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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배우 신하균의 재발견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리뷰

 

 

 

약속시간에 늦어서 뛰어가고 싶어.

사람이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뻔할 것 같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

지체장애를 지닌 형, '세하(신하균)'. 그리고 지적장애를 지닌 동생, '동구(이광수)'. 머리는 세하가 쓰고 몸은 동구가 쓰면서 '책임의 집' 이라는 시설에 사는 두 형제는 시설을 운영하던 '신부님(권해효 / 박신부)' 이 돌아가시자, 서로 다른 시설에 갈 운명에 처한다. 위기를 모면하려 세하가 평소 수영에 일가견이 있는 동구를 수영대회에 출전 시키며 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는 이야기.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뻔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장애를 지닌 두 형제라는 소재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지만 삶과 죽음, 그리고 장애라는 편견을 이야기하면서 보통 사람들에게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박신부는 지겹고 고단하지만 늘 시설의 아이들을 챙기는게 먼저고, 어릴때 5촌의 친척에게 버림받은 세하는 언제나 비참한 자신의 삶을 비관하기 일쑤다. 가정형편 때문에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동구 역시 일과처럼 수영장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옛 기억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한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 등장하는 (특히 책임의 집에 살고 있는)사람들은 모두 아픈 과거를 딛고 '현재' 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청년실업에 찌들어 사는 '미현(이솜)' 이 더해져 동구와 세하에게 끊임없이 '희망' 을 안겨준다. 동생이 없으면 밥도 먹지 못하는 형과 형이 없으면 사고만 일으키는 동생.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친형제 보다 더 끈끈한 우정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영화 특별한 나의 형제는 비참하고 비루하고 절망에 휩싸이던 주인공들이 현실을 딛고 일어나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덤덤하게 현실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들로 극을 꾸며간다. 장애를 일개 '소재' 로 사용하여 희화화 하지 않고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음에도 신파조로 시놉시스를 짜지 않아서 더 착해보이는 좋은 영화다. 거기에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형제들에 대한 새로운 위기의 초래 역시 이런류의 영화가 지닌 불온한 면이 보이는 구조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아서 더 좋았다. '현실', '다름', '타인', '장애' 들을 잘 섞어 잔잔한 물결처럼 그려낸 영화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자고 하는 엔딩이 주는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다들 이 영화를 보고 동구역을 맡은 이광수의 재발견이라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신하균의 재발견이었다. 간단한 제스쳐도 할 수 없는 캐릭터의 특성상 대사가 지닌 어투와 표정 하나로만 모든걸 보여줘야 하는데 정말 왜 신하균인지 알게해주는 대목이었달까. 오히려 이광수는 너무 멋진 몸매와 장애인을 '억지로 흉내내는' 연기력 때문에 보는 내내 위화감이 들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때 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했던 신하균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다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다. 물론 앞으로도 믿고 보는 배우가 될 것이다.

시리 대신 빅스비였다면 어땠을까?!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실제 주인공이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최승규씨와 박종렬씨이다.

사진 아래가 최승규씨 뒤의 오른쪽이 박종렬씨.

 

1996년 장애인 공동체인 광주 작은 예수의 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없이 서로를 챙겨주며 친형제처럼 지냈다고 한다(당시 최승규씨의 나이는 28세, 박종렬씨의 나이는 25세). 특히 동생인 박종렬씨는 최승규씨의 손과 발이되어 기꺼이 목욕도 시켜주고 매 끼니를 챙겨주었다고. 1997년 부터 밤을 새워 공부해 초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패스한 최승규씨는 2002년 광주대 사회복지학부에 합격하지만 휠체어가 없이는 아무곳도 갈 수 없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었는데 박종렬씨가 선뜻 휠체어를 밀어주겠다고 나섰다. 작은 예수의 집에서 학교 까지는 40분 거리. 강의실에 도착하기 위해선 적어도 1시간 전에 나와야 했는데 눈이오나 비가오나 두 사람은 4년동안 학교를 함께 오갔고 결국 최승규씨는 박종렬씨 덕분에 졸업평점 3.48을 받으며 사회복지사 2급,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