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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1 movie

영화 서스페리아 리뷰 쿠키영상 있음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뒤로 돌아가 주세요.

 

- 마치 섹스하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 남자하고 하는 섹스?
- 아뇨 짐승이랑 하는...

마르코스는 사실거야. 맞는 애를 제 때 찾은거지.

그 아기는 나의 죄예요. 내가 그 애로 세상을 더럽혔어요.

왜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는거죠?


 

모호함의 극치.

영화 서스페리아를 보게된 이유는 순전히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때문이었다. 거기에 감독의 페르소나인 틸다 스윈튼 누님도 나와주시니 안 볼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더불어 영화의 홍보문구에 구미가 당겼다. '경악의 29금 엔딩 30분,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 결말' 주로 예술영화 분위기의 아름다운 영상을 찍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었는데 불현듯 갑자기 '마녀' 를 소재로한 이런 영화를 찍는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서스페리아의 줄거리는 마담 '블랑(틸다 스윈튼)'의 무용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온 '수지(다코타 존슨)' 에 대한이야기이다.

어릴 때,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단 돈 몇 달러만 들고 혈혈단신 블랑을 찾아온 수지.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탈출하여 유일한 '생존자' 가 된 '패트리샤(클로이 모레츠)'는 자신의 정신과 상담의인 '요제프 클렘페러' 박사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지만 '망상' 에 불과하다며 패트리샤의 증언을 무시하고, 아카데미에 들어오자마자 선생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수지를 유일하게 걱정해주는 친구, '사라(미아 고스)'는 패트리샤가 걱정되긴 하지만 클렘페러 박사의 말 또한 믿기 힘들어하는, '중간자' 개념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아카데미에 있는 선생들과 학생들을 '마녀' 라고 칭하며 아카데미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사라진 상태.

1977년의 베를린이 배경인 탓에 영화 속에는 냉전시대의 극좌파 세력이었던 '바더 마인호프' 집단의 테러가 극에 달하는 장면들이 자주 언급된다. 당시 독일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전시에 유럽 전역에 저지른 행위 때문에 분노하던 시기였고 기성세대들은 책임감 조차 없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말을 빌리면 '매우 구체적인 시간대와 장소가 담긴 이야기' 라고 한다. 영화에 나온 전형적인 마녀의 모습과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1970년대를 휩쓸었던 페미니즘을 반영한 영화라고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마녀들에게 희롱을 당하거나 책망을 듣기 일쑤지만 엔딩에 가서는 그나마 여성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받는이가 한 명 쯤은 있다. 그만큼 여성의 지위나 위치가 남성보다 월등히 위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그 와중에 수지의 시각에서 보여주는 마녀들의 아카데미는 수없이 반복되는 교차편집과 점프컷으로 정말이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정신사나운데, 그럼에도 학생들이 보여주는 춤사위와 블랑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표정 들은 놓치기 싫어지는 명작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확실히 서스페리아는 공포영화가 아니고 엔딩의 참혹함은 보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좀 너무 과하다 싶은게 아닐까 싶다. 평소 '사랑' 과 '관능', '집착' 같은 것에 열을 쏟던 감독이 갑자기 이런 영화를 만들면, 마치 평소에는 양식만 주로 먹어오던 사람이 어느날 한식이 땡긴다며 위장이 늘어날 정도로 과식과 폭식을 한 느낌이랄까. 특히 엔딩부분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별로였다. 이런 영화를 잘 찍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원작(1977년작, 제목은 본작과 동일)에서 받은 충격을 잊지못해 리메이크같은 커버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음울한 효과음과 뜻모를 점프컷의 반복, 딱 봐도 관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기괴한 영상들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그것과 너무 닮아있어서 참 안 어울리는 옷을 입었구나 싶었다. 다만 매혹적인 무용수들의 춤사위와 틸다 스윈튼의 관능적인 캐릭터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만이 할 수 있는거다. 각자 가는 길이 분명히 다름에도 서스페리아 같은 영화를 찍은 이유는 원작에 대한 경외심이겠지만 너무 심각할 정도로 한심한 엔딩에 여러의미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영화 서스페리아에서 틸다 스윈튼은 1인 3역을 해냈다. 아카데미의 선생 중 한 명인 블랑과 패트리샤의 상담 의사인 클렘페러 박사, 그리고 마녀들이 소녀들을 '재료' 로 써서 되살리려고(?) 하는 마르코스 까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장을 심하게 한, 나머지 두 캐릭터는 모두 틸다 스윈튼임을 알아볼 수 없지만 수지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인물들이다.

마녀들은 마르코스를 부활시키기 위해 소녀를 제물로 바치길 원하고 그걸 눈치챈 패트리샤, '올가(엘레나 포키나)' 같은 단원들은 모두 지하에 감금되어 아직 불완전한 존재인 마르코스의 놀잇감이 된다. 아카데미에 새로 들어온 단원인 수지는 마녀들이 봐도 이상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제물' 이었으며 수지 스스로도 그걸 아는지 언제나 단독으로 춤을 출 때는 지하에 숨어있는 마르코스의 입맛을 당기게 한다. 영화 서스페리아 엔딩에 가서는 수지 스스로가 '한숨(이탈리아어로 '서스페리아-suspiria')' 을 뜻하는 마녀, '서스페리오룸' 의 현현임을 인정하고 마르코스를 비롯한 지하의 여러 인물들을 자신의 키스(와 염력 끔살) 로 죽이게 된다. 그리고 수지는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스페리아의 보너스 '최종장' 에서 전쟁통에 헤어진 아내를 찾는 클렘페러 박사를 찾아가 안식을 선사하고 기억을 지운다.

음악은 그 유명한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 가 맡아서 화제가 되었다.

 

 

원작에서 기본 틀만 따오고 아예 새로 만든 영화라서 이도저도 아니게 됐지만 확실히 소녀들이 춤을 출 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과격한 안무에 숨이 '훅, 훅' 하고 나오는데 그것조차 예술로 느껴진달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제일 잘하는 장르에 의미모를 공포, 서스펜스, 호러, 슬래셔, 그 당시 베를린의 상황들이 짬뽕되어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었다. 서스페리아의 원작 감독이자 시나리오까지 쓴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이 리메이크작을 보고 '쓰레기' 라고 단언했다. 차라리 원작의 소스만 가지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스타일로만 갔어도 소소한 중박은 쳤을 영화인데 너무 막나간 괴랄한 엔딩이 다 말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다. 중간에 감독이 루카로 바뀌었다고 한다. 원래는 프로듀서만 맡을 예정이었다고 함. 원래 감독은 데이비드 고든 그린(할로윈 2018을 감독, 각본, 기획).

딱히 영화가 묘사하는 바도, 은유도, 찾아보기 귀찮은 영화. 오히려 이태리 호러의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서스페리아 1977이 더 궁금해지는 영화다.


+
영화 서스페리아는 쿠키영상이 있는데 엔딩 시퀀스와 엔딩롤이 다 올라가고 나오기 때문에 좀 기다려야 하지만 굳이 안 봐도 되는 아주 짧고 의미도 없는 영상이다.


++
영화 서스페리아에는 원작 서스페리아(1977) 의 주인공 '수지' 역을 맡았던 제시카 하퍼가 아카데미 선생들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왼쪽이 28살 오른쪽이 69살