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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더 길티 리뷰

저도 사람을 죽였어요.

 


 

 

 

 

상상력이 많으면 그 인생 고달퍼~

재판 중인 사건으로 경질된 채 긴급 신고 센터에서 근무 중인 경찰 '아스게르(야곱 세데르그렌)'. 어느날 다급하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본능적으로 납치사건임을 깨닫는다는 내용의 영화.

영화 더 길티는 독특한 영화다. 주인공과 상대방의 통화내용만으로 영화를 쭉- 끌어간다. 긴급 구조 센터라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전화를 걸어오거나 주인공이 전화를 거는 상대의 말투, 통화를 하는 사람 주변의 소음 등으로 관객은 무작정 상상을 해야 한다. 이 지점이 굉장히 매력적인데 문제는 결말조차 거기에서 끝난다는 것. 영화 '서치(2017)' 를 생각하고 극장을 찾은 나같은 관객에겐 다소 불친절한 영화일 수 있다. 사건은 주인공이 앉아서 전화를 받는 공간처럼 무력하게 끝이나고 나름 반전이라는 요소 역시 허무하기 짝이없다.

비 영어권인 덴마크의 영화이지만 굉장히 저예산으로 이만큼의 집중력과 관객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작품을 찍은 구타브 몰러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기 충분한 영화이다.

한정된 공간, 사운드, 음악 하나로 이정도의 긴장감을 주는 영화가 또 있었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아래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니 원치 않는 사람들은 도망쳐!!

+

엔딩은 상당히 김이 빠졌다. 관객들에게 '납치' 와 '아동살해' 라는 미끼를 던져주고 이 모든게 그저 '이벤(제시카 디니지)' 의 정신병에 의한 우발적(?) 사고였음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들 역시 굉장히 허무해진다. 무기력한 경찰 출동 요청 교환원의 아스게르에 대한 대처처럼 '봐, 사실 별거 아니었잖아' 라는 감상을 주기 충분하다. 그래도 경찰들이나 신고 센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갖는 죄의식, 공감능력 따위를 민낯으로 보여주는 영화라 퍽 신선했다.


++

여러 sns상에서 '개봉미정' 이라는 타이틀로 cgv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는데 거기에 낚인 여러 대중들 덕분에 극장에 겨우 걸릴 수 있었던 영화라고 한다.

꽤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비 영어권에다가 스타성 있는 배우라던지 감독은 1도 없고 초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상업주의에 찌든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가에 나름 신선한 반 방(한 방은 아님)을 먹이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