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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넷플렉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 데스 로봇 리뷰

개인적으로 넷플릭스는 선호할 때도 있고 선호하지 않을 때도 있다. 곧 마블을 비롯한 디즈니의 아이들이 모두 디즈니 플러스로 옮겨갈 예정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홍보하는 드라마들 역시 가짓수는 굉장히 많은 반면, 딱히 볼만한 컨텐츠가 없는게 맹점이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에도 그랬듯 가입과 1개월 무료 이용, 해지 및 연장이 쿨할 정도로 쉽고 간편하다는건 무시무시한 강점 중에 하나다. 그래서 지금도 종종 아이디(이메일)를 돌려가며 구독하거나 취소하고 있는데 아는 형님께서 '러브 데스 로봇' 이라는 넷플릭스 발 sf 애니메이션 단편들을 추천해줘서 냉큼 로그인 해, 감상했는데 그 옛날 '애니 매트릭스(2003)' 가 단번에 떠오를 정도로 강력하고 압도적이며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애니 매트릭스가 영화 '매트릭스(1999)' 시리즈(매트릭스 리로디드, 매트릭스 레볼루션 / 2003) 를 기반으로 주조한 단편 애니메이션들 이었다면 이번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로봇은 사랑(주로 섹스)과 죽음과 로봇이라는 테마로 총 18편의 단편들을 묶어, 하나의 시즌 형식으로 내놓았는데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는 총천연색 사이언스 픽션 되시겠다. 실사 영화보다 더 실사같은 그래픽은 차치하고 열 여덟개의, 덕후들이 만들어낸 근 미래의 sf이야기는 그동안 내가 보고 읽고 들어왔던 그 어떤 사이언스 픽션 소재들과도 다른, 굉장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명작들의 에센스만 집결해 놓은 모양새다.

어떤 단편이 특히 좋았다고 꼽기 힘들정도로 거의 모든 영화들이 준수하고 파괴적이며 흥미진진하다. 시간이 되든 안되든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꼭 감상하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시즌제로 가면서 차기 시즌들도 얼른 제작해 줬으면 하는 바람.


sonnie's edge
무적의 소니

링에 들어설 때 마다 나는 목숨을 걸고 싸워. 그 공포가 내 장점이지. 이제 두렵나? 죽음에 대한 그 공포가 느껴지나?

뇌파로 야수를 조종한다는 설정으로 흥미진진한 격투 액션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소니 라는 이름의 여전사가 이끄는 무패를 자랑하는 팀에 대한 이야기다. 소재 자체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2009)', 괴물들의 디자인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2013)' 이 떠오르지만 소니가 조종하는 녀석은 왜인지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사도같은 느낌이다. 척추를 다쳐 뇌파 자체를 여기저기 숨겨놓았다는 소니의 엔딩이 가히 압도적이다.

 

three robots
세 대의 로봇

- 기분 어땠어? 말해봐

- 갈수록 기운 빠졌어.

- 인간 세상이 딱 그랬대.

- 이게 인간을 몰살한거야?

- 아니, 인간의 군림을 끝낸 건 그들의 자만심이었어. 자기가 최고의 창조물이라고 생각하며 물을 오염시키고 땅을 죽이며 하늘을 질식하게 한거야. 결국 핵겨울이 와서 멸망한 게 아니야. 그저 자만심이 가득하고 부주의 했던 가을에 멸망한 거지. 인간은 그냥 멍청이라서 망한거야.

인간이 멸종하고 세상에 남게된 세 대의 로봇이 보여주는 짤막한 스토리. 개인적으로 이런 디스토피아적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좋다. 인간의 자만심에 의해 지구가 멸망하고 그 뒤에 살아남은 것들이 인간들을 회상하는 요딴 스토리. 모든게 신기한 오렌지색 로봇과 이쪽도 저쪽도 아닌 흰 색 로봇, 그리고 시니컬하고 독설적인 삼각형 로봇이 인간의 과거사를 이야기하는게 참 재미있다. 거의 만담 트리오 같은 느낌. 거기에 굉장히 놀랍게 등장하는 고양이의 존재는 보너스♥︎

the witness
목격자

어떻게 늘 괴상한 변명만 들이대나 몰라.

이번 러브 데스 로봇에서 그래픽적이나 소재 모두 가장 만족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배경으로 쓰인 복잡한 도시도 좋고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도 마치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sf 작가인 '필립 k. 딕' 의 단편 소설을 읽는 듯 굉장히 매력있다. 어떤 남자가 누군가를 죽이는 사건을 목격한 한 여자가 돌고 돌아 그 남자를 죽이게 되고 다시 그 남자가 여자를 목격한다는 이야기. 실사에 가깝게 랜더링됐지만 실사와는 차이가 좀 있는 이런류의 작화풍이 정말 좋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상 밴드인 '고릴라즈(gorillaz)' 의 멤버들도 이런식으로 디자인 되어 뮤직비디오를 찍으면 딱 일것 같은 느낌의 작품.

suit
슈트로 무장하고

다들 일을 그만두고 농부가 되라는 말만 했지. 저 빌어먹을 놈의 벌레 새끼들 얘기는 안해줬어!

밭에 들어와 소들을 먹어치우는 외계 생명체들과 싸우는 농부들의 이야기. 처음에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인가 싶었다. 보호막을 뚫고 소를 무차별적으로 뜯어먹는 외계의 존재들에 대항하는 농부들이 굉장히 단합이 잘 되어있고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움직였기 때문. 엔딩에 가서야 지구가 아닌 토성 비슷한 행성으로 밝혀지는데 아마 지구인들이 여러 행성들을 식민지화 시키며 벌어지는 일 같다. 앞의 두 애니메이션에 비교하면 좀 심심한 느낌의 작화지만 소재가 마음에 듦.

sucker of souls
무덤을 깨우다

여기 안치된 자, 아이를 먹어치우는 아귀, 검은 황태자, 영혼을 빨아들이는 자.

영화 미이라나 인디아나 존스가 떠오르는 조금은 뻔한 이야기. 고대의 무덤을 파헤치다 실수로(?) 드라큘라 백작을 깨운다는 이야기인데 사람의 피로 자신의 살과 뼈를 추스리는 드라큘라와 거기에 맞서는 일반 인간들의 사투를 그렸다. 평이한 그래픽에 평범한(?) 소재지만 마치 소재의 다양성을 위해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감출수는 없는 에피소드.

when the yogurt took over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연구자들이 지표상으로 가장 우수한 DNA를 '락토바실러스 델브루에키이' 즉, 요거트 발효균에 이식한 겁니다. 초반에는 실험이 실패한 것 같았죠. 그러나 연구자 한 명이 그 간균의 일부를 집에서 요거트를 만들어 먹겠다고 빼돌렸어요. 6월 27일 밤, 그 요거트는 지각을 갖게 됐죠.

우리가 원하는 건 오하이오다.

제목 그대로 요거트가 말을 하며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하게 됐을 때의 이야기. 꽤나 재미있는 소재로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 화풍을 지닌 작품이다. 요거트로인해 결국 인류는 멸종의 위기를 극복해내지만 요거트는 지적 허영심에 의해 우주로 나아가며 영화가 끝난다. 굉장히 짧고 간결하지만 소재나 캐릭터 디자인이 매력적이어서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애니메이션.

beyond the aquila rift
독수리자리 너머

우리 때문에 호텔 침대가 망가진 거 기억해? 무중력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니 대단해.

항성 여행을 떠났던 우주선이 항로이탈로 인해 이상한 행성에 도착한다는 이야기. 어디서 본듯한 내용이 많다. 몇 백 광년이나 되는 우주를 이동하는 우주선이나 그 속에서 세타 수면을 자는 인간들, 알고보니 도착한 곳은 지구도 어디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이라는 것 등. 악몽과도 같은 현실 보다야 달콤한 꿈 속에서 영원을 이야기하자는 주요 플롯이 실사와 거의 다를바 없는 작화력과 함께 보는이의 가슴을 훔친다. 아 정말 엔딩은 처참해서 최고였어♥︎

good hunting
굿 헌팅

왜 우릴 잡으려는 거야? 우린 아무짓도 안했는데.

사냥을 하고싶어. 여자를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들 사냥. 악행을 저지르고도 진보로 찬양하는 남자들 말이야.

고전의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를 21세기 사이버 펑크와 맞물려 풀어놓은 애니메이션. 배경은 중국인데 중국 주인공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는게 좀 웃겼다. 남자들을 홀려 밤마다 사람을 변하는 구미호가 결국 근대화에 발맞춰(!) 남자들을 사냥하는 로봇 구미호가 된다는 소재가 독특하고 기괴했다. 애니 매트릭스가 딱 떠오르는 작화와 플롯.

the dump
쓰레기 더미

쓰레기 장에 오래 있으면 세상이 제발로 찾아온다니까.

쓰레기장을 집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데이브와 그를 쫓아내려는 조사관의 이야기.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생명체를 살아 숨쉰다는 걸 보여주는(?) 기괴한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 더러움과 육중함을 표현해낸 질감이 참 마음에 들었던 작품.

shape-shifters
늑대인간

너희같은 동물을 받아들이면서 군대가 쓰레기장이 됐어.

짐승일 지는 모르지만 이제 당신의 목줄은 안 차.

아프가니스탄에서 용병으로 일하고 있는 늑대인간들의 이야기. 이 작품도 작화력이 어마어마하다. 늑대인간에게 빚을 지며 살아가면서도 그들을 인간 이하 취급하는 인간들과 편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족에게 처참한 죽음을 선사해야하는 늑대인간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그려냈다. 중간중간 거의 FPS 스러운 연출도 보여주면서 모종의 가능성을 넓히는 작품.

helping hand
구원의 손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 사장이 전화로 물어보면 나 대신 욕 좀 실컷 해줘요.

우주를 위해 자구 작은 희생을 치뤘죠.

딱 봐도 영화 '그래비티(2013)' 가 떠오르는 작품. 우주에서 홀로 작업중이던 우주 비행사가 멀리서 날아오던 파편 하나에 몸이 날려가 졸지에 우주 미아가 될 처지에 놓이지만 자신의 손을 뜯어내면서 겨우겨우 우주선으로 복귀한다는 이야기. 이제 이런류의 소재는 그래비티가 얼마나 대단한 영화였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반동을 위해 자신의 손을 떼어내는 주인공의 사투가 보는 이로 하여금 끔찍한 상상을 하게하는 애니메이션. 작화 또한 일품이다(으읔).

fish night
해저의 밤

수백만년 전 이 사막이 바다였던 거 아나?

사막 한 가운데에서 차가 퍼져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두 판매원들이 밤에 나타난 물고기들에게 홀린다는 이야기. 꽤나 단순하고 직선적인 소재이지만 환상과 현실의 붕괴에 대해 논하는 작품이다. 인간은 자신이 살던 곳에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말 하나로 이정도의 퀄리티 있는 비쥬얼을 보여줄 줄 누가 알았는가. 문자 그대로 유령일 줄 알았는데 메갈로돈 같은 애한테 실제로 먹혀버리는 주인공...

lucky 13
행운의 13

비행기도 인격이 있습니다.

소위 '저주받은 비행기' 라는 별명을 지닌 lucky 13이라는 이름의 전투 비행선의 이야기이다. 두 번의 출정에서 대원 모두가 사망하지만 비행기는 꼭 귀환했던 이상한 이력과 '신참이 남는 비행기를 몰아야 한다' 는 전통 아래 어쩔 수 없이 콜비 커터 중위가 lucky 13을 몰게되지만 그녀와 비행기의 귀신과 같은 비행 실력으로 비행기의 이름이 문자 그대로 '행운의 13' 이 된다는 이야기. 인간과 교감하는 비행기라는 소재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작화와 맞물려 굉장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zima blue
지마 블루

일을 잘 처리했을 때 느끼는 단순한 기쁨만 남는거죠.

수영장 벽을 청소하는 로봇이 온 세계의 대중들이 사랑하는 벽화 아티스트로 성공한다는 이야기. 꽤나 기괴한 소재지만 작화도 기괴해서 그럭저럭 볼만했다(음?). 단순히 벽화 아티스트로 시작해, 거대하다 못해 지구를 뚫고나가는 작품(...)을 보여주는 지마 블루의 이야기가, 역시 일단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준다는 명제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이런 얘기 아님).

blindspot
사각지대

뇌는 여기에.

재패니메이션에 영향을 듬뿍 받은 헐리웃의 애니메이터가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딱 이런 느낌일거다. 록맨이나 메가맨 등의 냄새도 솔솔 나는 것 같고 영화의 배경은 사이버 펑크에 매드 맥스를 반반 섞은 느낌. 딱히 특출난 점은 없지만 '무덤을 깨우다' 와 같이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집결되어진 애니메이션 같달까.

ice age
아이스 에이지

냉장고 안에 문명이 존재하네.

핵이 우리 냉장고에서 터지는데 진정하라는거야?

누군가 두고 떠난 냉장고 안에 문명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이번 러브 데스 로봇 시즌 1에서 유일한 실사 영화다. 어릴적에 즐겨봤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어메이징 스토리' 스러운 기묘한 이야기이다. 문명이 시작되고 근대화를 넘어 멸종에 이르기까지 얼어붙었던 냉장고가 굉장히 빠르게 보여준다. 그리고 지구 자체가 사라졌다가 다시 초기화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인류와 지구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 기엔 좀 부족한 짧은 단편. 남자 주인공은 대번에 '스파이더맨 3(2007)' 의 베놈이었던 토퍼 그레이스 인걸 알아챘고 여자주인공이 좀 헷갈렸지만 이내 '클로버필드 10번지(2016)' 에 나왔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라는 걸 알았다.

alternate histories
또 다른 역사

첫 번째 사망 시나리오: 미술학교 계단에서 벌어진 싸움 중 사망

두 번째 사망 시나리오: 브라트부르트 소시지를 실은 마차에 치여 사망

세 번째 사망 시나리오: 젤라틴 덩어리에 갇혀서 질식사

네 번째 사망 시나리오: 오스트리아 매춘부 4명과 섹스 대장정에 나섰다가 사망

다섯 번째 사망 시나리오: 운석에 정통으로 깔려 사망

여섯 번째 사망 시나리오: 자신을 암살하러 미래에서 온 반나치와 그 암살을 막으려 역시 미래에서 온 나치 간의 십자포화에 놓이게 됨. 마침내 미래의 사진에 의해 목숨을 건짐. 히틀러 시간 여행의 제 1규칙 망각. '도플갱어를 만지면 안된다' 시간 여행의 패러독스로 사망

'히틀러가 다른 날 죽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재미있는(?) 가설을 토대로 새로운 대체역사를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의 소개. 아주 빠르고 짧은 애니메이션이지만 포인트만 쪽쪽 짚어대서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결말에 보여진 '링컨이 먼저 총을 쐈다면?' 으로 시즌 2에서 또 만나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the secret war
숨겨진 전쟁

시베리아 숲 속에서 흑마술에 의해 깨어난 괴물의 존재들과 알려지지 않은 전쟁을 치룬다는 이야기. 다른건 모르겠고 딱 사양 좋은 콘솔 게임의 스토리 라인 같아보이는 그래픽이 예술이다.


 

 

결국 러브, 데스 + 로봇 이 넷플릭스를 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제발 시즌 2도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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