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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파이브 피트 리뷰

 

 

 

만약 당신이 지금 이걸 보고 있다면,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만지세요. 삶은 낭비하기에는 너무 짧으니까요.

이 병이 나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갔으니 나도 하나쯤은 되찾아올래.


 

 

 

손을 잡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는 멜로.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병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를 보고나자 제일 먼저 이름도 생소한 병에 대해 궁금해졌다. 낭포성 섬유증이란 기본적으로 폐와 이자등에 있는 점막 생성 세포의 결함이다. 체내에서 점액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 폐와 이자에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화효소가 소장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한다. 염분이 점막 생성 세포를 투과하지 못해서 두껍고 끈적거리는 점막이 만들어지는데 그 점막들이 해당 장기의 기능을 방해하여 호흡과 소화작용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덕분에 세균에 쉽게 감염되고 당뇨병이나 간 질병, 낮은 수정률 등의 증세가 생기며 염분이 높은 땀을 흘리고 생식기관의 이상을 동반하기도 한단다. 대개의 낭포성 섬유증의 발병원인은 유전적인 이유가 많다고 한다.

일반적인 암이라던지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러브 스토리는 그럭저럭 많이 봐왔는데 이름도 생소한 같은 병에 걸린 어린 소년 소녀의 이야기라 조금 더 특별한 영화인 것 같다. 같은 병을 지닌 사람들끼리는 기침이나 가벼운 스킨쉽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는데,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윌(콜 스프로즈)' 은 병원에 '치료 사례' 를 만들기 위해 입원했고 '스텔라(헤일리 루 리차드슨)'는 첫눈에 반한 윌과 더 가까워지고 싶지만 자신의 상태를 아는 윌은 늘 스텔라에게 '거리' 를 두려한다. 결국 스텔라는 용기를 내, 같은 병에 걸려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식스 피트(대략 183cm 정도)' 의 '거리두기' 철칙을 깨고 자신의 뜻대로 '파이브 피트(약 152cm 정도)' 의 거리에서 윌을 마주보려 한다.

'지금껏 살아가기 위해 치료를 받는게 아니라 치료를 받기위해 살아왔다' 라는 클레어의 말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지난한 병원생활과 사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풋풋하게 그린 영화지만 전반과 중반까지 병에 대해 설명하는 씬들이 조금 지루하고 후반부의 무리수가 많이 보이는 극단적인 연출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신파조로 끝내지 않은 엔딩이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달까. 소재가 소재인지라 주인공들이 실제로 살이 닿는 장면은 딱 하나밖에 없는데 수영장에서 당구채로 클레어의 몸을 만지는 장면은 어느 멜로영화보다 더 에로틱했다. 여러 멜로 영화들에게 빚을 진 영화 속 클레셰들은 주인공들이 지니고 있는 병 때문에 조금은 특별하게 보이고 거의 기적에 가까운 엔딩은 이 시한부 로맨스 영화가 다른 시한부를 소재로한 영화들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고 살아가는 요즘의 신세대에 맞게, 그리고 영화의 소재에 맞게 맥북의 웹캠과 아이패드, 아이폰의 페이스타임이 적절하게 등장하는 영화다.

주인공으로 나온 두 배우의 풋풋한 꽃미모가 한몫하는 영화.


 

+
영화 파이브 피트의 실제 주인공은 영화 속 클레어처럼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었던 '클레어 와인랜드(claire wineland)' 다.

 

영화 파이브 피트의 결말처럼 클레어는 실제로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지만 수술 일주일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녀는 30번 넘는 수술을 받으면서 인생의 4분의 1을 병원에서 보내며 불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던 유명한 유튜버였다. 스물 한 살의 나이로 2018년 9월에 사망했을 당시 그녀의 장기를 기증받은 50여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가끔 영화나 뉴스를 통해 이런 실제 사례에 있는 주인공들을 볼 때면 좀 더 열심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에서는 굳이 이런 내용들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데 아마 영화를 제작하던 당시엔 그녀가 살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for claire' 라는 문구가 그녀의 스케치와 함께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