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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그린북 후기






혹시 흑인 밑에서 일하는데 문제 있나요?









흑인 운전자를 위한 그린북.









저들은 안에 들어올지 말지 선택권이 없지만, 당신은 있었어요.









검둥이 주제에 주는대로 아무거나 치면 되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바로 여기 켄터키에서!!! 다시 없을 기회지!!!!









- 대체 뭐하는 거예요?

- 편지써요.

- 몸값 요구하는 협박편지 같은데요?









폭력은 아무것도 이길 수 없어. 오직 품위만이 승리할 수 있어.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아.

그럼 난 뭐지?









외로워도 먼저 손 내미는 걸 두려워 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45분 뒤에 저 무대에서 공연은 할 수 있지만 식사는 안된다고요?









- 술집에선 현금 자랑하지 말아요.

- 당신 총 있을 줄 알았어!











그 어떤 억지도, 자극적인 연출도 없이 극을 꾸려가는 우직한 힘이 느껴지는 영화.





1962년 미국, 흑인에 대한 차별과 불신이 만연한 시대에 클럽에서 진상 손님들을 관리하는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가 클럽이 잠시 문을 닫게되는 바람에 임시 실직자가 되자 카네기홀 꼭대기에 사는 천재 피아니스트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사로 함께 미국 남부 투어를 하게된다는 이야기.





영화 그린북은 모종의 무드가 느껴진다. 마치 영화를 보고있는 극장 안에 1960년대 미국을 그대로 옮긴것 같은 공기의 질감과 백인들이 흑인에게 가차없이 내뱉는 차별적 언어에서 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배척' 같은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클럽의 '기도' 역할을 맡은 비고 모텐슨의 차분하지만 폭력적인 성품과 언행은 눈에 거슬릴 정도로 파괴적이지 않다. 이 지점이 바로 비고 모텐슨이 대단한 연기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비고 모텐슨이 그저 아직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용맹했던 검투사로 남아있는데 이 영화 한 편으로 그 이미지를 모두 깨주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라는 캐릭터 설정상 발음이나 제스쳐에서 오는 묘한 뉘앙스는 명배우의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그리고 그가 무심코 내지르는 주먹과 덤덤하고 어눌하지만 마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토니 발레롱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비고 모텐슨 대신 본작으로 2019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 조연상을 거머쥔 마허샬라 알리도 좋은 연기를 했다. 고고하지만 차별받고 억압받는 흑인 캐릭터를 이정도로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백인들이 박수를 쳐주는 천재 피아니스트이지만 그 백인들이 자신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 또한 알고 있지만 저변에 은근히 깔려있는 차별에 대한 눈빛들을 감내하고 그들을 위해 연주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를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에 박아넣었다.



극의 후반에 가서야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차별에 반기를 들지만 그 때 까지 참아내는 과정이 참으로 드라마틱 하다. 당시 미국 사회엔 깔려있는 '흑인' 에 대한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시선은 개 돼지만도 못한 거였어서 양복점에 맞춤정장을 사러 가게되면 사이즈가 맞나 재볼 심산으로 한 번 입어 본 기성복을 강제로 사야했고 고급스러운 호텔 레스토랑에 가면 백인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지 못했던게 부지기수다. 흑인들을 위한 허름한 음식점이 따로 존재했고 공용 화장실 또한 백인들과 함께 사용하지 못했다. 이런 지점들은 앞서 흑인 차별을 다룬 영화인 '헬프(2011)' 에서 코믹하면서도 극적으로 다뤘던 터라 새로울 건 없지만 차별에 대한 스토리를 그저 희극적인 소스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오프닝에서 부터 흑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토니와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굳이 같이 남부 투어 기사로 쓰고 싶어하는 돈. 양아치 건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토니와 살면서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한 번 먹어보지 않았다는 고상한 돈. 이 두 사람이 가져오는 불협화음과 거기에서 오는 마음의 교감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애써 감동을 쥐어 짜내지 않는다. 이 부분 역시 사회적 계급과 유색인종의 차별에서 유발되는, 억지스러운 우정 운운하는 여타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과는 또 다른 성취다.





실존인물인 돈 셜리가 실제 동성애자 였는지 진작에 연을 끊고 살았던 그의 현재의 혈육들이 '이 영화는 사실이 아니다' 라고 반박하는 주장이 사실인지,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가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이 영화가 그저 영화 시나리오를 위한 거짓들로 점철된 영화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영화 그린북은 그런 여러 잡음들을 잊게 만들어주는 아주 좋은 영화고 제정신이 박혀있는 인간이라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자신의 삶에 대한 모든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멋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런닝타임 내내 입에서 욕과 담배를 달고 등장하는 비고 모텐슨이 너무 멋있던 그린북이었다.






​​​​​​​​​









+

참고로 두 사람이 남부를 여행하면서 백인들에게(특히 경찰) 호의를 받은 적이 딱 한 번 뿐이다.



영화 그린북에 쓰인 제목의 의미는 실제했던 흑인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 같은 책자다.






이 책자엔 미국을 여행하면서 흑인이 '마음놓고'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나 호텔 등이 적혀있다. 물론 호화스러운 곳은 1도 없다. 그 어쩔 수 없는 흑인에 대한 차별을 견뎌내야 하는 고고한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고뇌를 은근하게 그려낸게 바로 이 영화 그린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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