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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바이스 리뷰

 

 

 

 

조용한 사람을 조심하라. 그는 남들이 떠드는 동안 지켜보고, 남들이 행동하는 동안 계획하고, 마침내 남들이 쉴 때 공격을 개시한다.

명심해. 네게 힘이 있으면 꼭 누군가 뺏으려 드니까.

 


 

 

 

아담 맥케이 감독이 들여다본 2001년 부터 2008년 까지의 백악관 이야기.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비밀스러운 권력자였던 '딕 체니(크리스찬 베일)'. 그가 미국 부통령까지 오르면서 내린 결정들을 훑는 영화.

영화 바이스는 아담 맥케이 감독의 흥행작이었던 '빅쇼트(2015)' 와는 다르게 노골적으로 그 당시 미국 정부를 유린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쥐게 되지만 결코 앞에 나와 젠체하지 않았던 '딕 체니(리처드 브루스 체니)' 라는 인물을 흡입력있고 입체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알쏭달쏭한 그의 캐릭터를 감독 스스로 궁금해 한다.

2001년 9월 11일. 전무후무했던 테러인 911사태가 벌어진다. 뉴욕 맨허튼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워싱턴 D.C. 펜타콘이 공격을 받을 때, 전 세계인들과 미국 국민들, 그리고 미국 정부의 주요 인물들 마저도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을 때, 오직 딕 체니의 눈빛만 조용히 빛난다. 미국 법령에서 부통령은 행정부나 입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스티브 카렐)' 에게 대통령의 재가없이 "위협으로 판단되는 모든 항공기는 격추하라" 고 지시한다.

예일대에 입학했으나 적응을 하지 못하고 퇴학 당해, 전선 기술자로 일하던 젊은 시절의 딕 체니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린 체니(에이미 아담스)' 와 결혼을 하기위해 변한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시절이라 린 체니는 남편의 출세로나마 욕망을 이루기 위해 딕 체니를 변화시켰고 그 후 딕은 와이오밍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특유의 과묵함과 성실함으로 '조지 w. 부시(샘 록웰)' 의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 정부에서 국방장관 자리에까지 오르게된다. 대선이 코 앞이었던 어느날, 딕의 딸인 '메리 체니(알리슨 필)' 가 레즈비언임을 선언하고 딸의 행복을 위해 석유 시추회사인 '핼리버튼' 의 CEO로 자리를 옮기며 정치와는 작별을 고한다. 하지만 평소 딕을 존경하던 조지 w. 부시의 '런닝메이트' 제안을 수락하며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담 맥케이 감독이 지닌 역량중 특유의 연출법이 한가지 있는데, 바로 형식이 없다는 것이다. '프리스타일' 에 가까운 장황한 설명이 유독 눈에 띄는데 교양 다큐멘터리, 재연, 인터뷰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력 덕분에 관객이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할지 분간이 가지 않는데에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인 '팩트' 를 얼만큼 재치있고 기민하게 관객에게 들려주느냐가 이런 영화들이 지닌 묘미일텐데 아담 맥케이 감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온갖 종류의 패들을 하늘에 흩뿌리는 식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영화 바이스 전체를 아우르는 '내레이션을 맡은 사람(커트 / 제시 프레먼스)'이 알고보니 나중에 심장질환이 있는 딕에게 심장을 기증하는 사람이라는 장치들이 주로 그런 식이다. 재미있는 건(?) 커트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전쟁을 선포한 이라크에 파병된 군인이라는 설정이다.

영화 바이스에서 조지 w. 부시는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했고 뒤에서 그를 조종한 인물은 바로 딕 체니였다는 사실을 낱낱이 밝히지만 정작 딕 체니는 '국민들을 위해서 일을 했을 뿐' 이라고 일축한다. 딕 체니를 부통령 자리에 앉힌건 미국 시민들이고 조지 w.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미국인들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던 그 당시 미국 정부는 훗날 IS를 낳은 원흉이 되었고 무고한 시민들을 테러의 공포속에 살게한 장본인이 된다.

영화는 되도록 최대한 딕 체니를 '악의 축' 과 같은 묘사로 몰아넣지 않는다. 그저 부시 뒤에 숨어, 과묵하고 조용하게 모든 실권을 조종하는 캐릭터로만 보여준다. 절대로 자신의 야망을 남에게 드러내는 일이 없었으며 과격한 감정표현 또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딕 체니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은 (또)체중을 늘리고 머리를 삭발해가며 걸음걸이, 말투 역시 딕을 쏙 빼닮게 됐는데 이쯤되면 거의 고증전문 연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결국 이라크를 적국으로 돌리며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이는 딕 체니였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정치인들을 이제 제발 좀 제대로 보고 뽑자'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엔딩 시퀀스 역시 재미있는데 영화 중간에도 나왔던, 딕이 딸에게 알려준 '미끼' 를 미국식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마지막으로 영화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표현한 장면들이 볼만하다.

영화 빅쇼트보다는 덜 강렬하지만 그래도 맥케이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볼만은 했던 바이스였다.
(참고로 영화 제목인 '바이스' 는 부통령-vice president- 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단어다)


+

영화 바이스의 쿠키영상은 한 개다.

중간에 딕 체니가 핼리버튼의 CEO를 맡으면서 영화가 끝나는 것 처럼 엔딩롤이 올라가다가 꾸준히 계속되는데 그건 그냥 아담 맥케이 감독의 장난질(...)이고, 엔딩 시퀀스가 끝나고 곧바로 나오는 쿠키영상에선 여러 대중들을 표현한 사람들이 토론 같은 걸 하는데 현재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디스와 좌파 우파를 두고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 초반에도 정치에 딱히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을 표현하는데 쿠키영상에서도 '분노의 질주' 신작 운운하는 사람들을 배치시키는 걸로봐서 '이미 지나간' 정치적 고발 영화라기보다는 현재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영화가 맞다.


++
옛날 옛적(?), 저 정치권이 마음에 안들었던 미국 랩퍼 '에미넴(eminem)'은 일찍이 자신의 최고 커리어를 뽐내던 앨범에 (그것도 타이틀 곡으로!)딕 체니와 그의 부인인 린 체니를 저격한 노래인 'without me' 를 불렀었다.

i know that you got a job ms. cheney
체니 여사, 당신이 직업이 있다는 건 나도 아는데

but your husbands heart problem is complicated
당신 남편의 심장 문제는 좀 심각하지 않아?

so the FCC won't let me be or let me be me so let me see
FCC(방송통신위원회) 가 날 가만 안 둘까 아니면 가만 둘까, 두고 볼까?

they tried to shut me down on MTV
걔넨 날 MTV에서 내 쫓으려고 하는데

but it feels so empty whithout me
나 없이는 허전할껄?

so come on dip bum on your lips
그래 조사해봐 입술이 마를껄?

fuck that, cum on your lips and some on your tits
좋까, 네 입이랑 가슴에 그게 묻어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