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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말모이 후기





한 사람의 열 발자국 보다 열네 놈의 한 발자국이 더 낫지 않겠어?















우리가 배우 유해진에게 기대하는 어떤 것.





1940년대, 경성. 부인 없이 남매 둘을 키우는 까막눈 '김판수(유해진)' 는 아들의 학비가 걱정이다. 우연히 알게된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 과 엮이면서 전국의 '말' 을 '모으는' 조선어학회의 '말모이' 를 돕는다는 이야기.





일재의 잔재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 대한민국이다. 우리가 쓰는 말들 중엔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전히 일본어가 섞여있다. 일본에게 침탈의 역사를 겪었던 그 시절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일본에게 굴복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식겁함이 영화의 중반부터 팽배해 진다. 캐릭터를 쌓아가면서 런닝타임 또한 꽤 길어졌다. 김판수의 배경, 총을 들고 있는 일본 경찰들이 도처에 깔려있다는 시대 배경, 류정환의 사정, 김판수 자녀들의 이야기. 그리고 말모이를 만들려는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사정. 이 모든걸 한데 모으려다 보니 산만해지고 집중이 잘 안된다.



더불어 유해진과 윤계상 등 배우들이 보여주는 케미스트리 또한 평이하다. 거의 애드리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늘 날것 느낌의 연기를 보여주던 유해진은 그런저런 연기와 영화의 마지막, '까막눈' 이라는 설정 하나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사라지고 윤계상 역시 아무 배우가 연기 했어도 이질감 없는 평범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아버지가 속해있는 학교가 일본의 통제하에 있지만 자신은 한국어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갈등은 미미하고 일본의 파괴적이고 흉악한 모습만 부각된다. 물론 그 시절 일본이 우리에게 자행했던 모든 일들은 절대 잊어선 안되지만 영화 속에 막무가내로 치고 들어오는 방식으로만 써먹는 표현은 세련되지 못하다. 지금의 영화판에선 이미 우리의 DNA에 깊숙히 박혀있는 일제치하의 악몽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영화에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지루할 정도로 캐릭터의 사정들을 엿가락처럼 늘어놓고 마지막에 가서는 신파로 끝을 낸다. 굳이 안 그래도 됐을법한 소재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관객을 울려보자는 심산이 농후하다. 말모이 결말에 가서 까막눈이었던 아빠가 남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는 이미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이 비로소 그제야 아버지의 진심을 느끼기에 안 울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다.



캐릭터들의 설정에서 오는 지루함보다 전국에서 말을 모으는 이슈를 좀 더 부각시켰으면 더 와닿았을 영화다. 각 지방에서 몽땅 끌어모은 사투리와 표준어에 대한 진지하고 유쾌한 장면들이 더 궁금하다. 그 시절에 어떻게 전국에서 쓰는 말들을 모으고 꾸리고 표준어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영화 말모이를 보면 왠지 갑자기 문득 국어사전을 하나 구입하고 싶어진다. 우리의 말과 글은 이토록 아름다운데 변칙적이다 못해 굳이 한 껏 괴랄하게 만들어내고 우리 입맛에 맞게 마음 껏 줄이고 없어도 되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해가 지날수록 난리다. 외래어와 신조어를 남발하기 전에,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영화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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