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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사바하 리뷰

니 목이 100개라도 부족하다!

신이 진짜 있다고? 나는 모르겠다.

성탄절이 기쁜 날이라고 생각하냐? 아기 예수가 태어나기 위해 수많은 아이들이 죽었는데도? 헤롯이 동방박사 예언을 듣자마자 베들레헴에 있는 갓 태어난 아기들 부터 2살 까지의 아이들을 모두 죽여버렸지. 크리스마스는 슬픈 날이야.

 


 

 

 

생각할 꺼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영화.

당연히 '검은 사제들(2015)' 과 비슷한 맥락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장재현 감독의 차기 연출작이고 무엇보다 소재가 비슷했기 때문에. 하지만 기우였고 영화 사바하는 상당히 많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영화다.

1999년, 시골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다. 먼저 태어난 아이는 귀신이 씌였다며 부모에게 가축처럼 길러졌고 한 아이는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언니에게 다리를 뜯어먹혀 평생 불편한 채로 살아야 했다. 수 년 뒤, 신흥 종교 비리를 쫓는 사이비 목사인 '박목사(이정재)'가 사슴동산이라는 종교 단체를 쫓으며 영생자의 실체를 눈으로 목격한다는 이야기.

오컬트에 빠진 한국이라는 기사를 얼마전에 읽은 적이 있다. 좀비, 빙의, 귀신, 말로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이 문화매체에서 우리 기술로 쏟아져 나온다. 영화 사바하도 그런 류의 맥락으로 읽을 수 있겠으나 약간은 다른 접근방식을 채택한 영화다.

일찍이 불교의 '득도'를 이뤄낸 인물이 있다. 열반에 오른 그 자는 '신' 으로 행세하며 영원불멸의 삶을 살아간다. 어느날 티벳에서 온 승려가 그에게 예언을 한 가지 한다. '100년마다 당신을 죽일 존재가 태어난다.' 그 말을 듣고 미륵 '김제석(정동환)' 은 그를 지키는 '사천왕' 을 키울 심산으로 아버지를 죽인 소년원의 네 명의 아이들을 양아들로 맞이해, 1999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골라 죽이라 명령하고 죄없는 청소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영화 속에는 굉장히 많은 종교적 은유들이 등장한다. 기본 베이스는 불교인데 주인공이 박'목사' 인 탓에 기독교적인 소스들도 잔뜩 들어가 있고, 감독의 입맛대로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종교의 색채들을 주조하고 변주해, 새로운 맛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는데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이제 어떤 반열에 이른 것 같은 공포스럽고 기괴한 분위기나 미술은 가히 압도적이고 의지할 곳이 되어야하는 불당이나 교회가 이토록 무섭고 소름끼치게 보이게 하는 실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 처럼 직설적으로 내지르지 않는다. 마지막의 마지막 까지 관객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며 진실에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영화다. 그 걸음걸이가 굉장히 진중하고 사려깊다. 엔딩에 가서야 말도 안되는 반전을 꺼내드는데, 그 영상적 표현이나 은유 또한 그럴듯 하다. 박목사의 존재는 악을 퇴치하거나 이단을 잡는 게 아닌, 방관자-안내자의 시선으로 관객과 함께 사건을 따라가는데, 눈 앞에서 초월적인 존재를 목격하면서도 믿지 않는 듯한 언행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덕분에 영화 사바하는 비슷한 맥락의 영화들인 '곡성(2016)', 검은 사제들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길을 가는 묘한 영화가 되었다.

결말에가서 밝혀지는 경전의 수많은 숫자의 의미가 좀 어이없긴 하지만 간결하게 맺고 끊는 영화라 좋았다.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위해 단 한 번도 인간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 '그것(이재인 / 1인 2역)' 의 최후가 약간은 슬펐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