벼운 느낌의 그것이었던지라 꽤 어려울 것 같았는데 차지현 배우가 연기를 잘 해, 엄청 감정이입이 되던 경험이었다.

인디영화이고 CGV 아트하우스에 기대는 둥 많은 부분을 감내하고 본 영화지만 그 모든 것들을 '날것의 매력'이라고 치부하기엔 어폐가 많은 영화이다. 그래도 뭐 이정도면 볼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